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0. 25.
10월 24일 대구구장에서 열렸던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2013년 한국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 도중 삼성 주전 외야수 박한이(33)가 타격 후 1루로 달리다가 이른바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head first sliding)’을 시도하다가 손가락 부상을 당했다.
박한이는 삼성이 1-3으로 뒤지고 있던 3회 말 1사 후 주자 없는 상황에서 두산 선발 노경은의 4구째 공에 기습 번트를 댔다. 공이 투수 앞으로 굴러가는 사이 박한이는 1루로 전력 질주했다. 베이스를 2m 남짓 앞에 두고 앞으로 엎어져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시도했으나 아웃됐다.
그 과정에서 박한이의 왼손가락이 고정돼 있는 1루 베이스 앞부분에 약간 꺾이면서 닿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만약 좀 더 깊숙이 걸렸더라면 손목이 꺾일 수도 있는 아주 위험한 순간이었다. 박한이가 왼쪽 가운데손가락 통증으로 인상을 찌푸리는 모습이 취재 카메라에도 역력하게 잡혔다.
올해 시즌 중에는 물론이고 포스트 시즌 들어와서도 타자가 내야 땅볼을 친 후 1루로 달려가다가 베이스 앞에서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시도하는 장면을 자주 목격할 수가 있었다.
그 같은 주루는 당연히 권장할 만한 것이 아니다. 우선 부상의 위험성이 너무 크고 어찌 보면 무모하다. 보는 이로 하여금 역동적인 인상을 주고 동료들의 투혼을 불러일으키는 효과를 낳을 수는 있을 지는 모르되 자칫 크게 다칠 우려도 안고 있는 것이 바로 1루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이다.
1루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과 관련, 우리 프로야구에서는 아직 측정한 자료가 없지만 미국이나 일본에는 있다.
예전 미국 메이저리그 신시내티 레즈의 감독을 역임했던 피트 로즈(72)는 선수시절 과감한 주루 플레이로도 팬들의 아낌없는 사랑을 받았던 선수였다.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은 그의 전매특허 같았다. 그는 1루는 물론 1루에서 2루로 향할 때도 툭하면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감행했다. 하지만 투혼이 넘치는 그런 슬라이딩, 특히 1루에서 그런 시도를 하는 것은 실제로는 탄력을 받아 그냥 달리는 것보다 오히려 늦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프로야구 판에서는 2000년대 중반,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내야수로 뛰었던 빠른 발의 시미즈 다카유키 내야수를 모델로 측정한 결과 ‘스윙 후 1루로 그냥 달리는 것’은 ‘4초06’,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들어가는 것’은 ‘4초18’로 나타났다. 즉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이 0.12초 늦은 것이다.
결론으로, 1루로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시도하는 것은 무엇보다 부상의 위험성이 크고, 게다가 만약 1루 악송구가 나왔을 경우 일어나서 2루로 뛰는 동작이 느려진다는 단점도 있다.
그런데도 타자들이 1루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는 것은 ‘자신도 모르게’ 몸이 그렇게 움직이는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한가지, 수치로 나타나지 않는 이득은 소속 팀 덕 아웃에 불어 넣는 투혼과 활력일 수는 있겠다. 그런 무형의 소득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몸이 자산인 선수들이 더 이상 무모한 1루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다가 다치는 험한 꼴은 더 이상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홍윤표 선임기자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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