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09. 18
배리 본즈의 홈런볼이 팔렸다. 75만2467달러. 100만달러를 넘어서진 못했지만 전문가들이 예상한 50만달러는 넘겼다.
우리도 있었다, 홈런볼 경매. 2003년 이승엽이 때린 시즌 55호 홈런볼은 그해 겨울 홈쇼핑 채널을 통해 경매에 들어갔다. 비록 유찰됐지만 관심은 뜨거웠다.
홈런볼 가치가 논란이 된 것은 이승엽의 개인통산 300호부터였다.
그해 6월29일. 중국에 살고 있는 70대 최웅제씨가 홈런볼을 10만달러에 사겠다고 밝혔다. 조선족 록가수 최건의 아버지였다. 북경국제영재학교에 기증해 꿈과 희망을 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7월6일. 돌연 구매의사를 철회했다. 한국의 한 사업가가 공을 사겠다는 뜻을 밝히자마자였다. 최씨 측은 “한국에 남겨 달라”는 네티즌의 요청을 받아들인 결과라고 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후 상황은 좀 웃기게 됐다. 베이징에서 발간되는 ‘베이징 청년보’는 사흘 뒤 최씨의 성명서를 실었다. “본인은 주변의 간곡한 부탁으로 북경국제영재학교의 명예출자자 형식으로 참여했을 뿐 이승엽의 홈런볼을 사는 데 전 재산을 털겠다는 얘기는 한 적이 없다. 일이 시끄럽게 되는 바람에 지병도 더 도졌다”는 내용.
300호 공은 서울의 한 사업가가 당시 환율로 10만달러에 상응하는 1억2000만원에 샀다. 한국 프로야구 사상 가장 비싼 공이다. 그 공의 주인이었던 이상은씨는 “돈이 생겼지만 특별히 내 삶이 달라진 것은 없다. 여전히 회사에 다니고…”라고 했다.
지금껏 내가 본 가장 가치 있는 홈런볼은 사실 따로 있다. 그런데 ‘가짜 홈런볼’이다.
이승엽의 아버지 이춘광씨는 2003년, 아들이 홈런을 칠 때마다 가짜 홈런볼을 모았다. 아들이 홈런을 칠 때마다 공 하나하나에 커다랗게 숫자를 적어 넣었다. 그 곁에 날짜와 구장, 상대투수 이름을 적었다. 거실에 놓인 책장 가운데 줄 왼쪽 끝부터 차곡차곡 늘어놓았다. 그렇게 해서 그해 1호부터 56호까지 공 56개가 모였다.
아내를 위한 일이었다. 뇌종양 수술 뒤 투병 중이던 이승엽의 어머니 김미자씨는 아들이 사흘마다 한 개 꼴로 홈런을 때렸지만 단 한 번도 직접 가서 보지 못했다. 대신 남편은 아내의 회복을 빌며 그 공을 차곡차곡 쌓았다. 아들이 “엄마 홈런 쳤어요”라고 울먹이며 말해도 잘 알아듣지 못하던 김씨였지만, 가끔씩 자리에 앉아서 그 책장을 쳐다보고 있을 때가 있었다. 거기에 놓여있던 어쩌면 어머니의, 아내의 가슴 속에 들어갔을지 모를 그 가짜 홈런볼 56개는 이제껏 본 것 중 가장 값진 것이었다.
두산 홍성흔이 자신의 100호 홈런볼에 팬사랑을 내걸었다. 그 공을 주운 팬에게 직접 사인한 포수 미트를 준다고 했다. 그 가치는 돈으로만 따질 일이 아니다. 이런 일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자료출처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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