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2. 22.
중국 상(은)나라 개국 군주인 성탕은 하루하루마다 마음가짐을 새로이 했다. 매일 세수할 때마다 구리 대야에 새겨 넣은 아홉 글자[盤銘·반명]를 보며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더욱 나아지려 힘썼다. 명재상 이윤의 충언인 ‘苟日新(구일신) 日日新(일일신) 又日新(우일신)’을 마음속 깊숙이 되새겼다. ‘만날 해가 솟듯이 날마다 새롭고 또 날마다 새로울 것’이라고 굳게 다짐했다.
중국 주나라 성왕은 신하들의 고언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나라와 군주을 위하는 신하들의 마음을 되새기며 답했다. “나날이 이루고 다달이 넓혀 나가겠다[日就月將·일취월장].” 비록 자질이 부족하나 부지런히 힘써 좋은 군주가 되겠다는 마음의 자세를 드러내어 밝혔다.
프리미어리거인 ‘한국인’ 손흥민(29·토트넘 홋스퍼)을 보노라면 연상되는 고사다. 쑥쑥 커 가며 월드 스타의 반열에 우뚝 올라선 그의 모습에서, ‘일일신’과 ‘일취월장’을 떠올림은 무척 자연스러운 현상일 듯싶다. 결코, 교만의 늪에 빠지지 않을까 경계하며 늘 자신을 닦달하고 있음이 플레이에서 뚜렷하게 배어나는 그다.
시장 가치에서 전 세계 14위로 평가받아… 동갑내기에선 3위에 자리
2009년, 손흥민은 프로 마당을 처음 밟았다. 아직 약관(弱冠·20세)에도 이르지 못한 그가 처음 몸담은 클럽은 함부르크 SV Ⅱ였다. 2010-2011시즌 분데스리가 함부르크 SV에서 1군 무대에 데뷔한 그는 바이어 04 레버쿠젠(2013~2015년)을 거쳐 2015년 대망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했다. 둥지는 명문 토트넘 홋스퍼였다.
손흥민이 큰물, 곧 프로에 뛰어든 지 12년이 지났다. 1부리그를 기준으로 해도 11년이 흘렀다. 이 기간에, 그는 성장을 거듭해 왔다. 퇴보와 답보와는 낯선 양 거침없이 줄곧 진보해 왔다. 이렇다 할 눈길을 끌지 못했던 앳된 소년은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리며 비약을 되풀이했다. 그리고 이제 세계 축구의 중핵으로 자리매김할 만큼 성숙한 청년이 됐다.
단순히 같은 한민족으로서 갖기 쉬운 주관적 평가가 아니다. 수치에서 나타난 객관적 평가다. 독일의 축구 이적 정보 전문 사이트인 트랜스퍼마크트가 최근 산출해 발표한 시장 가치는 손흥민이 얼마나 대단한 세계적 선수로 성장했는지를 단적으로 엿볼 수 있는 방증 자료다.
손흥민의 현재 시장 가치는 8,500만 유로(약 1,143억·이하 12월 21일 환율 기준)다. 내로라하는 정상급 선수들이 즐비한 세계 프로축구계에서, 마커스 래시포드(맨체스터 유나이티드)·사디오 마네(리버풀)과 함께 14위에 올라 있다. 실로, 대단하다고 할 수밖에 없는 순위다. ‘절대 강자’ 브라질의 자존심인 세계적 공격수 네이마르(파리 생제르맹)완 불과 한 계단 차다. 9,000만 유로(약 1,211억 원)의 네이마르와 500만 유로(약 68억 원)밖에 차가 나지 않는다.
외연을 좁혀 범주별로 보면 손흥민의 가치는 더 놀라움을 안긴다. ▲ 프리미어리그 9위 ▲ 소속 팀 2위 ▲ 왼쪽 윙어 5위 ▲ 출생 연도(1992) 3위로, 모두 한 자릿수 상위권에 자리하고 있다(<표 1> 참조). 토트넘 홋스퍼에선, ‘영원한 짝꿍’ 해리 케인에 이어 2위다. 케인은 1억 2,000만 유로(약 1,614억 원)로 평가받으며 전 세계 3위에 올랐다. 동갑내기로 손흥민에 앞선 선수는 2명에 지나지 않는다. 전체 1위에 오른 모하메드 살라(리버풀·10억 유로·약 1조 3,452억 원)와 네이마르에게만 앞자리를 양보했을 뿐이다.
해마다 가파른 성장 곡선 그리며 정상 밟을 그 날 꿈꿔
손흥민에게서 엿보이는 가장 큰 덕목은 돋보이는 성실성이다. 언제 어느 상황에서든지 온 힘을 쏟아붓는 정성스럽고 진실한 그의 품성은 운동선수로서 지녀야 할 기술적 요소에 한결 힘을 싣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이런 최대 강점은 트랜스퍼마크트가 매년 매기는 시장 가치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매해 말을 기준으로 했을 때, 손흥민은 한결같이 도약을 거듭했다. 늘 최상의 몸 상태로 최선의 플레이를 펼치려는 마음의 자세가 바탕을 이룬 데서 나온 당연한 귀결이었다.
프로 마당에 첫발을 내디딘 이듬해인 2010년, 트랜스퍼마크트가 매긴 손흥민의 첫 시장 가치는 고작 15만 유로(약 2억 원)였다. 그리고 1년 뒤 450만 유로(약 61억 원)으로 수직 상승한 그의 시장 가치는 마치 끝이 없는 양 솟구치고 또 솟구쳤다. 2021년 8,500만 유로는 첫 평가에 비하면 571.5배, 증가한 액수다(<표 2>참조).
연도별로 봤을 때, 가장 큰 폭으로 오른 해는 2019년이었다. 이해 매겨진 8,000만 유로(약 1,077억 원)는 그 전해의 5,000만 유로(약 673억 원)보다 한꺼번에 3,000만 유로(약 404억 원)가 껑충 뛴 액수였다.
10만대 유로에서 최저점을 찍으며 출발한 손흥민의 시장 가치는 곧바로 이듬해 100만대로, 3년 뒤엔 1,000만대로 각각 급격한 기울기 곡선을 그리며 상승했다. 최고점은 2020년에 찍었다. 지난해 12월에 받은 평가는 물경 9,000만 유로였다. 첫 감소로, 올해 시장 가치보다도 500만 유로가 많다. 얼핏 올해 예년에 비해 다소 부진했나 생각할 수 있는 평가다.
그렇지 않다. 올 평가액은 지난 6월, 2021-2022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산출됐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 토트넘의 버팀목 역을 다하고 있다. 득점 레이스에서도 공동 5위(7골·21일 현재)를 달리며 상승세로 반전한 토트넘의 선봉장으로 맹활약하는 중이다. 이번 시즌 활약상이 반영될 2021년 12월 시장 가치가 발표되면 최소한 현상 유지는 가능하리라 보인다.
손흥민은 늘 깨어 있다. 그리고 언제든 내달리려 한다. 그의 굳센 각오 앞에 병마(코로나 19)도 전혀 맹위를 떨치지 못하고 소리 없이 물러가야 했다. 가장 높은 곳에 바짝 다가선 손흥민이 억대 유로의 시장 가치를 평가받을 그 날이 벌써 눈앞에 그려진다.
최규섭 /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
자료출처 :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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