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이규태 코너] 그린피스

溫故而之新

by econo0706 2007. 2. 16. 09:20

본문

[이규태 코너] 도청 한국사연전 미국의 오클라호마시티 교외 곧게 난 아스팔트 길을 달리다가 목격한 일이다.

 

2차선중 안쪽선에 가로 세로 3m쯤 되는 새끼줄이 둘러쳐져 있어 차들이 우회하고 있었다. 그 새끼줄에 조그마한 푯말이 달려 있어 내려서 보았다. 여기 작은 녹색 생명을 깔아뭉개지 말아주십시오-한 그린피스 소녀가- 라고 씌어져 있었다. 그러고서 유심히 보니 두꺼운 아스팔트가 가늘게 갈라진 곳이 있고 그 복판에서 작은 녹색 풀싹 하나가 힘겹게 뚫고 오름을 볼 수 있었다. 무척 감동적인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아스팔트를 뚫고 돋아 오르는 생명의 강인함이 감동적이었다기보다 문명의 횡포로부터 이 작은 생명을 아끼려는 한 그린피스 소녀의 심성이 감동적이었던 것이다.
 
동해에다 핵쓰레기를 버리는 거대한 러시아 군함 TNT 27 을 바싹 뒤따르며 감시하는 GREEN PEACE 라 씌어진 작은 배를 텔레비전 화면으로 보았을 때 바로 오클라호마에서 느꼈던 동질의 감동이 치솟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 감시하는 것을 방해하고자 군함에서 뿌려대는 물줄기를 피해가며 악착같이 추적하는 그린피스의 작은 배나 오클라호마의 작은 소녀는 인류에게 애오라지 남은 양심을 지키는 작은 영웅들인 것이다.
 
그린피스란 핵, 환경 파괴, 고래나 야생동물의 포획 등의 금지를 호소하고 고발하며 항의하는 순수한 민간단체로 전세계 40개국에 5백만 회원으로 구성돼 있다. 운동에 소요되는 경비는 회원 회비이기에 빈곤할 수 밖에 없다. 바로 아스팔트위 풀의 생명보호를 호소한 오클라호마의 소녀도 그 회원일 것이요, 통통배 타고 핵쓰레기를 고발한 용기있는 청년들도 자원 봉사의 회원이며, 그 폐기 사실을 그린피스에 고발하여 미리 그 해역에 가 현장을 포착케한 것도 러시아 안에 있는 그린피스 회원이었을 게다.
 
만약 이번에 그린피스의 고발이 없었던들 아무도 모르게 방사능은 버려졌을 것이요, 앞으로도 계속 버려져 동해물과 백두산이-하는 그 바다는 마르기 전에 죽어버리고 말 것이다. 1985년 프랑스의 핵실험 반대를 호소하고자 출동한 그린피스선(船) '무지개 전사'가 프랑스 정보 기관의 공작으로 폭파당하면서부터 알려지기 시작한 이 그린피스는 수난의 연속일 수 밖에 없다. 1989년에는 일본의 고래잡이 배를 항의하던 그린피스선이 고의적인 충돌로 두쪽이 나기도 했다. 동해의 핵쓰레기 고발과 동시에 네덜란드에서는 철새들 도래지요 북해 어류의 산란지에 가스전(栓)을 개발하려들자 그린피스 회원들이 그 개발회사 지붕에서 낙하산 시위를 하고 있다.
 
한데 우리는 목구멍에 와닿고 있는 위해인데 그 작은 파수꾼에 의지하고 있는 것만 같아 모양새가 좋지 않다. 핵쓰레기를 남의 집 샘물 속에 버리는 러시아의 무딘 신경도 알아 모시려니와 강렬한 인상을 남긴 그린피스의 활약상이었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