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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수첩] U-17 월드컵은 과정일 뿐, 전부는 아니다

--김현기 축구

by econo0706 2022. 9. 20.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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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0. 14.

 

최근 10년간 열린 연령별 월드컵 중 2007년 캐나다 20세 이하(U-20) 월드컵을 인상 깊게 꼽는 축구인들 적지 않다. 당시 한국은 브라질 미국 폴란드와 ‘죽음의 조’에 속해 2무1패를 기록하고 조에서 꼴찌를 했다. 하지만 성적과 별개로 기량 자체는 훌륭했다. 브라질에 당당히 맞서 2-3으로 분패한 일, 공격적으로 밀리지 않으며 유럽과 남미 선수들을 상대로 기술 축구를 펼친 장면 등은, 그 전 한국 축구에서 보기 힘든 것들이었다. 한국의 어린 선수들도 창의적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무엇보다 그 대회를 통해 성장한 선수들이 많았다. 특히 형들보다 두 살이나 어렸던 당시 18세 기성용을 비롯해 이청용 박주호가 유럽 빅리그에서 뛰며 현 대표팀 기둥으로 컸다는 게 소득이다. 연령별 월드컵 특정 대회에서 이렇게 3명이 대표팀 주전으로 커나가기는 쉽지 않다.

18일부터 한국과 정반대에 위치한 칠레에서 17세 이하(U-17) 월드컵이 열린다. 한국은 1985년 대회 창설 뒤 4번째 참가하는 대회로, 각급 월드컵 중 어느 대회보다 참가하기 어려운 무대다. 출전 자체로도 박수받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최진철 감독이 이끄는 U-17 대표팀 어깨가 예상 외로 무겁다는 점을 느꼈다. 지난 해 16세 이하(U-16) 아시아선수권에서 한국은 이승우라는 걸출한 스타를 배출하며 준우승을 차지하고 칠레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너무나 강렬한 기억이 지금까지 남아있는 셈이다. 자연스럽게 ‘U-17 월드컵 사상 최고 성적’이라는 기대감이 지난 1년간 ‘최진철호’를 지배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기본으로 돌아갈 때다. 월드컵이란 타이틀이 주는 무게감은 당연히 결과에 대한 부담으로 다가온다. 최진철호가 “손흥민 세대(2009년·8강)를 넘어 4강에 가겠다”고 다짐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그러나 이 대회가 성인 선수들이 출전하는 월드컵이나 올림픽이 아니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최진철호를 곧 지켜보게 될 팬들에게도 전하고 싶은 얘기다. 청소년들이 나서는 연령별 월드컵에서의 좋은 성적은 물론 기뻐하고 박수받을 일이지만 그 대회가 최종 목적지는 될 수 없다. U-17 월드컵 최다우승국 나이지리아(4회)의 성인 월드컵 최고 성적은 16강에 불과하다. 2000년 이후 대회 MVP 중 세스크 파브레가스(2003년) 토니 크로스(2007년)가 성인팀에서도 빛을 봤을 뿐 기대 만큼 크지 못한 이들이 많다는 것은 U-17 월드컵에서 드러난 결과와 수치가 전부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어린 태극전사들은 세계 최강 브라질, U-17 월드컵에 강한 아프리카 대표 기니, 축구종가 잉글랜드 등 만만치 않은 상대국들과 조별리그를 치른다. 16강 진출도 장담할 수 없지만, 반대로 이런 실전이 그들에겐, 어디에서도 맛 볼 수 없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가깝게는 프로 데뷔를 1~2년 앞둔 선수들에게 세계적인 또래 선수들과 강하게 부딪히고 싸우는 것 만큼 좋은 기회는 없다. 성인 월드컵은 증명하는 장이지만, U-17 월드컵은 경험하고 느끼는 장도 될 수 있다. 팬들도 그런 관점을 섞어 최진철호를 응원하길 바란다.

 

김현기 축구팀장 silva@sportsseoul.com

 

자료출처 : 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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