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란(和蘭)에서 이 세상 처음으로 안락사가 법적으로 보장되어 세상이 술렁대고 있다.
불치의 병으로서 참을 수 없는 고통이 수반되면 안락사 시킬 수 있다는 합법화 법안이 일전 화란 하원에서 91대 45로 가결되고 있다. 반대표 가운데 39표는 안락사죄를 조건없이 폐지해야 한다는 보다 과격한 표라하니 실제 찬-반은 1백30대 6인 셈이다.
인류에 있어 안락사의 역사는 유구하다. 이미 스파르타나 로마제국 에서는 기형의 아이는 안락사 시키는 것을 법으로 정해놓고 있었으며, 게르만 민족은 무사(武士)가 늙어서 무기를 조종할 수 없게 되면 동료에게 죽여 주길 간청하고 죽여 주는게 도리가 돼 있었다. 유태의 옛법에도 늙어 노동할 수 없게 되면 지정된 벼랑에서 규정된 절차에 따라 떠밀어 죽이게끔 돼있었고, 남태평양에서는 노모를 생매장하면서 묻히는 자와 묻는 자가 다정하게 대화하는 것을 탐험가 헌트가 목격하고 기록에 남기고 있다.
여진족들은 어버이가 늙어서 걷지 못하게 되면 성찬을 베풀고 곰이 되겠습니까, 호랑이가 되겠습니까고 묻는다. 곰이 되겠다 하면 가죽자루 속에 산채로 넣어 나무에 걸어놓고 활을 쏘는데 화살 한개로 죽이는 아들일 수록 효자로 칭찬 받는다. 노망을 하면 일정량의 음식과 더불어 생매장했던 우리 나라의 고려장도 원시적인 안락사의 잔존이며 노부모가 병을 앓으면 피막이라는 외딴 움막에 버려 죽어가게 하는 기로속도 원시적 안락사의 잔존이랄 수 있다.
이 안락사 풍습이 동양에서 삼강오륜의 효도정신에 의해, 서양에서 생명 존엄의 기독교 정신에 의해 증발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근대에 재론되기 시작한 것은 히틀러 시대의 독일에서 생존의 가치가 없는 생명은 인위적으로 소멸시킬 수 있다는 형법 취지를 합법화 하여 유태인 학살로까지 원용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의회에 상정되었으나 찬-반 표결에서 큰 차로 부결되었었다. 스위스에서도 불법이기는 한데 환자가 간절히 원할 경우 의사는 1주일분의 마약을 머리맡에 놓아둘 수는 있다. 이를 한꺼번에 먹고 죽으면 자살로 처리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이런 판국에 화란의 의결은 충격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현대는 식스 나인시대(69시대) 란 말이 있다. 99.9999%- 곧 식스나인의 정확도를 지닌 아폴로우주선도 폭발하듯이 인간의 생명도 99.9999%의 사망확률이 있더라도 0.0001%의 살아날 수 있는 확률이 있는 법이다. 이를테면 100% 죽을 것으로 진단된 위암 환자가 자연치유되는 기적이 의사 20년 체험기간 1명꼴로 있었다는 통계도 그것을 말해 준다. 뇌사(腦死)의 합법화 추세와 더불어 생명에의 외포심(畏怖心)이 건포도처럼 메말라가는 증거요, 고려장 시대로의 회군(回軍) 나팔 소리를 듣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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