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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7일 시장(市長)

溫故而之新

by econo0706 2007. 2. 1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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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도청 한국사갑오개혁으로부터 일제의 강제병탄에 이르는 16년동안의 지금의 서울시장이랄 한성판윤이 꼭 70명이나 갈리고 있다.

 

한 판윤당 재임기간이 평균 2개월 20일꼴이다. 관제의 대폭 개혁이 있었던 갑오년 한해만도 21명의 한성판윤이 갈리고 있으니 한 사람이 맡은 시정기간은 보름꼴밖에 되지 않는다.

 
비단 한성판윤뿐 아니라 육조판서나 팔도감사, 3백 60고을의 수령들도 석달만에 갈리는 백일(百日)판서 니 보름만에 끝나는 삭망(朔望)현감이 비일비재했었다.
 
우리 전통사회에는 한번 벼슬자리에 오르면 그 품작에 수반된 명예가 그 벼슬을 그만둔 후에도 지속되고, 죽은 후까지도 따라붙기에 단 하루 단 한달만이라도 벼슬자리에 앉기를 간절히 원했고, 이 과다한 수요에 비해 벼슬자리가 과소하기에 발령이나 통고도 없이 줄줄이 사람을 내려 보냈기로 보름판서 사흘현감이 양산되게 돼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이미 있는 벼슬아치에게 통고도 없이 새벼슬아치를 내려 보내는 인사관행을 내체(來遞)라고 했다. 인사이동을 체(遞)라 했는 데 만기가 되어 갈리는 체를 가체, 부모의 상을 입어 갈려가는 체를 상체(喪遞), 죄를 지어 파면당하는 체를 죄체(罪遞), 그리고 업무의 정기적인 고과에 의해 당하는 체를 폄체(貶遞)라 한다.
 
전통사회의 정치이념이 바로 도덕정치였기로 삼강오륜이나 도덕적 양심에 준한 인사관행이 꽤 발달해 있기도 했다. 이를테면 혐체(嫌遞)라는 것이 그것이다. 발령받은 자리의 윗사람이나 동료거나 아랫사람이 선대(先代)에 원한을 산 일이 있는 가문의 후손이거나 가문의 당색이 다르다거나 선대에 악신이 있거나 하면 부임을 거부하는 체다. 또 상하 벼슬에 부자간이나 숙질, 남매, 고종, 이종같은 가까운 혈연이나 친인척이 있으면 부임을 거부해야 했는데 이를 상피(相避)라 했다.
 
이처럼 도덕과 양심을 벼슬에 선행시키는 인사관행을 오늘에 각별히 부각시키고 싶은 체가 건체와 참체라는 것이 있었다. 전자는 임명권자가 모르고 있는 허물이나 과실이 있으면 그것이 별스러운 것이 아니더라도 이를 고사하여 그 누가 임명권자에게 미치지 않도록 하는 체요, 후자는 비록 그것이 불법은 아닐지라도 남보기 부끄럽고 가책이 가는 일이 있거나 생겨나면 그 자리를 물러나는 체다.
 
문민정치에 대한 기대 때문인지 예전 어느 때보다도 정치하는 사람들의 도덕성이 요구되고 그에 대한 관심도 민감해진 것 같다. 그래서 내체같은 해프닝도 없는 세상인데 기록적인 단명(短命)인 7일 시장 이 탄생하는 것도 그렇고, 양산되는 많은 벼슬아치들에게 건체 참체를 요구하는 눈매가 매세워져있는 것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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