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2. 08
올해 프로축구 K리그 우승팀 전북 현대의 김상식 감독이 최우수 감독상을, 주장이자 수비수 홍정호가 최우수 선수상(MVP)을 받았다. 우승팀 감독과 주장이 상을 받는 것은 흔한 일이다.
그러나 '베스트11'에 전북 선수는 홍정호 혼자였다는 게 눈에 띈다. 오히려 준우승팀 울산 현대에서 4명, 8위 포항에서 2명이 포함됐다.
전북은 올 시즌 22승 10무 6패(승점 76)로 우승, K리그 최초로 5년 연속 우승이라는 역사를 썼다. 전북은 71득점, 37실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체 최다 득점 및 최소 실점이었다. 당연히 우승할 만했다. 그런데 베스트11이 한 명뿐인 것은 모든 선수가 골고루 자기 역할을 잘했다는 반증이다.
전북은 올해 이동국의 은퇴와 수비의 핵 김민재의 터키 이적, 미드필더 손준호의 중국 이적 등 전력이 약해진데다 초보 감독 김상식이 사령탑을 맡으면서 고전이 예상됐다.
하지만 '화공'(화려하고 화끈한 공격)을 표방한 감독을 따라 외국인 선수 구스타보와 새로 영입한 일류첸코가 나란히 15골씩을 터뜨리며 공격을 주도했다. 약해진 수비진은 분데스리가 출신의 중앙수비수 홍정호가 중심을 잡고 최소 실점이라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 올해 프로축구 K리그 우승팀 전북 현대의 김상식 감독(왼쪽)이 최우수 감독상을, 주장이자 수비수 홍정호(오른쪽)가 최우수 선수상(MVP)을 받았다. 사진,자료=전북현대모터스FC / 이코노텔링그래픽팀.
전북은 2005년부터 지휘봉을 잡은 최강희 감독이 '닥공'(닥치고 공격)을 내세우며 강팀으로 자리잡았다. 전북으로 이적한 이동국이 30대에 전성기를 능가하는 골 능력을 발휘한 것도 최 감독의 '닥공'과 궁합이 잘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2018년까지 전북을 이끌었던 최강희 감독은 팀 창단 15년 만인 2009년에 첫 우승을 이끌더니 2011·2014·2015·2017·2018년 등 모두 6차례나 우승 감독이 됐다. 말이 '닥공'이지 수비를 등한히 한 것은 아니다. 아무리 공격을 잘해도 수비가 무너지면 우승할 수 없다. 김상식 감독이 '화공'이라는 다른 표현을 썼지만 사실상 '닥공'이나 다를 게 없다.
국내 프로축구의 '닥공' 시조는 1994년부터 3년간 안양 LG를 이끌었던 조영증 감독이다. 미국프로축구에서 뛴 경험이 있는 조 감독은 '프로는 관중 위주의 경기를 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무조건 공격'을 내세웠다. 최용수와 윤상철 같은 특급 공격수가 있었기에 가능하기도 했다. LG는 이전에 어떤 팀도 보여주지 못했던 화끈한 공격으로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적어도 LG 경기에 0-0 무승부는 없었다. 이길 때도 화끈하게, 질 때도 화끈했다. 그런데 세 골을 넣고, 네 골을 먹으니 성적이 좋을 리 없었다. 94년에 53득점, 50실점으로 5위를 했다. 다음 해에는 공격 축구가 자리를 잡을 것이라 기대했으나 오히려 29득점, 43실점으로 8위로 쳐지더니 96년에는 44득점, 56실점으로 9위로 마쳤다.
조영증 감독의 '닥공'은 실패로 끝났다. 국가대표 중앙수비수와 수비형 미드필더 출신인 조 감독이 왜 수비를 등한히 했는지는 지금도 남아있는 의문점이다.
손장환 편집위원 inheri2012@gmail.com
자료출처 : 이코노텔링(econotelling)(http://www.econotell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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