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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뚜루 마뚜루] '쉰' 팀보다 '쉴' 팀이 더 무서웠다

--홍윤표 야구

by econo0706 2022. 11. 17.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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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1. 11

 

한국야구위원회(KBO)가 2012년 11월 30일에 2013시즌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 경기 일정을 발표하자 롯데 자이언츠가 특정 팀에 너무 불리하게 일정이 짜여 있다고 강력하게 반발하는 소동이 일었다. 

급기야 롯데 구단은 KBO에 공개 질의서까지 냈다. 롯데 구단은 보도자료를 통해 “구단은 12월 3일 2013년 일정은 경기조작이나 다름없는 편파적인 내용이라고 KBO에 항의하고 시정조치를 촉구한다”며 ‘경기조작’이라는 극단적인 용어를 사용해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롯데 구단은 특히 “특정구단은 2~4일간 휴식을 취한 구단과 12차례, 다른 특정구단은 단 한차례 배정돼 있는데 이것을 공정하다고 할 수 있습니까? 공정하다는 판단이라면 그에 따른 근거를 제시하십시오.”라고 KBO를 다그쳤다.

롯데 구단의 일정 재편성 요구에 대해 언론도 ‘불공정한 편성이자 롯데 구단이 피해자’라며 두둔했다. KBO는 결국 단장회의를 연 끝에 2013년 초에 일정을 재조정, 발표하는 곡절을 겪었다.

일정의 기형화는 NC 다이노스의 참가로 사상 처음으로 9개 구단 체제가 되는 바람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지만 롯데 구단이 유독 ‘쉰 팀’과의 대결이 많아 그만큼 불리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작용, 파동이 일었던 것이다.

일정에서 가장 눈길이 쏠린 대목이 휴식일이었다. 홀수 구단 체제여서 한 팀은 무조건 쉬어야 하는 데에 따라 각 구단이 손익 계산을 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긴 했다.

상식적으론 우선 3연전을 쉰 팀과 곧바로 대결해야 하는 팀이 가장 불리할 것으로 여겨졌다. 3연전을 쉰 팀이 투수력을 비축할 수 있는 이점이 있었던 탓이다. 6연전을 치르는 팀으로선 그만큼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렇다면, 그 결과는 어땠을까.

구단별 휴식 예정 팀과 휴식 팀의 팀 간 상대전적(표 참조)을 보면 휴식 예정 팀에 대한 전 구단의 성적이 56승 2무 68패로 승률 5할에 훨씬 못 미쳐 4할5푼2리에 그쳤다. 반면 휴식 팀과의 대결에서는 69승 4무 54패로 승률 5할을 훌쩍 넘겨 5할6푼1리를 기록했다.

예상과는 달리 ‘쉰 팀보다는 쉴 팀이 더 무서운’ 것으로 나타났다. 구단마다 다소 편차는 있었지만 사흘을 쉬고 나와 체력이 충만한 팀보다 앞으로 쉴 팀과의 상대전적이 훨씬 저조했다는 얘기다.

공교롭게도 롯데는 일정 재편성의 빌미가 됐던 휴식 팀과의 경기에서 13승 4패로 9개 구단 가운데 승률(.765)이 가장 높았지만 휴식 예정 팀과의 경기에서는 6승1무8패로 승률이 9개 구단 평균치에도 못 미치는 4할2푼9리에 불과했다. 이 같은 수치로 보자면, 애초 롯데 구단이 구태여 목청을 높일 이유가 없었던 셈이다.

‘쉴 팀’에 대한 승률이 가장 높았던 구단은 LG 트윈스로 승률 6할(9승 6패)이었고 삼성(4승 3패, .571)과 두산(11승 10패, .524) 등 3팀은 승률이 5할을 넘었다. 나머지 6개 구단들은 모두 승률 5할대 밑이었다.

LG는 ‘쉰 팀’과의 상대전적에서도 11승 4패, 7할3푼3리로 롯데 다음으로 승률이 높아 9개 구단 가운데 ‘쉴 팀’이던 ‘쉰 팀’이던 가리지 않고 가장 성적이 좋았다. 

이 같은 결과가 나온 데는 구단마다 사정이 있고,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거칠게 보자면 ‘쉴 팀’이 휴식 기간을 감안해 주전 투수들을 집중 기용한 결과라는 풀이가 가능하다. 거꾸로 ‘쉰 팀’이 승률이 낮은 것은 선수들의 경기 감각이 떨어져 휴식이 보약이 된 게 아니라 오히려 독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할 수 있겠다.

예상을 벗어난 것이 또 한 가지 있다. 올 시즌 전에 휴식기가 끼어 있는 일정이 8년만의 20승 투수와 40홈런 타자 등장의 도우미 노릇을 해줄 것을 기대했지만 그냥 기대로 끝나고 말았다. 20승은커녕 15승 이상 기록한 투수조차 단 한명도 없는 흉작이었다. 

아무튼 일반적인 관측과는 어긋난 이런 결과는 2014년 시즌에 9개 구단들이 참고, 기초자료로 활용해 시즌 전략을 수립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홍윤표 선임기자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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