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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볼 라운지] 기다림의 미학

--이용균 야구

by econo0706 2022. 9. 27.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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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06. 19.

 

야구라는 종목의 가장 큰 특징은 매일 경기를 치른다는 점에서 ‘일상성’이라고 할 수 있다. 두산 박종훈 2군 감독은 “야구는 반복되는 루틴한 플레이를 어떻게 유지하느냐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소설가 다카하시 겐이치로는 소설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 야구’에서 “야구사에 길이 남을 명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포르노 영화 1000개의 따분함을 견뎌낼 줄 알아야 한다”고 적었다.

 

일상성의 야구는 그래서 ‘기다림의 미학’을 가졌다. 타석에 들어선 타자는 끈질기게 공을 기다려야 좋은 타구를 만들어낼 수 있다. 시즌 운영도 마찬가지다.

 

현대 브룸바가 지난 15~16일 이틀 동안 홈런 5개를 몰아치며 단숨에 홈런 순위 선두권에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브룸바는 개막 이후 14경기에서 타율 2할4리에 그쳤다. 아킬레스 건을 다쳤기 때문에 수비에도 참가하지 못했다. 당연히 퇴출감이었다.

 

그러나 현대는 기다렸다. 사실 구단 운영이 어려워졌기 때문에 새 용병을 뽑을 여유가 없었다.

 

현대의 한 코치는 “용병 둘을 모두 바꾸고 싶지만 새 용병을 알아 볼 직원을 내보내지도 못하고 있다”고 답답해 하기도 했다. 전화위복이 됐다. 브룸바는 5월 중순부터 폭발하기 시작했다. 현대가 7위까지 떨어졌다가 중위권으로 복귀한 데에는 브룸바의 6월 14경기 3할8푼9리, 7홈런이 결정적이었다.

 

기다림은 결과를 얻는다. 1998년 OB 베어스의 타이론 우즈는 6월이 됐어도 파괴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6월 한 달 타율은 겨우 2할5푼. 그러나 김인식 감독은 기다렸고 우즈는 8월 3할5푼6리에 이어 9월에만 3할4푼에 홈런 10개를 날려 그해 장종훈의 한 시즌 최다홈런기록(41개)을 뛰어넘었다. 2002년 SK의 호세 페르난데스 또한 10경기째 만에 첫 안타를 기록했지만 결국 외국인 선수 한 시즌 최다홈런 기록(45개)을 세웠다.

 

LG 김재박 감독의 야구도 ‘기다림의 야구’다. 김감독은 시즌 전 구상을 시즌 내내 꿋꿋하게 이어간다. 현대 전준호는 “시즌 전에 역할이 결정되면 그해에는 절대 바뀌지 않는다”고 했다. 그만큼 주전·비주전이 확실히 구분된다. 비주전들의 동기 부여가 적어질 위험도 있지만 LG가 중위권에 버티고 있는 힘이기도 하다.

 

‘무이자~ 무이자~’를 노래했던 대부업체 광고들이 눈길을 끌었다. 실제로 연금리 66%나 되는 이자 폭탄이다. 급전을 잘못 썼다가는 패가망신하기 딱이다. 야구도 마찬가지다. 기다림은 이자를 낳지만 급전은 나쁜 결과를 낳는다.

 

15승14패였던 롯데는 호세 퇴출(5월10일) 이후 12승2무16패를 거뒀다. 15승20패였던 KIA는 서튼 퇴출(5월19일) 이후 8승1무16패를 기록했다. 호세는 지난해 6월 타율이 3할3푼3리였다. 8월에는 3할4푼9리였다. 서튼도 지난해 7월 3할4푼1리를 기록했다.

 

급전을 썼다가 이자 폭탄을 맞은 셈이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자료출처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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