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2. 27
전주 KCC는 매 시즌마다 메인 연고지인 전주를 떠나 제2연고지 군산으로 향한다. 현재 KBL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제2연고지 기반이 잡혀 있는 만큼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그러나 최초는 아니다. 과연 어떤 구단이 제2연고지의 첫 시작을 알렸을까.
▲ 1999-2000시즌 청주 SK의 충주 나들이
결과부터 이야기하자면 KBL 역사상 최초의 제2연고지 기반을 마련한 구단은 SK다. 청주를 연고지로 한 1999-2000시즌 당시 SK는 이웃 동네인 충주에서 6차례 홈 경기를 치르며 첫 제2연고지라는 개념을 확립했다.
「최초의 제2연고지를 LG라고 보는 시선도 있을 것이다. 1997-1998시즌 LG는 현재의 창원이 아닌 ‘경남’이라는 지역명을 사용했다. 이는 창원과 마산을 오고 가면서 경상남도라는 이미지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2연고지와는 큰 관련이 없다. 그저 두 개의 홈 체육관을 둔 것일 뿐 메인 연고지를 기반으로 한 제2연고지 정책과는 큰 관련이 없다.」
과정은 이렇다. 충청도 농구의 저변 확대를 기대한 SK는 당시 충북농구협회장을 겸하고 있던 이원재 전 단장과 함께 충주에서의 홈 경기를 계획했다. 배경도 좋았다. 1990년대 후반 고교대회 정상에 오른 임효성, 이동준의 충주고가 이슈화되며 충청도 농구의 전성기가 도래하기도 했다.
또 기반 시설 역시 나쁘지 않았다. 3,800석의 청주실내체육관보다 큰 4,000석 규모의 충주실내체육관이 있었기 때문. 그러나 프로 경기가 치러질 정도의 환경은 아니었고 SK는 무려 1억원에 가까운 투자를 통해 제2연고지 확립에 힘썼다.
이재호 SK 팀장은 “배경과 과정 모두 알맞은 곳이 충주였다. 다행히 1999-2000시즌부터 홈 경기가 치러질 수 있었고 6차례 진행됐다. 관중 동원이 힘들 것이라고 판단해 충주에 위치한 소년원을 초대하기도 했다. 경찰들이 주변을 지켰던 장면이 기억난다”라며 “충주실내체육관은 투자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중, 고등학교 경기 정도 치를 수 있는 환경이었다. 우리 쪽에서 1억원 가까이 투자하면서 프로농구에 걸맞는 체육관으로 재탄생할 수 있었다”라고 이야기했다.
최초라는 기록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SK가 아닌 KCC를 제2연고지를 처음으로 도입한 구단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 이유는 SK가 충주와 단 한 시즌만 함께했기 때문이다.
“KBL에서 서울에 대한 연고지 제한을 푼 시점이기도 했고 이전 계획이 진행되고 있는 시점이었다. 물론 충주실내체육관의 난방 문제나 관중 동원도 언급됐지만 가장 큰 부분은 연고지 이전이었다. 만약 청주에서 계속 머물렀다면 충주를 제2연고지로 가는 방향이 지속되지 않았을까 싶다.” 이재호 팀장의 말이다.
▲ 10여년이 흐른 뒤 다시 자리 잡은 제2연고지
SK가 충주실내체육관에서 마지막으로 치른 2000년 2월 23일 이후 KBL에 제2연고지라는 개념은 잠시 사라졌다. 그러나 2013-2014시즌 KCC가 군산에서 홈 경기를 개최하며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KCC는 현대 시절인 1998-1999, 1999-2000시즌에 총 3경기를 군산월명체육관에서 소화한 바 있다. 그러나 모기업 경영난으로 인해 KCC가 새로 인수한 이후 군산과의 인연은 이어지지 못했다.
군산은 기본적으로 스포츠에 관심이 많은 도시다. 특히 프로스포츠 경기 유치를 위해 지속적으로 KCC에 요청을 해왔다. 그러나 경기가 열려야 할 군산월명체육관은 기본적인 시설이 마련되어 있지 못했고 KCC 역시 그 부분에 고민했다.
조진호 KCC 사무국장은 “군산에서 많은 관심을 지속적으로 보였다. 그러나 군산월명체육관의 시설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만약 기본적인 시설이 마련된다면 우리 역시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군산 역시 그 부분을 약속했고 2013-2014시즌부터 함께할 수 있게 됐다”라고 밝혔다.
전주와 군산을 오고 가는 과정은 그리 쉽지 않았다. 한 시즌에 군산월명체육관에서 열리는 경기는 그리 많지 않았지만 시즌 중에 경기에 필요한 집기를 이동하는 건 번거로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문제점들이 보완되었다. 군산시청에서 부족한 부분을 매년 보완해왔고 관중석부터 골대, 전광판 등 다양한 부분을 보수했다. 지난 시즌 전국체전이 전주에서 열렸던 KCC는 군산에서 홈 개막전을 치르는 등 이제는 완벽한 한 몸이 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군산에서의 성적도 나쁘지 않다. KCC는 2013-2014시즌부터 2018-2019시즌까지 총 20경기를 군산에서 치렀고 14승 6패의 호성적을 거두고 있다. 선수들 역시 군산월명체육관에서의 경기를 즐기기도 한다고. 대표적인 예로 송교창은 “군산월명체육관에서 농구가 더 잘 된다”라며 줄곧 이야기해왔다.
조진호 국장은 “군산월명체육관에 대한 문제는 이제 없다. 럭셔리한 체육관은 아니지만 프로 경기가 열리기에 충분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군산과의 관계도 나쁘지 않다. 아무래도 제2연고지가 확립됐다는 자부심이 크다”라고 전했다.
▲ 제2연고지의 중요성, 팬들은 농구에 목말라 있다
제2연고지가 확립되기 위한 조건은 까다롭다. 우선 메인 연고지 주변에 체육관을 갖춘 위성 도시가 있어야 한다. 더불어 그에 따르는 홍보와 마케팅 등 메인 연고지만 둔 구단들보다 두 배로 일이 늘어난다.
조진호 국장은 “제2연고지라는 개념이 완벽히 잡혀 있지 않은 만큼 메인 연고지인 전주의 배려가 군산에서의 경기를 가능케 하고 있다. 군산 역시 더 많은 경기를 유치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제2연고지의 좋은 의미와 그에 따라는 어려움은 필연적인 것 같다. 효과가 있는 만큼 고충도 존재한다”라고 이야기했다.
또 연고지 정착이 완성되지 않은 KBL에 제2연고지는 욕심이 될 수도 있다. 우선시해야 할 부분을 완벽하게 잡아놓은 뒤의 일이라고 해도 무리는 아니다.
하나, 제2연고지는 농구에 목마른 팬들의 갈증 해소 방법이 될 수 있다. 특히 지방 구단의 경우에는 도시 이상의 영역으로 넓혀 팬들에게 노출될 수 있는 기회라고 볼 수 있다.
제2연고지는 KBL 인기를 끌어올릴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당장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중심이 잡힌 뒤에 부가적으로 인기를 올릴 수 있는 적절한 선택지라고 볼 수 있다.
민준구 기자 minjungu@jumpball.co.kr
자료출처 : 점프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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