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2. 22.
아우크스부르크가 전반기 마지막 3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며 중위권까지 순위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 악몽과도 같은 시즌 초반 아우크스부르크
아우크스부르크가 180도 변했다. 아우크스부르크는 시즌 초반 극도의 부진에 빠지며 어려운 시기를 보내야 했다. 아우크스부르크의 초반 부진의 원인은 크게 2가지로 꼽을 수 있다.
/ 사진출처: 아우크스부르크 구단 공식 트위터
첫째, 공격진의 부진에 있었다. 실제 아우크스부르크는 시즌 초반 분데스리가 4경기에서 단 2득점에 그쳤다. 지난 시즌 10골을 넣으며 팀내 최다 골을 기록했던 라울 보바디야가 이번 시즌 초반 무릎 부상으로 결장도 있었고, 완치되지 않은 상태에서 뛰었기에 예전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 겨울에 영입해서 쏠쏠한 활약을 펼쳤던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크의 바이에른 뮌헨 임대 복귀에 따른 공백도 있었다. 중원에서 많은 활동량을 바탕으로 공격에 가세하던 호이비에르크가 사라지면서 최전방에 볼 배급도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결국 아우크스부르크는 여름 이적 시장 데드라인에 구자철을 긴급 영입했으나 이미 분데스리가 초반 3경기에서 1무 2패에 그쳤고, 4라운드 상대는 바이에른이었다.
둘째, 유로파 리그에 따른 체력 저하 현상도 아우크스부르크엔 악재로 작용했다. 가뜩이나 선수층이 풍부하지 않은 아우크스부르크이기에 유로파 리그를 병행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주전들에게 과부하가 발생할 수 밖에 없었다. 위에서도 언급한 보바디야와 지난 시즌까지 팀 왼쪽 측면을 책임졌던 토비아스 베르너, 홍정호, 그리고 카이우비 등이 부상으로 한 동안 결장했고, 베테랑 미드필더 하릴 알틴톱도 극도의 슬럼프에 시달리는 중이다.
안 그래도 아우크스부르크는 시즌 초반 4경기에서 1무 3패의 부진을 보였기에 다소 무리해서라도 공격적인 전술 운용이 불가피했다. 하지만 선수들의 체력 저하로 인해 무리한 공격은 더 큰 문제를 야기시켰다. 팀 사정이 안 좋다 보니 홍정호와 보바디야는 경미한 부상을 당한 상태에서도 출전을 감행해야 했다. 다행히 아우크스부르크는 5라운드 하노버전에 승리했으나 이후 6라운드부터 12라운드까지 7경기에서 무려 20실점을 허용하며 2무 5패의 슬럼프에 빠졌다. 말 그대로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 사진출처 : 아우크스부르크 구단 공식 트위터
# 아우크스부르크, 바닥 찍고 올라서다
하지만 아우크스부르크는 13라운드 슈투트가르트전에서 4-0 대승을 거두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14라운드에선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 2위를 차지한 강호 볼프스부르크와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그리고 쾰른과 샬케, 함부르크라는 만만치 않은 팀들을 상대로 3연승을 거두며 기분 좋게 전반기를 마무리하는 데 성공했다.
그 원동력은 먼저 역설적으로 유로파 리그에서의 승리를 통해 자신감을 회복했다는 데에 있다. 아우크스부르크는 유로파 리그 조별 리그 첫 2경기에서 모두 패하며 분데스리가와 유로파 리그에서 동시에 총체적 난국에 직면했었다. 하지만 10월 22일과 11월 5일에 열린 AZ 알크마르와의 2연전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며 침체된 팀 분위기에 활기가 조금씩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1월 중순 A매치 기간을 통해 휴식을 취한 아우크스부르크는 A매치 이후에 열린 슈투트가르트전에서 4-0 대승을 거둔 것이다.
부상 선수들이 A매치 휴식기를 통해 부상 치료에 전념하면서 경기력을 회복했다는 점도 상승세의 요인으로 작용한다. 보바디야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의 10라운드를 기점으로 살아나기 시작했다. 실제 보바디야는 도르트문트전을 기점으로 분데스리가 8경기에서 3골 3도움을 올리며 팀 공격의 구심점 역할을 담당했다. 비록 지나치게 개인 플레이를 하는 경향이 있지만, 아우크스부르크 같은 팀엔 보바디야 같은 선수가 필요하다. 보바디야는 유로파 리그 5경기에서도 6골을 넣으며 아틀레틱 빌바오 간판 공격수 아리츠 아두리스와 함께 대회 득점 공동 1위에 올라있다.
카이우비의 각성도 빼놓을 수 없다. 카이우비는 분데스리가 선수들 중 가장 많은 경기당 7.1회의 공중볼을 획득하며 팀 득점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중원에선 구자철이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구자철은 부상으로 결장한 전반기 최종전을 제외하면 아우크스부르크 이적 후 분데스리가 전경기에 출전해 3골 2도움을 올리며 높은 공격 공헌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구자철의 패스 성공률은 77.6%로 수비수를 제외하면(기본적으로 수비수들은 안정적인 패스를 구사하다보니 패스 성공률은 수비수가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팀내에서 가장 높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구자철은 경기당 태클은 2회로 왼쪽 측면 수비수 콘스탄티노스 스타필리디스(2.8회)와 수비형 미드필더 도미닉 코어(2.1회)에 이어 3번째로 많고, 가로채기도 경기당 1.5회를 기록하고 있으며, 파울도 1.6회로 카이우비와 코어 다음으로 많을 정도로 수비 면에서도 높은 공헌도를 보이고 있다.
주장 파울 페르헤르(만 32세)와 핵심 미드필더 다니엘 바이어(만 31세), 그리고 베테랑 수비수 라그나르 클라반(만 30세)으로 이어지는 베테랑 삼인방의 공로도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은 5연승을 거두는 동안 팀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홍정호 역시 시즌 초중반만 하더라도 부상 후유증으로 인해 고전했고, 12라운드부터 15라운드까지 4경기에 부상으로 결장했으나 부상 복귀전이었던 파르티잔과의 유로파 리그 조별 리그 최종전에서 동점골을 넣으며 3-1 역전승을 견인해 팀의 유로파 리그 32강 토너먼트 진출을 견인한 데 이어 16라운드 샬케전에선 선제골과 함께 2-1 승리의 주역으로 자리잡았고, 함부르크와의 전반기 최종전에선 만점 수비를 펼쳐보이면서 팀 상승세의 견인차 역할을 담당했다.
무엇보다도 아우크스부르크 선수들 중에서 상승세에 있어 가장 큰 역할을 담당한 선수는 다름 아닌 마어빈 히츠 골키퍼이다. 사실 아우크스부르크는 5경기 무패 행진을 달리는 동안 숱한 위기에 직면해야 했다. 하지만 히츠가 연신 환상적인 선방쇼를 펼쳐준 덕에 비길 경기를 이겼고, 질 경기를 비길 수 있었다.
실제 히츠는 최근 5경기에서 무려 22개의 선방을 기록했다(경기당 4.4회). 게다가 히츠는 베르더 브레멘과의 10라운드 경기에서 69분경 실점을 허용한 이후 16라운드 샬케전에서 70분경 실점을 허용하기 전까지 318분 무실점을 이어오며 아우크스부르크 구단 역대 최장 시간 무실점 기록을 수립했다. 5경기 무패를 달리는 동안 아우크스부르크의 실점은 1골이 전부였다. 그 중심엔 단연 히츠가 있었다.
히츠의 이번 시즌 경기당 평균 선방은 3.9회로 론-로베르트 칠러(4.8회, 하노버)와 티모 호른(4.5회, 쾰른), 로리스 카리우스(4회, 마인츠)에 이어 전체 4위고, 키커 평점은 2.59점으로 골키퍼들 중 호른(2.56점) 다음으로 두 번째로 좋은 평점을 얻고 있다.
그 외 지동원과 얀 모라벡, 그리고 피오트르 트로초프스키 같은 백업 선수들도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팀의 상승세에 기여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마르쿠스 바인치얼 감독의 지도력이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바인치얼은 2012년 아우크스부르크 지휘봉을 잡은 이후 지속적으로 팀을 발전시켜나가며 팀의 분데스리가 역대 기록들을 갈아치우고 있다. 분데스리가에서 가장 재정이 열악한 편에 속하는 아우크스부르크가 지난 시즌 구단 역사상 최고 순위인 5위를 차지하면서 유로파 리그 진출권을 획득할 수 있었던 것도 바인치얼의 지도력에 기인하고 있다. 분데스리가 명문 샬케의 끊임없는 구애 속에서도 팀과 의리를 지키며 2019년까지 연장 계약을 체결한 바인치얼이다.
/ 사진출처: 아우크스부르크 구단 공식 트위터
아우크스부르크는 자칫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최악의 2015/16 시즌을 맞이할 뻔 했으나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참가한 유로파 리그에서 32강 토너먼트에 진출했고, 분데스리가에서도 12위로 올라서며 안정권에 접어들었다. 비록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의 DFB 포칼 16강전에서 탈락했으나 충분히 성공적인 한 해를 보냈다고 할 수 있다.
그러하기에 아우크스부르크 선수들은 2015년 마지막 홈 경기였던 포칼 16강전이 끝나고 "역사적인 2015년 한 해였다! 고맙다!"라는 플래 카드를 들어올렸다. 이제 겨울 휴식기를 통해 지친 선수들의 체력을 회복시키고, 전지 훈련에서 조직력을 가다듬는다면 더 향상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김현민 기자
자료출처 : 골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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