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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를 떠받들고 있는 마법의 ‘마이너스(-) 게임차’ 그리고 박빙 경기 ‘승률 0.750’

---全知的 롯데 視點

by econo0706 2023. 5. 17.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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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05. 17.

 

저녁 9시 무렵이다. 슬슬 타 구장 소식이 궁금하다. 창원에서는 다이노스가 랜더스를 앞서고 있다. 선두 복귀의 기회다. 그러나 스코어가 불안하다. 겨우 1-0 리드다. (16일 대전, 롯데-한화전)

아니나 다를까. 살얼음이 깨진다. 이글스 파크에 육성 응원이 우렁찬 8회 말이다. 김원중의 조기 투입도 별수없다. 2사 후, 정은원의 적시타가 터졌다. 1-1 동점. 도로 아미타불이다.

 

▲ 롯데가 연장 10회 터진 노진혁의 결승 홈런으로 3연승을 달렸다. 시즌 20승 고지도 밟았다. /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하지만 우주의 기운이 갈매기를 버리지 않는다. 10회 초. 노 검사의 타구가 까마득히 솟아오른다. 우측 폴 쪽으로 아슬아슬하다. 마치 칼튼 피스크가 펜웨이 파크에서 그랬던 것처럼. 강렬한 염원이 “안으로, 안으로”를 외친다. 그리고 타구는 더 이상 휘어지지 않는다. 결승 2점 홈런이다.

롯데가 다시 1위로 올라섰다. 올 시즌 두 번째다. 처음은 지난달 30일이었다. 8연승으로 맨 앞자리까지 뛰쳐나갔다. 2017년 이후 2209일 만이다. 그렇게 사흘을 머물렀다. 그러고는 줄곧 2위에서 버텼다. 결국 2주 만에 고지를 탈환한 셈이다.

순위표에 특이한 숫자가 보인다. 게임차에 등장하는 마이너스(-) 표시다. 1위 자이언츠와 2위 랜더스. 둘 간의 승차가 -0.5로 표시된다. 뭐, 간혹 있는 일이다. 그렇다고 흔한 경우는 아니다. 요즘 말로 괴랄한 현상이다.

/ KBO 홈페이지

 

KBO의 순위는 승률이 기준이다. 승수를 게임수(무승부 제외)로 나눈 수치다. 여기에 따라 롯데(0.645)가 SSG(0.639)를 앞서 1위가 된다.

그 옆에 따라다니는 숫자가 ‘게임차’다. 또는 ‘승차’라고도 부른다. 이건 간격을 나타낸다. 두 팀 간의 차이가 어느 정도인 지를 알려준다. 그러니까 A팀이 3연승하고, B팀이 3연패 했을 경우 동일선상이 되면 게임차는 3.0이 된다.

계산하는 공식이 따로 있다. [(상위팀 승리-패배)-(하위팀 승리-패배)]÷2=게임차.

KBO 순위표는 1위가 기준이다. 한화의 게임차가 9라는 것은 롯데와 차이가 그 정도라는 말이다. 보통은 양수(+)로 나타난다. 그런데 마이너스도 종종 생긴다. 승률은 낮지만, 승패 숫자는 밀리지 않는 경우다. 게임수의 차이 때문이다.

롯데는 10개 팀 중에 가장 적은 31경기를 소화했다. 반면 SSG는 37게임이나 치렀다. 그러면서 이례적인 마이너스 승차가 생기게 됐다.

순위표에 음수(-)가 등장한 것은 5월 초다. 며칠 동안 내린 비 때문에 취소되는 경기가 늘어났다. 어린이날 시리즈 마지막 날(5월 7일)을 마친 뒤다. 롯데는 1위 SSG에 2.0 게임 뒤진 2위였다. 그런데 3위 LG와 SSG의 승차는 1.5였다. 그러니까 2위 롯데와 3위 LG의 게임차는 -0.5가 된 셈이다.

이후 열흘 가까이 이런 현상이 계속된다. 급기야 1위에 오르며, 이번에는 2위와 그런 관계가 된 것이다.

▲ 대전 한화전에서 호투한 롯데 김상수를 향해 동료들이 박수를 보내고 있다. /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물론 일시적인 현상이다. 시즌을 마친 뒤에는 모든 팀의 경기수가 144로 같다. 때문에 이런 경우가 생길 가능성은 희박하다. (무승부 숫자가 영향을 끼치는 예외도 있다.) 그리고 어차피 중간 순위일 뿐이다. 대단한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영 그런 것만도 아니다. 어쨌든 기분 문제 아니겠나. 오랜 기간 하위권을 맴돌았다. 벼르고 벼른 새 시즌이다. 3등보다는 2등이 낫고, 2등보다는 1등이 즐겁다. 그래야 없던 기운도 생기고, 신바람에 콧노래도 흥얼거린다.

이 무렵 사직동의 금기어가 있다. ‘봄데’라는 못된 말이다. 괜히 절기까지 따져보게 된다. 올해 입하(立夏)가 언제였더라. 양력으로 5월 6일이었다. 봄이 끝나고, 여름이 시작되는 날이다. 갈매기들이 노심초사할 날이다.

그러나 상기하시라. 마법 같은 숫자(기호)가 나타났다. 그 날이 5월 7일이다. 바로 입하 다음날이다. 홀연히 등장한 ‘마이너스’다. 벌써 며칠째. 그들을 떠받들고 있다.

 

박빙 경기 ‘승률 0.750’, 롯데의 초절정 ‘가성비 야구’ 키웠다

 

야구는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는 게임이다. 안타를 훨씬 적게 치고도 승리하는 팀이 자주 나온다. 가령, 1안타만을 때리고 5안타를 맞더라도 1-0으로 이길 수 있는 경기다. 또 비슷한 전력의 팀간 경기일수록 승부는 효율성의 싸움으로 가려진다.

올해 프로야구 롯데는 최고의 ‘가성비 야구’를 하고 있다. 개막 이후 외국인투수 2명이 모두 부진한 가운데 최근에야 살아났다. 타선에서는 리드오프 황성빈 등 주력 선수의 부상 공백이 있었다. 투타 세부 지표를 기반으로는 잘해야 중위권을 오르내릴 정도였다. 16일 현재 팀 평균자책 8위(4.31)에 팀타율은 4위(0.260), 팀 OPS는 5위(0.690)를 기록하고 있다. 수비력 평가 잣대 중 하나인 수비효율(DER)은 0.668로 9위다. 그런데 롯데의 팀 순위는 20승11패(0.645)로 전체 1위다.

롯데는 승부 앞에서 최고의 효율을 끌어내고 있다. 올시즌 초박빙 경기의 승률을 통해 얼마나 가성비 좋은 야구를 했는지 입증하고 있다.

롯데는 올시즌 박빙 경기가 잦았다. 15일 현재 31경기를 치른 가운데 3점차 이내로 끝난 경기를 20차례나 벌였다. 롯데는 박빙의 20경기에서 승률 0.750(15승5패)을 기록했다. 1점차 승부에서 4승1패(1위), 2점차 승부에서 7승3패(2위). 3점차 승부에서 4승1패(1위)를 각각 기록했다. 박빙 승부의 고승률은 강팀의 전형적인 지표이기도 하다.

아직 시즌 초반이다. 그러나 개막 이후 30경기가 넘도록 ‘우연’ 또는 ‘행운’이 지속되지는 않는다. 이 같은 각각의 지표가 가리키는 곳은 롯데 야구의 변화다.

 

▲ 롯데 노진혁이 지난 11일 사직 두산전 10회말 2사 1루에서 끝내기 2루타를 치고 동료들과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간의 롯데 야구는 분위기를 타면 연승을 타다 가도 다시 바로 무너지는 패턴이었다. 힘이 있을 때는 이기다가도 체력이 떨어질 즈음이면 바로 경기력으로 나타나는 팀이었다. 올해 롯데는 분위기로 야구를 하고 있지 않다. 승부처에서 강해졌다. 1~2점으로 결과가 갈리는 경기 또는 1~2점으로 흐름이 바뀌는 장면에서 움직임이 매우 빨라졌다.

지난 16일 대전 한화전에서도 롯데 야구의 변화를 읽을 수는 있는 장면이 몇 차례 나왔다. 안타가 적잖이 나왔지만 매듭을 짓지 못하면서 공격 쪽에서 잘 풀리지 않는 경기였다. 그렇게 1-0으로 겨우 리드하던 8회말 선발투수 찰리 반즈가 선두타자 오선진에게 2루타를 맞았다. 너무도 잘 던지던 반즈의 투구수는 92개. 이전 같으면 한번 더 결과를 보고 불펜을 움직였을지 모른다. 그러나 롯데는 바로 구승민으로 투수를 바꿨다. 구승민은 브라이언 오그레디 타석에서 대타로 나온 박정현의 헬멧 챙을 맞히는 헤드샷으로 퇴장했지만, 대기하고 있던 김상수가 올라왔고, 아웃카운트 2개가 잡힌 뒤에는 마무리 김원중이 등판했다. 김원중은 정은원에게 동점타를 맞는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롯데 마운드의 8회 움직임은, 올시즌 투수 운용 변화를 설명한다. 박빙 경기에서는 한 박자 빠르게 움직이고 있고, 그것이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롯데는 1-1이던 연장 10회초 터진 노진혁의 우월 투런홈런으로 승기를 잡았다. 그러나 연장 10회 무사 1루, 5번 전준우 타석에서 보내기 번트로 1사 2루를 만들려는 시도를 했다. 번트 작전은 성공하지 못했지만, 초박빙 승부처에서는 누구라도 희생번트를 댈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는 메시지였다. ‘가성비 야구’의 근원적 동력일 수 있다.

 

백종인 기자 goorada@osen.co.kr

+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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