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09. 04
두산 베어스 코치실을 찾았다가 유승안 한국야구위원회(KBO) 감독관을 만났다. 막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이 끝났을 때였다. 경선 결과를 두고 흘러나온 여러가지 소문을 얘기했다. 묘자리에 대한 얘기도 나왔다. 승자에 관해 장안의 유명한 점쟁이 누구는 맞혔고, 누구는 틀렸다는 얘기도 나왔다.
허무맹랑한 얘기로 들렸으나 다들 재미있어했다. 서로 자기가 아는 얘기도 덧붙였다. 승부를 걸고 사는 사람들은 이런 미신을 꽤나 좋아한다. 야구도 물론이다. 징크스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요미우리 자이언츠 이승엽은 한국에서 뛸 때 “경기 전 밥을 먹다가 옷에 흘리면 경기가 안 풀린다”며 엉덩이를 뺀 채 밥을 먹기도 했다.
그래서 우승은 하늘이 내려준다는 믿음이 있다.
1995년의 두산은 6경기 차이를 뒤집고 정규시즌 1위를 차지했다. 바로 전해 구타 사건이 터지며 팀 분위기가 가뜩이나 어수선하던 터였다.
한국시리즈를 준비하던 어느날 두산 구단 사무실 앞에 뱀 한마리가 나타났다. 머리에 점이 7개 박힌 칠점사였다. 한동안 구단 직원을 노려보던 뱀은 스르르 어디론가 사라졌다. 구단은 이를 상서로운 일이라 여겼다. 구단은 뱀이 나타났던 그 자리에 돼지머리를 올렸다. 절을 하고 우승을 빌었다. 구단 직원은 일곱개의 점이 왕관 모양이라고 했다.
롯데와의 한국시리즈 7차전. 두산 김종석의 타구는 2루수 박정태의 앞에서 이상하게 튕기며 뒤로 흘러나갔다. 결승점이 됐고 우승을 차지했다. 기록은 박정태의 실책이었지만 구단에서는 ‘공이 마치 뱀처럼 휘었다’고 믿었다. 왕관 모양의 일곱개 점을 가진 뱀이 가져다 준 우승이라고 생각했다.
올해에는 지난 8월23일 KIA-한화전을 앞둔 야구장에 40㎝짜리 까치독사가 나타났다. ‘물방개 구장’으로 불리던 광주구장이었다. 구장의 낙후성이 지적되기도 했지만 뱀이 나타난 장소가 더 화제가 됐다. 원정팀인 한화 응원석 출입구 근처였다. 한화는 이를 두고 ‘대운’을 점치고 있다.
1위 SK의 마스코트는 용이다. 2003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했을 때, 울릉도 근처에서 보기 드문 용오름이 올랐다. 마치 용이 승천하듯 물기둥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올해도 기대가 크다. 용을 주제로 한 영화 ‘디 워’가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용이 화제가 되면 야구도 잘됐다. 게다가 영화속 이무기는 여의주를 물고 하늘로 올랐다.
롯데는 승부에 고민하던 강병철 감독이 코피를 흘렸다. 외야수 이인구도 경기 도중 코피를 흘렸다. 올해가 꿈이라면 좋다.
꿈 속의 피는 대운을 뜻한다고 한다. 어쨌든 그렇게 믿고 싶지만 롯데는 이미 4강 플레이오프 진출이 멀어졌다. 그저 꿈인가보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자료출처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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