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02. 04.
발렌시아가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와의 코파 델 레이 준결승 1차전에서 0-7 대패를 당하며 또 다시 구단 역사에 남을 치욕적인 대기록을 수립했다.
발렌시아가 지난 주말 스포르팅 히혼과의 스페인 프리메라 리가(이하 라 리가) 홈 경기에서 0-1 패배를 당한 데 이어 주중 바르사와의 코파 델 레이 준결승 1차전에서도 0-7 대패를 당하며 악몽과도 같은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와 함께 구단 역대 기록들을 부정적인 의미에서 하나 둘 깨나가고 있다.
먼저 발렌시아는 히혼전에서 0-1로 패하며 1929년 라 리가 대회 설립 후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라 리가 홈 6경기 연속 무승의 수모를 당했다. 게다가 홈 원정 통틀어 라 리가 11경기 연속 무승의 슬럼프에 빠졌다. 라 리가 11경기 연속 무승은 구단 역대 최다 경기 연속 무승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자 1986년 3월 23일(13경기 연속 무승) 이후 30년 만에 최다 경기 연속 무승이기도 하다.
발렌시아의 기록 파괴 행진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게리 네빌 발렌시아 감독은 주중 바르사와의 코파 델 레이 준결승 1차전에 좌우 측면 미드필더 포지션에 측면 수비수가 원래 포지션인 질헤르메 시케이라와 주앙 칸셀루를 동시에 선발 출전시키면서 측면 수비수를 4명이나 배치하는 파격적인 전술을 들고 나왔다. 리오넬 메시와 네이마르를 이중 수비로 막겠다는 포석이었다.
하지만 발렌시아는 경기 시작 11분 만에 바르사 최전방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스에게 2실점을 허용하며 계획이 어그러졌다. 흡사 코너에 몰린 복서가 난타를 당하는 형세였다. 발렌시아 중앙이 헐거워지자 바르사 수비수 헤라르드 피케마저 상대 진영으로 전진해 자유롭게 활보하기 시작했다.
28분경 리오넬 메시에게 추가 골을 내주며 전반이 채 지나기도 전에 3실점을 허용하자 다급해진 네빌 감독은 32분경 중앙 미드필더 다닐루를 빼고 측면 미드필더 소피앙 페굴리를 교체 투입하는 강수를 던졌다. 하지만 발렌시아는 전반 종료 직전 중앙 수비수 슈코드란 무스타피마저 퇴장을 당하면서 위기에 빠졌다.
결국 네빌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질헤르메 시케이라를 빼고 중앙 수비수 루벤 베주를 투입해야 했다. 마지막으로 57분경 칸셀루를 빼고 데드 라인에 레알 마드리드에서 영입한 측면 미드필더 데니스 체리셰프를 교체 투입했다. 좌우 측면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시킨 시케이라와 칸셀루를 모두 교체했다는 건 네빌 스스로 자신의 전술 실험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걸 자인하는 셈이었다.
하지만 수적 열세에 더해 공격적인 전술 변화는 기세가 오를대로 오른 바르사의 화력에 기름을 붓는 격이나 다름 없었, 결국 바르사는 메시가 58분경과 73분경에 추가 골을 넣으며 해트트릭을 완성한 데 이어 82분경과 87분경에 수아레스가 2골을 더 추가하며 7-0 대승의 마침표를 찍었다.
발렌시아는 코파 델 레이 준결승 1차전에서 0-7 대패를 당하면서 구단 역사상 최다 점수 차 타이 패배를 기록했다. 네이마르의 페널티 킥 실축이 없었다면 발렌시아는 구단 역대 최다 점수 차 패배를 당했을 것이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발렌시아가 공식 대회에서 7골 차 패배를 당한 건 1993년 11월, 칼스루어와의 UEFA컵 원정(0-7 패) 이후 23년 만의 일이다. 발렌시아는 1955년 3월, 데포르티보 알바레스와의 라 리가 원정에서 0-7로 패한 이후 61년 만에 스페인 무대(라 리가, 코파 델 레이, 수페르코파)에서 최다 점수 차 패배를 당했다. 발렌시아가 마지막으로 코파 델 레이에서 7골 차 패배를 당한 건 1928년 5월 6일 레알 소시에다드전(0-7 패) 이후 무려 88년 만의 일이다. 공교롭게도 당시 역시 코파 델 레이 준결승 1차전 원정 경기였다.
일정 부분 예견된 참사였다. 네빌은 지도자 경력이 전무한 인물이다. 흔한 유소년 감독직도 수행한 적이 없다. 잉글랜드 대표팀 수석 코치 경력이 전부였다. 전술적인 부분만 생각해도 되는 코치와 선수단을 운영해야 하는 감독은 천양지차이다. 아무리 네빌이 선수 생활 은퇴 후 영국 스포츠 전문 채널 '스카이 스포츠'에서 뛰어난 입담과 분석력을 자랑했다고는 하지만 이론과 실전은 별개의 문제이다. 이에 주제 무리뉴 前 첼시 감독은 네빌을 만나 "벤치에 있으면 비디오를 멈출 수도 없고, 스크린을 터치할 수도 없으며, 선수들을 그에 맞게 움직일 수도 없다"라고 조언했다.
네빌은 발렌시아가 무승의 슬럼프에 빠지자 주장인 다니 파레호의 부담을 줄여주겠다며 파코 알카세르와 알바로 네그레도를 공동 주장에 선임하는 강수를 던졌다. 하지만 정작 이는 네그레도에게 고스란히 부담감을 떠넘기는 셈이 되고 말았다. 실제 네그레도는 히혼전에서 5번의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무산시키며 0-1 패배의 주범으로 떠올랐다. 선수단 관리의 부재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네빌이 정상적인 통로로 발렌시아의 지휘봉을 잡은 것도 아니다. 피터 림 구단주와의 인맥 덕에 발렌시아 지휘봉을 잡을 수 있었다. 실제 네빌은 피터 림과 함께 살포드 FC 지분을 공동 소유하고 있다(피터 림 50%, 게리 네빌 10%, 필 네빌 10%, 라이언 긱스 10%, 폴 스콜스 10%, 니키 버트 10%). 네빌의 감독직 부임을 바라보는 발렌시아 팬들의 시선이 고울 리 만무했다. 팬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감독이 성공을 거두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발렌시아가 자랑하는 명장 라파엘 베니테스도 결국 레알 마드리드에서 쫓겨나다시피 경질되고 말았다. 초보 감독 네빌에겐 허들 자체가 지나치게 높았다.
발렌시아는 네빌 부임 후 라 리가 8경기에서 5무 3패를 기록 중에 있다. 네빌 부임 이후의 성적만을 놓고 보면 라 리가 19위 강등권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네빌 부임 이전만 하더라도 발렌시아는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인 4위와 승점 5점 차를 기록하고 있었으나 이제 강등권인 18위 라요 바예카노와 승점 5점 차로 12위에 올라있다. 이제 더 이상 강등 위기에서도 자유롭다고 볼 수 없다.
이미 챔피언스 리그에선 일찌감치 탈락했고, 그나마 네빌에게 있어 유일한 생명줄이라고 할 수 있었던 코파 델 레이에서도 준결승 1차전에서 0-7로 대패하며 사실상 탈락이 확정된 상태다. 네빌 본인은 바르사전 대패 이후 기자회견에서 사임할 의사가 없다고 못 박았으나 더 이상 추락할 곳이 없어진 발렌시아이다. 이젠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시기다.
김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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