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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史說] '엉뚱한 투표'가 망친 야구 신뢰도

--손장환 체육

by econo0706 2022. 10. 7.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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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2. 01

 

올해 프로야구 최우수선수(MVP)는 아리엘 미란다(두산 베어스), 신인상은 이의리(KIA 타이거즈)가 차지했다. 두 선수 모두 받을 자격이 충분했고,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득표자 중에 엉뚱한 선수들의 이름이 대거 나오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올해 투표는 한국야구기자회 소속 언론사와 각 지역 언론사 취재기자 115명이 참여했다.

MVP 투표에서 1위 표를 얻은 선수는 14명이나 됐다. 이것 자체가 문제다. 더구나 '공동 다승왕' 에릭 요키시(키움 히어로즈)와 '타점왕' 양의지(NC 다이노스)도 1위 표를 받지 못했는데 평균자책점 4.97의 불펜 투수 김태훈(SSG 랜더스)과 타율 0.272의 하주석(한화 이글스)이 1위 표를 하나씩 받았다. 누가 봐도 지역 연고나 개인 친분이 작용했다는 의심을 살 만하다.

신인상은 더 가관이었다. 단 한 경기에 등판해 2이닝 5실점(평균자책점 22.50)을 기록한 투수 구준범(삼성 라이온즈)에게 1위 표를 던진 기자가 있었고, 대타로 딱 한 타석만 나왔던 고명성(KT 위즈)도 2위 표를 받았다.

투표를 장난으로 했거나, 선수나 가족에게 공치사를 들으려고 했거나, 다른 보상을 노린 것이 아니라면 이해할 수 없는 결과다.

 

▲ 올해 한국 프로야구 최우수선수(MVP)에는 아리엘 미란다(두산 베어스·왼쪽 앞)선수가 뽑혔고 아메리칸리그 MVP는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왼쪽 뒤)선수가 수상했다. 사진=두산 베어스,오타니 쇼헤이 인스타그램 / 이코노텔링그래픽팀.

메이저리그와 비교하는 게 무리일 수도 있으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참고해야 한다. 지난 19일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아메리칸리그 MVP에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 내셔널리그는 브라이스 하퍼(필라델피아 필리스)가 수상했다고 발표했다. 주목할 점은 오타니가 1위 표 30장을 싹쓸이하면서 만장일치로 MVP가 됐다는 사실이다. 오타니는 올해 투수로 9승 2패(평균자책점 3.18), 타자로는 46홈런, 100타점, 103득점(타율 0.257)을 올렸다. 메이저리그 최초로 100이닝-100탈삼진-100안타-100득점-100타점을 달성했다.

공동 홈런왕(48개)에 오르며 111타점, 123득점, 타율 0.311을 기록한 경쟁자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토론토 블루제이스)는 2위 표만 29장을 받았다. 즉, 토론토 담당 기자마저 오타니에게 1위 표를 던졌다는 말이다. 오직 실력이다. 지역 연고나 개인 친분, 정무적인 판단(?)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왜 이런 차이가 나는 걸까. 투표권을 가진 기자의 개인 자질도 있고, 시스템에도 큰 차이가 있다. 한국은 야구기자회에 소속된 언론사와 지역 언론사에 취재기자 규모에 따라 투표권을 배분한다. 5장을 가져가는 언론사도 있고, 1장만 받는 곳도 있다. 올해는 115명이 투표권을 얻었다. 그러다 보니 언론사 차원에서 몰아주기도 가능하다.

미국은 어떤가. 전미야구기자협회(BBWAA)에 소속된 취재기자들이 투표하는 것은 비슷하다. 하지만 모든 기자가 투표하는 것은 아니다. 팀이 있는 각 도시를 대표하는 담당 기자 중 2명에게만 투표권이 주어진다. 예를 들어 LA 에인절스 담당 기자가 10명이 있다면 그중에 뽑힌 2명이 아메리칸리그 MVP 투표를 하는 것이다. 언론사별이 아니고, 지역 팀별 2명이다. 당연히 누가 투표했는지 알 수 있다. 제일 큰 차이점은 투표권을 가진 기자들의 책임감과 자부심이다.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여러 방안이 나온다. 투표 자격을 더 엄격하게 하거나 '기명 투표'를 하는 방법도 있다.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끊임없이 개선해 나가야 한다. 권위는 스스로 세워가는 것이다.

 

손장환 편집위원 inheri2012@gmail.com

자료출처 : 이코노텔링(econotelling)(http://www.econotell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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