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민족의 민족성으로 노벨수상 작가인 임어당은 다음 열다섯가지를 들고 있다.
(1)은근 (2)소박 (3)자연애 (4)인내 (5)무관심 (6)노회 (7)다산 (8)근면 (9)검약 (10)가정애 (11)평화주의 (12)지족 (13)유머 (14)보수적 (15)호색이 그것이다.
총체적으로 보아 활력과 정력이 넘치는 청년성이라기보다 원숙하고 노련한 노인성이다. 노인성 문화권에서는 노인을 우대하고 노인되기를 갈망하며 중국이 노인 천국이 된 이유를 임어당은 여기에 잡고 있다. 혁명 이전에 중국에서 사람을 만나면 맨먼저 물어보는 것이 수령- 곧 나이다.
이 물음에 20대라고 겸연쩍게 대답하면 상대방을 위로하는 어투로 "미구에 노인이 될텐데 뭘-"한다. 40대라 하면 존경하는 기색을 띠며, 50대라 하면 외포의 감을 표한다. 고령일수록 묻는 사람의 태도가 진솔해지며, 거지도 백발(白髮)이면 각별한 대접을 받는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나이 50이 되면 한국사람 회갑잔치처럼 성대히 생신을 치르며 출세한 상인이나 관리의 경우 40회 생일에 큰 잔치를 벌이기도 한다.
젊은이에게는 '귀만 있지 입은 없다'는 속담도 있듯이 서른살난 사람이 말을 하고 있으면 스무살난 사람은 듣고만 있어야 하며, 아버지가 아들에게 무엇인가 타이르고 있을 때 할머니가 입을 열면 당장에 말을 멈추어야 한다.
이 노인 천국이 혁명 후 변질을 가속해온 것이다. 정년이 남자 60, 여자 55세로 20년간 일한 사람이면 자기가 받던 급여의 70%를 받고 소위 오보-식료, 의료, 연료, 의료, 매장 혜택을 받기에 먹고 입고 사는데는 별로 불만이 없으나 노인소외가 혹심하여 노인 왕국이 1억을 헤아리는 노인식민지로 타락하고 말이다.
공동승용물이나 공공시설에서는 노인배려나 노인기피가 혹심한데다 푸줏간의 점원은 육질을 선별할 수 있는 권한을 악용하여 좋은 고기는 제자식 다니는 학교 사모님한테 돌아가고 노인에게는 부스러기 고기에 내장까지 섞어판다. 가족 모두가 밖에 나가 일을 해야 하기에 설거지는 노인에게 떠맡겨지고 부엌일을 마치면 조롱을 들고 공원에 나아가 호떡하나 사먹고 종일 소일하다 돌아오곤 한다.
더욱이 이 소외에서 형성된 공감으로 노인 재혼이 확산하고 있다던데 80년대까지만 해도 노부모를 재혼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는 것은 불효 중 상불효요, 50년대에는 마을에서 추방까지 시켰던 그 윤상범행이 장려되고 있다는 근간 보도를 접하고 보니 마지막 남은 노인 왕국도 붕괴되고 마는구나 싶어 무상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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