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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머신] ‘384G 연속 출전’ 원조 금강불괴(金剛不壞)였던 남자 추승균

--민준구 농구

by econo0706 2022. 11. 8.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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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0. 16.

 

소나무 같았던 남자 추승균 전 감독은 역대 최장 연속 출전 기록을 가지고 있다. 1997년 출범한 KBL의 역사에서 그보다 더 꾸준했던 남자는 없었다.

추승균 전 감독은 1997-1998시즌 데뷔한 이래 무려 약 8년간 단 한 번도 쉬지 않았다. 주전 선수들에 대한 의존도가 지금보다 높았던 과거의 일인 만큼 그 의미는 더 깊다. 384경기 연속 출전이라는 기록은 22년 역사를 자랑하는 KBL에서 단 한 명만 세울 수 있었다.

현대전자를 시작으로 대전 현대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추승균 전 감독은 이상민, 조성원 감독과 함께 ‘이·조·추’ 트리오를 형성해 ‘현대 천하’를 이뤘다. 1997-1998, 1998-1999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루는 데 있어 추승균 전 감독은 일등 공신이었다.

1998 방콕아시안게임 출전으로 인해 11경기를 비웠던 1998-1999시즌을 제외하면 추승균 전 감독은 항상 코트 위에 서 있었다. 연속 출전 기록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던 때였기에 조명받지 못했지만 풀타임 출전 기록자가 드문 현재에 이르러 그의 기록은 대단해 보일 수밖에 없다.

추승균 전 감독은 “당시에는 크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대단한 것 같기도 하다(웃음). 여러모로 연속 출전 기록은 자부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열심히 살았다는 확실한 증거이니까”라며 웃음 지었다.

연속 출전 기록은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추승균 전 감독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정말 많이 했다. 비시즌 때는 시간이 많으니까 모두가 다 열심히 하는데 시즌에 돌입하면 소홀해진다. 스스로 채찍질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보강 운동을 많이 했고 젖산 제거를 위해 노력했다. 그랬기에 많은 경기를 쉬지 않고 뛸 수 있었다”라고 이야기했다.

384경기 내내 건강한 몸 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힘들었다. 특히 부상 방지는 필수였다. 추승균 전 감독은 “모든 선수들이 그랬듯 나 역시 부상은 있었다. 무릎이 좋지 않았는데 보강 운동을 정말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지금처럼 재활에 대한 개념이나 치료 시설이 많았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대비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부상을 최소화하려고 했다”라고 밝혔다.

프로 선수에게 있어 잘 먹는 것 역시 필수다. 어쩌면 운동보다 중요하다고도 볼 수 있다. 추승균 전 감독은 “잘 먹는 게 가장 중요하다. 특별한 보양식은 챙겨 먹지 않았다. 녹용은 가끔 먹었는데 무엇보다 식사를 할 때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잘 먹어야 체력 회복에도 좋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 연속 출전 기록을 세우고 있던 추승균 전 감독은 2004-2005시즌 정규리그 최종전을 통째로 휴식하며 기록이 중단됐다. KCC는 최종전 결과에 상관없이 2위가 확정됐기에 추승균 전 감독을 비롯해 이상민, 조성원 감독에게 휴식을 제공했다. 연속 출전 기록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더 아쉬운 건 2005-2006시즌 역시 54경기를 모두 출전했다는 것이다. 만약 최종전 출전이 가능했다면 추승균 전 감독의 연속 출전 기록은 훨씬 더 늘어날 수 있었다.

추승균 전 감독은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아쉽다(웃음). 경기에 뛸 마음으로 준비를 했는데 이미 순위가 확정됐기에 벤치에만 앉아 있었다. 사실 그때는 연속 출전 기록을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기억해보면 참 아쉬운 일이다”라고 회상했다.

철인이었던 추승균 전 감독은 타고난 체력과 기량을 과시하며 선수 생활 말년에도 남다른 활약을 펼쳤다. 황혼기에 접어든 2008-2009시즌에는 정규리그+플레이오프+챔피언결정전까지 총 71경기를 모두 소화했다. 결국 챔피언결정전 MVP에 선정되며 말년에도 최고임을 증명했다.

5개의 챔피언결정전 우승 반지, 통산 1만 득점(10,019) 기록, 자유투상 6회, 최우수 수비상 2회, 수비 5걸 7회 등 추승균 전 감독은 오랜 시간 동안 많은 것을 이뤄냈다. 그를 KBL 최고의 포워드로 만든 것은 화려함이 아닌 성실함, 그리고 꾸준함이었다.

추승균 전 감독이 384경기 연속 출전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이후 그 누구도 이상의 기록을 세우지 못했다. 그만큼 꾸준했던 선수가 없었고 부상에 발목이 잡혀 연속 출전 기록이 중단된 선수도 있었다.

그러나 2019-2020시즌 추승균 전 감독의 기록을 경신할 남자가 등장했다. ‘NEW 금강불괴’ 이정현이 오는 20일 현대모비스 전에서 385경기 연속 출전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정현은 2010-2011시즌 데뷔 이후 군복무 및 국가대표 차출 기간을 제외하면 단 한 번의 결장도 하지 않았다. 지난 2019 FIBA 중국농구월드컵 중국과의 순위결정전에서 발목 부상을 당했음에도 개막전부터 4경기 연속 출전하고 있다. 현재 이정현은 382경기 연속 출전 중이다.

지난 시즌까지 이정현을 지도했던 추승균 전 감독은 “그 누구보다 (이)정현이가 내 기록을 넘어서게 돼 기쁘다. 바로 옆에서 지켜봐 왔기 때문에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알 수 있다. 먹는 것도 잘 먹고 몸 자체도 튼튼하다. 그동안 잔부상이 많았음에도 결장하지 않았다. 최근 월드컵에서 발목을 다쳐 정상이 아닌데도 여전히 잘하더라. 내 기록을 누군가가 넘어섰으면 했는데 정현이가 그 주인공이 될 수 있어 좋다”라고 극찬했다.

현역 시절 보여준 것에 비해 박한 평가를 받았던 추승균 전 감독은 그 누가 뭐라 해도 KBL 최고의 포워드였다. 그는 “그저 좋은 몸을 잘 물려받았다”라며 겸손함을 보였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뼈를 깎는 고통과 인내, 그리고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추승균 전 감독의 384경기 연속 출전 기록이 대단해 보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기록을 경신 직전에 있는 이정현 역시 대단한 존재인 것이다.

 

민준구 기자 minjungu@jumpba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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