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0. 09
노벨상의 계절이 돌아왔다. 사실 노벨상보다는 이그노벨상이 훨씬 재미있다. 미국 하버드 대학이 시상하는 이 상은 ‘엉뚱한 노벨상’. 올해 이그노벨 평화상은 동성애를 유발해 적군 병사들의 규율과 사기를 떨어뜨리는 화학무기 ‘게이 폭탄’ 개발을 추진한 미 공군 라이트 연구소가 수상해 관심을 끌었다.
한국프로야구 2007 정규시즌이 끝났다. 올해 한국야구 이그노벨상을 뽑아보자.
#물리학상
‘시속 130㎞ 미만이면서도 떨어지지 않는 직구’를 던진 삼성 전병호. 전병호는 이 무시무시한, 어찌 보면 물리학 법칙을 위반한 듯한 공으로 올시즌 ‘전성기’를 맞았다. 그 공으로 홈런도 11개밖에 맞지 않았다. 규정이닝을 채우고 전병호보다 홈런을 덜 맞은 한국 투수는 2명밖에 없다. 선동열 대표팀 투수코치는 전병호를 2008 베이징 올림픽 예선 대표팀 5차 엔트리에 발탁했다. 마구(魔球) 인정.
#화학상
팀의 케미스트리가 무너지면 어떻게 되는지 여실히 보여준 KIA. 사실 KIA는 부상선수 속출로 팀의 화학적 결합을 도모할 기회조차 없었다. 여기에 ‘이종범 은퇴설’이 불거지면서 구단, 코칭스태프, 선수로 이어지는 결합 또한 깨진거나 다름없다. 심지어 KIA는 팬들과 싸우기도 했다. 무릎꿇고 절한 것도 소용 없었던 모양. 결국 창단 이후 2번째 꼴찌. 팀 케미스트리의 중요성을 일깨워줬다.
#생리의학상
한국 나이 서른 아홉에 20-20 달성에 성공한 삼성 양준혁. ‘세월이 흐르면 늙는다’는 의학적 진리를 거스르는 맹활약을 펼쳤다. 한화 장종훈 코치가 20홈런을 때린 것은 33살 때가 마지막이었다. 배리 본즈와는 다르다. 스테로이드 효과가 아니라 스테이크 효과였다.
#경제학상
올시즌 관중 목표를 ‘목표 대비’ 무려 4028%나 초과달성한 삼성. SK의 ‘전년 대비’ 관중 증가율 98%와는 천지 차이다. 물론 목표를 워낙 작게 잡은 덕분이다. 삼성은 올시즌 초반 관중 증가 목표를 겨우 0.89%로 잡았는데, 36%나 늘었다. 그래서 4028% 증가. 과감하게 100%를 목표로 잡은 롯데는 결국 달성에 실패했다.
#평화상
시즌 중반 프로야구에는 심판들의 보이콧 사태가 터졌다. 이를 두고 ‘심판의 난’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 전쟁은 이틀 뒤 심판들이 보이콧을 철회하는 바람에 없던 일이 됐다. 전쟁을 취소한 심판들에게 평화상 수여. 물론 전쟁을 일으킨 원인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7년째 부산의 가을을 ‘평화롭게 만든’ 롯데가 공동수상.
#문학상
“당신은 영원한 우리의 이종범입니다.” 이 말만큼 감동적인 말이 올시즌 있었을까. 사랑하는 선수를 위해 신문광고를 실었던 이종범 팬카페가 2007 한국프로야구 이그노벨 문학상.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경향신문
[베이스볼 라운지] 선입관과 몰카 (0) | 2022.11.10 |
---|---|
[베이스볼 라운지] 두산고 베어스 (0) | 2022.11.10 |
[베이스볼 라운지] 아버지와 아들 (0) | 2022.11.09 |
[베이스볼 라운지] 홈런볼의 가치 (0) | 2022.10.18 |
[베이스볼 라운지] 초심, 지키고 계십니까 (0) | 2022.10.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