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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머신] 기대와 실망이 공존했던 남자, 제럴드 허니컷

--민준구 농구

by econo0706 2022. 11. 10.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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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07. 05

 

한국농구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NBA 출신의 특급 외국선수도 쉽게 성공할 수 없는 곳이 바로 KBL이다. 15년 전에 발을 디딘 제럴드 허니컷(45, 199cm) 역시 쓴 잔만 들이킨 채 떠나야 했다.

외국선수 자유계약제가 첫 도입된 2004년, NBA 출신 선수들은 물론 세계 각지에서 뛰고 있던 외국선수들이 대거 한국 땅을 밟았다. 그중에서도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서 있었던 건 단연 허니컷. NBA 출신 경력자들 중에서 가장 화려한 이력을 자랑했다.

1974년생인 허니컷은 200cm가 채 안 되는 신장에도 툴레인 대학의 에이스로 활약했고, 1997 NBA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39순위로 밀워키 벅스에 지명됐다. 첫 시즌 38경기에 출전하며 평균 6.4득점 2.4리바운드를 기록했고, 37.7%라는 높은 3점슛 성공률을 자랑했다. 필라델피아 76ers로 이적 후, 중국, 푸에르토리코, 러시아를 경험하기도 했다. 이후 필리핀에서의 활약으로 KBL에 입성할 수 있었다.

비록 전성기 시절의 기량은 아니었지만, 허니컷의 가치는 누구나 인정할만한 수준이었다. LG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허니컷과 계약에 성공한다.

당시 전력분석원이었던 박도경 LG 홍보차장은 “내가 기억하는 허니컷은 굉장히 프로페셔널했던 친구였다. 당시 NBA 선수들도 잘 착용하지 않던 전신 타이즈를 입은 기억이 있다. 추운 날씨에 몸을 따뜻하게 하는 방안이었는데 우리 선수들도 허니컷을 따라서 많이 입었다. 자기 관리가 철저했고, 어린 선수들을 잘 이끌었던 기억이 있다. 행동 하나하나가 정말 프로답다는 인상을 준 첫 선수였다”고 기억했다.

당시 모든 언론들은 허니컷에 대해 “KBL을 지배할 남자”라고 표현했다. 초특급, NBA 출신이라는 수식어가 붙었고, 그만큼 많은 기대를 받았다.

15년 전, LG의 해외업무를 담당했던 김성기 KGC인삼공사 팀장은 “허니컷의 기량이 예전처럼 뛰어난 편은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KBL에 올 수 있었고, 시즌 전까지만 하더라도 기대감이 높았다. 훈련 때나 연습경기 때 보여준 기량은 굉장했다. 본 시즌 때 더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대부분이었다”라고 이야기했다.

개인 기량만큼은 절대 부정할 수 없었다. 일대일 승부에선 허니컷을 제대로 막을 수 없었고, 내외곽을 넘나들며 2004-2005시즌 평균 21.3득점 10.6리바운드 3.8어시스트 1.8스틸을 기록했다. 그러나 LG의 성적은 바닥을 헤매고 말았다.

현역 시절, 직접 부딪혔던 이규섭 삼성 코치는 “덩치도 좋고, 개인 기량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전성기 시절이 지났던 만큼, 눈에 띄는 선수는 아니었다”고 회상했다.

농구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허니컷의 일당백 플레이는 LG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말았다. 특히 비슷한 포지션에 있던 조우현, 김영만과 중복 문제를 낳으며 시너지 효과가 아닌 역효과를 낳고 말았다.

박도경 차장은 “좋은 기량을 갖고 있는 선수도 나머지 4명의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지 못한다면 100% 효과를 낼 수 없다. NBA 출신이라고 해서 상대 5명을 모두 뚫고 들어갈 수는 없으니까. 그런 부분에서 허니컷의 강점이 반감됐고, 한 시즌을 끝으로 떠나야 했다”고 전했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허니컷을 받쳐줄 센터가 없었다는 것. 토종 센터가 귀했던 과거, LG는 마땅한 빅맨이 없었다. 신인 티를 벗은 송영진이 있었지만, 그 역시 좋지 못한 몸 상태로 인해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 공격과 수비에서 부담을 안고 있던 허니컷은 집중 견제에 몰리며 무너지고 말았다.

김성기 팀장은 “LG는 2004-2005시즌 이후 빅맨 영입에 열을 올릴 정도로 필요성을 처절하게 느꼈다. 그 정도로 허니컷을 보좌해줄 빅맨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혼자 다 하는 것만으로 KBL에서 개인, 팀 성적을 모두 만족시킬 수는 없다. 지금으로 보면 트로이 길렌워터와 비슷한 스타일이었던 것 같다. 여러모로 아쉬운 선수다”라고 밝혔다.

허니컷과 함께한 LG는 2004-2005시즌 17승 37패로 9위에 머무르고 말았다. 허니컷은 이후 일본, 레바논 리그를 전전하며 2012-2013시즌을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15년이 지난 현재, 우리는 또 다른 외국선수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NBA 경력 제한이 풀리면서 선택의 범위가 넓어졌고, 소문에 의하면 NBA, 유로리그 등 다양한 선수들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화려한 경력을 지닌 선수라고 해서 무조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허니컷은 물론 아써 롱, 사마키 워커 등 수많은 NBA 출신 선수들이 등장했지만, 성공과는 거리가 먼 모습만 보이고 떠났다.

화려한 경력을 지닌 선수들이 성공할 수 없는 무대, KBL은 그래서 재미가 있다. 쉽게 예상할 수 없는 만큼, 새로운 얼굴이 대거 등장할 2019-2020시즌 역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민준구 기자 minjungu@jumpba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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