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청축탁축(淸蹴濁蹴)] 답답한 토트넘의 갈팡질팡 걸음새, 극적 반전 묘약 있나?

--최규섭 축구

by econo0706 2022. 9. 30. 09:47

본문

2022. 02. 17

 

유럽 프로축구는 대장정으로 펼쳐진다. 보통 8~9개월에 걸쳐 벌어지는 멀고 먼 패권의 길이다. 그런 만큼 각 팀의 걸음새엔 그 시즌 성적이 그대로 투영돼 나타난다. 걸음걸음에서 상쾌함이 느껴지는지, 아니면 답답함이 느껴지는지에 따라 그 팀이 그 시즌에 거둘 성적을 미리 어느 정도 헤아려 볼 수 있다.

정상을 넘보는 강호가 내딛는 걸음 본새는 사뿐하다. 속도의 완급 조절에 뛰어나다. 빠르게 내닫고(연승) 천천히 걷는(무승부) 데 있어 정연함이 엿보인다. 손자가 설파한 군세(軍勢)의 묘체인 풍림화산(風林火山)과 맥이 닿는다.

반면 하위권에서 허덕이는 약자가 옮기는 걸음은 무겁고 답답함만 풍긴다. 내달림은 생각하기 힘들고 아예 앉아서 쉬기만(연패) 하는 행보에선 무기력함만 드러난다.

 

비틀비틀 걷는 토트넘, 반등의 밝은 빛 내비칠 수 있을지…

한국인 손흥민이 에이스로 맹활약하는 토트넘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전통 강호다. 1992년 출범한 EPL에서, 줄곧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터줏대감’이다. 2008~2009시즌부터는 줄기차게 한 자릿수 순위를 차지하고 있는 데서도 엿볼 수 있는 면목이다.

그렇다면 2021~2022시즌 토트넘은 어떤 걸음 모양새를 그리고 있을까? 한마디로 요약하면 그저 그렇고 그런 걸음새다. 빠른 걸음은 좀처럼 보이지 않고 평보(平步)에 가까운 걸음걸음이다. 숫제 주저앉아 쉬는 모습마저 보여 토트넘 팬을 안타깝게 할 때가 종종 일어났을 정도다.

이번 시즌 토트넘은 반타작의 평범하기만 한 작황이다. 강호의 풍모가 전혀 엿보이지 않는 걸음을 옮기고 있다. 2월 17일(이하 현지날짜) 현재 총 37경기를 치러 19승 4무 14패를 기록했다. 포르투갈 프리메이라리가의 파수스 드 페헤이라와 두 차례 치른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파 콘퍼런스리그(UECL) 플레이오프가 포함된 수치다. 내세울 만한 전과가 아님이 금세 눈에 띈다.

■ 2021-2022시즌 토트넘 홋스퍼 승패(19승 4무 14패) 추이(현지 날짜)

승(2020. 8. 15.)→패(8. 19.)→3승(8. 22.~8. 29.)→1무2패(9. 11.~9. 19.)→승(9. 22.)→패(9. 26.)→3승(9. 30.~10. 17.)→2패(10. 21.~10. 24.)→승(10. 27.)→패(10. 30.)→ 2승1무(11. 4.~11. 21.)→패(11. 25.)→2승(12. 2.~12. 5.)→패(12. 9.)→3승2무(12. 19.~2022. 1. 1.)→패(1. 5.)→승(1. 9.)→패(1. 12.)→승(1. 19.)→패(1. 23.)→승(2. 5.)→2패(2. 9.~2. 13.)

위의 승패 추이에서 알 수 있듯, 토트넘은 이번 시즌 비틀비틀 걷고 있다. 몸을 바로 가누지 못하고 계속 쓰러질 듯한 모양새는 어지럼증까지 일게 한다. 물경 스무 차례씩이나 승패가 뒤바뀔 만큼 오락가락했으니 그럴 만하다. 결코 패권을 꿈꾸는 강팀의 걸음새가 아니다. 불과 3년 전 2018-2019 유럽 최고 무대인 UEFA 챔피언스리그(UCL)에서 아깝게 등정에 실패하고 준우승한 그 시절 모습이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다.

EPL 1위를 질주하는 맨체스터 시티와 비교하면 토트넘의 널뛰기하는 것 같은 걸음새가 확연해진다. 이번 시즌에, 맨체스터 시티가 나타낸 승패의 갈림길은 일곱 차례에 불과하다. EPL에선 단 한 번도 연패의 수렁에 빠지지 않을 정도로, 맨체스터 시티의 걸음새는 무척 평안했다. 지난해 12월 11일 이후 패배를 모르는(12승 1무), 곧 패권을 거머쥐려는 절대 강자의 여유에 넘치는 걸음걸이를 뽐낼 정도다.

이번 시즌 토트넘이 내디딘 가장 빠른 걸음은 3연승이다. 시즌 초반 두 차례(2021년 8월 22~29일, 9월 30일~10월 17일) 나왔다. 그렇지만 가장 눈이 가는 전장인 EPL에선, 한 번도 연출되지 않았다. 두 번 다 UECL 경기가 하나씩 들어 있다.

가장 패배를 몰랐던 때에 맺은 열매는 3승 2무(12월 19일~2022년 1월 1일)다. 하지만 이때에도 EPL 3연승은 없다. 리그(카라바오)컵에서 올린 1승이 포함된 수확물이었다.

반면 연패의 늪에 빠져 단 한 걸음도 앞으로 내딛지 못하고 승리를 갈구하던 경우는 두 번(10월 21~24일, 2월 9~13일) 있다. 모두 2연패다. 가장 승리에 목말라 하던 때는 세 경기로 1무 2패(패→ 무→ 패, 9월 11~9월 19일)다.

EPL 전장으로 외연을 좁히면 더욱 초라하다. 3연승은 없는데 3연패는 있다. 올 1월 23일 첼시(0-2)와 2월 9일 사우샘프턴(2-3)과, 2월 13일 울버햄프턴(0-2)과 각각 맞부딪쳐 모두 좌절의 쓰라림을 안았다.

토트넘은 이번 시즌 강을 건너는 도중에 말을 갈아탔다. 지난해 11월 사령탑을 누누 산투 감독에서 안토니오 콘테 감독으로 바꿨다. ‘극약 처방’은 주효하는 듯했다. 15라운드-17라운드-19라운드가 끝났을 때, 5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한때(6라운드 종료) 두 자릿수(11위) 순위까지 추락했던 초반에 비하면 극적 반등이었다.

그러나 시간의 흐름과 함께 ‘충격 요법’의 한계를 드러내는 토트넘이다. 구단의 적극적 투자가 뒷받침되지 않는 사령탑 교체는 한시적일 뿐임을 드러낸 좋은 사례를 보여 줬다. 시끌벅적하게 보냈어도 부족할 1월 이적시장을 조용하게 보낸 팀이 좋은 결실을 원한다면 감나무 밑에 누워서 홍시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격이다. 오죽하면 콘테 감독이 “이런 팀으로 어떻게 UCL 티켓을 노릴 수 있단 말인가”라고 구단을 질타했겠나.

“감나무 밑에서도 먹는 수업을 하여라.”라고 했다. 힘을 쏟지 않고 결실만을 원함은 신기루를 좇는 헛되고 어리석은 생각에 지나지 않는다.

2021-2022시즌도 어느덧 종반에 접어들었다. 토트넘이 전통 강호의 참모습을 되찾고 그에 걸맞은 걸음을 내디딜 수 있을까? 쉽게 긍정적 전망을 내놓기 힘든 물음이다.

 

최규섭 /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

 

자료출처 : OSEN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