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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아들나무 손자나무

溫故而之新

by econo0706 2007. 2. 16.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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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도청 한국사예루살렘 구성(舊城) 밖 여리고로 가는 길목에 검은 양떼들이 거니는 야트막한 돌산 하나가 있다.

 

'배신자의 동산'으로 불리는 이 산 돌무지 가운데 썩어 문드러진 고목 한 그루가 서있음을 볼 수 있다. 바로 이 고목이 예수 12사도 가운데 배신한 유다가 목매 죽은 나무로 구전되고 있다. 최후의 만찬에서 유다는 키스로써 예수임을 로마 병사에게 밀고하고 총독 관저로 가 밀고한 대가로 은화 30개를 받는다. 예수가 사형이 선고되는 것을 보고 가책을 받은 유다는 은화를 관저 뜰에 던져버리고 성밖으로 나가 목매 죽은 것으로 돼있다.
 
그 유다가 목을 맨 나무를 소개하는 관광 안내자에게 성서시대의 나무가 남아 있다는 것은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목을 맨 바로 그 나무가 아니라 그 나무를 대대로 접목시켜 내린 자손나무라는 것이었다. 진짜 자손나무인지, 관광자원으로서 조작한 것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었다.
 
3천5백년전 이집트왕인 즈탄카멘의 무덤에서 황금의 관과 보석들에 섞여 나온 완두콩을 발아시키는데 성공, 유럽의 관광지에 가면 3천5백년전의 이집트 콩볶음이라고 하여 관광상품으로 팔고 있으며 뉴턴으로 하여금 만유인력을 발견케 한 사과나무의 손자나무는 지금 한국에서도 해마다 열매를 맺고 있다.
 
인도 비하르 부다가야에 가면 석가모니가 그 아래에서 성도했다는 1백척이 넘는 보리수가 서있다. 이 보리수의 일생도 기구하기 그지없다. 신라 혜초스님이 이 곳에 들렀을 때도 돌담 안에 보호돼 있었다. 한데 그후 시바신을 믿는 샨샤카왕이 잘라내고 뿌리에 독즙을 부어 사멸시킨 것이다. 1863년 이 성도성지를 복원하면서 지금 자라고 있는 이 보리수를 실론의 한 고목에서 접목, 옮겨 심었던 것이다. 아쇼카왕 시절 불교를 독실하게 믿었던 왕의 누이가 실론으로 시집가 사는데 바로 이 성도 보리수의 남쪽 가지를 꺾어다 궁궐 정원에 심어 혈통을 유지시킨 것이다. 지금의 보리수는 실론에서 대를 물린 아들나무에서 다시 대를 물린 손자나무인 셈이다.
 
수령 1천년이 넘는 용문산 은행나무가 노쇠하자 그 아들 나무의 묘목을 만들어 이 명목의 대를 잇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우리 나라의 고목들은 국운이 기울면 소리내어 울거나 외적이 도끼질하면 피를 뿜거나 하는 우국목이요 끌어안고 왜적의 겁탈에 저항했던 열녀목이며 올라가 손가락에 불을 지르고 부모의 병낫기를 기도했던 효자목이고 악정을 베풀면 열매맺기를 거부하는 저항목 아닌 것이 없다.
 
곧 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문화가 꽃피어있는 나무다. 그 늙어 사라져가는 나무들의 자손 나무를 만들어 그 문화를 계승시키고 그 덕을 널리 펼치는 작업을 행정차원에서 시행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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