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대제국이 목욕탕으로부터 망하기 시작했다는건 알려진 사실이다.
제정 말기에 로마에는 8백50여개의 욕장에서 하루 7억5천만ℓ의 물을 소비했다 한다. 그중 큰것은 12만5천㎡로 2천3백명이 동시에 들어 갈 수 있었으며 이 욕장들이 대리석 모자이크와 은괴로 수도꼭지를 만들었을 정도로 사치를 극했었다고 기봉의 <로마제국흥망사>에 씌여있다.
이 욕장들에는 운동시설이라는 미명으로 공을 가지고 겨루는 도박장이 있어 이곳에서 운동 을 하고 증기탕(사우나) 온탕 냉탕을 거쳐 벌거벗은 젊은 여노예로 하여금 마사지를 시킨다음 디귿자형 침상에 엎어져 마시고 먹어댄다. 마시고 먹는동안 무희가 춤을 추고 곡예사가 곡예를 하며 방랑시인이 시를 읊는다. 그러다가 먹이가 목까지 차면 거위털로 목구멍을 간지럽혀 토해내고는 또 먹기를 거듭했던 것이다.
목욕 사치는 대로마제국만을 망친 것이 아니다. 당나라가 기울기 시작한 것도 바로 현종의 이궁인 화청궁 옥련탕에서 비롯됐음은 상식이 돼있다. 10년전에 발굴했던 이 못은 다섯잎의 옥으로 만든 연꽃 화심에서 온천물이 솟아오 르게 돼있으며 용뇌향을 탕물에 풀고 옥으로 만든 용과 물고기를 띄웠다. 욕조 둘레에는 금 은 보석을 눈부시도록 박은 금수융단을 둘러놓고 30명으로 된 소년 소프라노의 합창을 들으며 양귀비는 목욕을 했던 것이다. 반란을 일으킨 안녹산이 뭣보다 먼저 이 옥련탕을 메워버린 것은 바로 민원이 이 욕탕으로 쏠려 있었기 때문이다.
마르코스 필리핀 전대통령의 망명 후 그가 살았던 말라카낭궁이 공개됐는데 부인 이멜다가 썼던 욕실만도 천장을 대형의 거울로 장식하고 고급 프랑스향료 10가지를 욕향으로 쓴것이 양귀비의 화청궁 욕실과 다를 것이 없었음도 망국과 목욕 사치의 함수를 입증해 주고있다.
같은 값의 돈일지라도 물에 담가 보면 가라앉는 돈과 뜨는 돈이 있다고 말한 것은 보르테르다. 곧 피땀 흘려 번 돈은 가라앉고 노름해서 모은 돈은 뜰것이요 가엾은 이웃을 돕는데 쓸 돈은 가라앉을 것이요 뇌물로 쓴 돈은 둥둥 뜰 것이다.
피땀 스민 돈이요 나라 지키는데 보태 써달라고 맡긴 그 가라앉는 돈으로 높은 어르신네들을 위한 호화 사우나 시설을 갖춘 욕탕과 헬스장치를 하는데 유용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세상에 그것이 어떤 돈인데 가장 백성으로부터 신뢰받아야 할 행정부서가 망국과 직결되는 욕장사치에 유용했다는 것은 개탄 이전에 불길한 예감을 금할 수 없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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