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 아프리카의 고원지대에서 살아온 갈로족은 19세기까지만 해도 이상적인 정치와 경제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원시공산체제를 유지해 내린 이 종족은 3년만에 한번씩 토지를 균등하게 나누어 갖는데 사람에 따라 선택하는 곡종(穀種)이 그해 기후에 맞았느냐 맞지 않았느냐, 또 근면했느냐 게을렀느냐에 따라 재산이 늘고 줄고 해서 3년만되면 빈부(貧富)의 차가 나고 만다.
이 빈부차를 없애기 위해 3년만에 한번씩 약탈(掠奪)의식이 베풀어 진다. 많이 가진 자들이 창고와 집문을 열어젖히고 적게 가진 자들로 하여금 재물들을 약탈해 가도록 한다. 가장 많은 재물을 약달당한 자에게 주민의 이름으로 훈장을 달아주는데 이것이 바로 민선추장(民選酋長)의 배지인 것이다. 추장은 이 갈로족의 훈장을 미국 서부지대의 보안관처럼 가슴에 달고 3년동안 집권을 한다. 남을 다스리는 자는 재물을 갖거나 재물에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는 원시적이고 이상적 형태를 이에서 볼 수가 있다.
미국 북서부의 아메리카 인디언에서도 연례적으로 추장의 재산을 파괴하는 풍습이 채집되고 있다. 어느 달 밝은 밤에 날을 잡아 이웃하고 사는 중족의 추장끼리 자신이 가진 보다 많은 재물을 갖고 나와 쌍방의 많은 주민들이 보는 앞에서 파괴하고 불지르는 포트러치 라는 의식을 갖는다. 보다 많은 재물을 파괴할수록 존경을 받고 훌륭한 추장으로 우러름받는다. 이 포트러치는 이웃하고 사는 종족끼리 대외적으로 전쟁을 미연에 방지하는 관습이면서 대내적으론 통치자의 재물을 없애는- 그래서 재물 때문에 야기되는 통치상(統治上)의 폐를 예방하는 관습인 것이다.
이처럼 이상적인 공직자상은 재산을 갖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가졌더라도 공직자가 되려면 아낌없이 버려야 했다. 현종 때 호조판서인 김좌명의 몸종으로 최술이라는 아이가 있었는데 글을 잘해서 호조의 말단 서리로 발탁해 썼던 것같다. 한데 어느날 과부인 술이의 어머니가 김 대감을 찾아와 술이를 몸종자리로 되돌려 주십사고 간청을 하는 것이었다.
사연은 이러했다. "대감 덕택으로 보리밥이라도 끼니를 이어왔는데 술이란 놈이 서리가 되자 그것은 벼슬이라고 크게 장사하는 부자가 사위로 맞아들여 처가살이를 하는데 서민들은 맛도 볼수 없는 뱅어국도 맛이 없다고 투장을 부린다 하니 몇달사이에 사치한 마음이 저 지경이면 얼마가지 않아 나라 재물에 손을 대 죄를 범할 것이 뻔한 일이 옵니다. 재(財)는 재(災)이옵니다. 우리 술이를 옛자리로 되돌려 주십사" 하는 것이었다. 재물과 공직과의 함수관계를 최술이 대변해 주고 있다할 것이다.
공직풍토 여기저기에 쌓여있는 그 재를 퍼내어 모든 공직자가 갈로족의 훈장을 달고 일하는 것을 보았으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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