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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화살 꽂힌 철새

溫故而之新

by econo0706 2007. 2. 15.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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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도청 한국사일본은 지금 화살 꽂힌 오리과의 철새 한마리를 두고 온나라 안이 연일 법석이다.

 

어떤 밀렵자가 쏟 화살에 관통된채 도쿄(東京) 시내의 이 못 저 호수를 날아 다니는 이 상처입은 철새는 모든 신문 텔레비전의 추적으로 연일 대서특필되고 있는데다 이를 사로잡아 치료, 생환시키려는 시당국과 동물원에서는 연일 헬리콥터며 투망을 들고 뒤쫓아 다니느라 일대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 한다. 보도진 때문에 인파가 모여들고 이 소동 속에서 보호는 불가능할뿐 아니라 쇼크사할 가능성이 높다 하여 자숙을 요구, 극성스런 보도진도 이에 응하기로 했다 한다.

 

이 화살 꽂힌 철새는 비단 일본 뿐 아니라 동물보호의 양식을 타고 유럽과 미국의 신문에서도 연일 대서특필되어 나약한 한마리 철새의 생명이 이 세상 사람들의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화살 꽂힌 철새-하면 유럽사람들은 공처가협회의 회원마크를 연상한다. 오리과의 철새들은 암놈이 수놈을 선택하여 짝을 짓는데 그 구혼현장의 수놈은 목을 비틀어 조아리고 발을 꺽어 교태를 부려야 하며 짝지은 후에도 내주장에 따라 행동하는 공처가로 알려져 있다. 공처가들이 이 오리에 화살을 꽂은 디자인의 배지를 달고 다니는 이유가 자명해진다.

 

이에 비해 동양에 있어 화살꽂힌 철새는 일편단심 충성의 상징이요 표상이었다. 한나라 무제대 북변 흉노에 사신으로 갔다가 잡힌 몸이 된 소무는 머나먼 바이칼 호반으로 유형을 당했다. 항복하면 우대한다는 감언을 뿌리치고 들쥐와 풀뿌리 그리고 모포를 씹으며 종신형을 감내하고 있었다. 흉노에게 항복한 한나라 재상 이능을 소무에게 보내어 항복을 권유했으나 누더기 옷틈에서 한나라 사신이라는 증표를 내보이며 초로같은 인생 비굴하게 살게 뭐냐면서 막무가내였다.

 

19년의 세월이 흘러간 어느 가을날 밤 하늘을 날으는 철새오리를 보고 고국에 소식을 전해달라고 울부짖었다. 그 무렵 한나라 천자가 사냥을 하는데 한마리 철새오리를 쏘았다. 한데 그 오리 발에 소무가 큰 호수가에 아직 살아 있다 는 전갈이 묶여있음을 보고 죽은줄만 알았던 소무의 생존을 확인하고 외교를 펴 생환시키고 있다. 더러는 화살 꽂힌 철새를 조작했다는 설도 있고 천심이 소무의 생존을 철새로 하여금 매개시켰다는 설도 있다.

 

아무튼 화살 꽂힌 철새 하면 버림받아가며 갖은 고통을 감내하는 충성을 뜻하기에 이른 것이다. 여기 동물학대를 규탄하는 상징으로서 화살 꽂힌 철새가 새롭게 등장한 것이다. 부러진 제비다리 여며주는 흥부의 전통이 있는 우리 나라인지라 이웃나라 일로 넘겨버릴 일이 아닌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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