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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史說] 단두대 매치 '프로축구 승강전'

--손장환 체육

by econo0706 2022. 10. 10.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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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2. 15

 

2021시즌 프로축구 K리그는 전북 현대의 5연속 우승으로 끝났다. 모든 팀은 12월 5일 마지막 경기를 치렀고, 7일에는 시상식까지 마쳤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승강 플레이오프가 남아있었다.

K리그1의 11위 팀 강원 FC와 K리그2의 플레이오프 승자 대전 하나 시티즌은 팀의 사활을 걸고 경기를 펼쳤다. 8일 대전 1차전에서 대전이 1-0으로 이겼으나 12일 강릉에서 열린 2차전에서는 강원이 4-1로 역전승, 합계 4-2로 1부리그에 잔류하는 데 성공했다. 반면 2015년 강등 이후 6년 만에 승격을 노렸던 대전은 다잡은 대어를 놓쳤다.

전북의 우승은 어느 정도 예상됐기 때문에 오히려 승강 플레이오프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린 느낌이었다. 강등 위기에 놓인 강원의 이영표 대표가 정규리그 두 게임만 남겨놓은 상태에서 '독수리' 최용수 감독을 영입하면서부터 화제가 됐다. 그리고 1부리그에 잔류하는 과정도 화제가 되기에 충분했다. 원정 1차전에서 0-1로 진 강원은 홈 2차전에서도 전반 16분 만에 먼저 골을 먹어 거의 강등이 확정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전반 26분부터 30분까지 단 4분 동안 세 골을 몰아치는 기적을 연출했다. 2013년 승강제가 도입된 이후 1차전 패배 팀이 2차전에서 역전한 경우도 처음이었다. 강원과 대전은 '승강제의 묘미란 이런 것이다'를 제대로 보여줬다.

승강제(Promotion & Relegation)는 상위리그 하위 팀과 하위리그 상위 팀이 등급을 맞바꾸는 제도다. 유럽은 축구뿐 아니라 농구·배구·핸드볼 등 대부분 종목에서 승강제를 운영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고정된 프랜차이즈 제도로 승강제가 없다. 따라서 승강제는 유럽 스타일이다.

 

▲ 12일 강릉에서 열린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강원(최용수 감독·오른쪽)이 대전을 꺾고 4-1로 역전승해 합계 4-2로 1부리그에 잔류하는 데 성공했다. 사진,자료=강원FC / 이코노텔링그래픽팀.

승강제의 최대 장점은 하위 팀이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프랜차이즈 제도에서는 하위 팀들이 일찌감치 리그를 포기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승강제에서 강등 팀은 엄청난 수입 감소를 겪어야 한다. 중계권료가 없어지거나 급감하고, 스타급 선수들은 대거 팀을 떠난다. 관중도 줄어들고, 최악의 경우 해체에 이르게 된다. 따라서 하위권 팀들은 강등을 당하지 않으려고 마지막 경기까지 안간힘을 쓰게 마련이다. 강등 팀의 연고지 역시 지역 경제가 휘청거릴 정도의 타격을 입게 돼 도시 전체가 응원하는 현상이 벌어지곤 한다.

유럽 축구 리그에서 일찌감치 우승팀이 가려지는 경우 하위 팀 경기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리고, 강등이 걸린 마지막 경기의 시청률이 우승팀 경기 시청률보다 훨씬 높다.

미국식에 익숙한 한국 스포츠는 승강제에 호의적이지 않다. K리그도 무수한 반대를 겪으며 2013년 승강제를 도입했다. 가장 충격적인 결과는 2015년 부산 아이파크의 강등이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구단주인 부산의 강등은 자칫 축구의 암흑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그래서 2019년 무려 4년 만에 승격에 성공한 부산의 감격은 올해 강원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 하지 않았다. (부산은 겨우 1년 만에 다시 강등됐다.)

승강제의 단점도 있지만, 축구는 역시 승강제가 긴장과 재미를 더해준다.

 

손장환 편집위원 inheri2012@gmail.com

자료출처 : 이코노텔링(econotelling)(http://www.econotell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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