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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순흥(順興) 만석군

溫故而之新

by econo0706 2007. 2. 16.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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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도청 한국사모질도록 인색하게 돈을 모아 망신하는 것을 '놀부 제비 후리질'이라 한다면 피눈물 나도록 검약하게 돈을 모아 좋은 일에 쓰는 것을 '순흥 만석군'이라 한다.
 
<동야휘집(東野彙輯)>이라는 문헌에 버려진 돌밭을 일구어 근면 일변도로 만석군이 되는 순흥골 황 부자 이야기가 있다. 어찌나 검약하던지 부자가 된 연후에도 밴댕이 세 마리 올려놓고 제사를 지낸다 하여 소문이 났었다. 한데 만석을 채운 그 당일로부터 행려병자를 먹이고 재웠으며 과거치러 가는 어려운 서생들 노자를 대주고 상경하는 데 말을 주어 타고 가게 했다.
 
이 황 부자의 덕으로 대과에 급제한 많은 서생 가운데 하나인 최생이 경상도 감사가 되어 순흥골에 이 은인을 찾아 보았다. 황 부자는 자선에 재산을 다 쓰고 헛간에 거적 쓰고 죽어갔으며 그 웅장했던 고대광실은 쑥밭에 폐허가 되고 논밭 한뙈기 물려받지 못한 아들은 밀양 염전에 가 지게질하며 연명하고 있었다.
 
고금을 통틀어 우리나라 부자는 놀부나 옹고집처럼 수전노요 인색한이며 심사마저 고약한것으로 돼있지만 순흥골 만석군 같은, 자수성가하여 이룬 그 부를 일푼 남기지 않고 또 물리지도 않고 공수거한 이도 없지 않았다.
 
미국에도 '순흥골 만석군' 같은 부자를 '헤티형 백만장자'라고 한다. 황 부자는 밴댕이 세 마리로 제사를 지냈지만 19세기 말 월가의 모든 돈이 이 여인의 손으로 집산하여 마녀로 소문나 있던 헤티 그린은 연료비 아깝다고 겨울에도 찬 오트밀만 먹고 14세난 아들이 무릎을 다쳤을 때 무료진료소를 찾아다니는 바람에 합병증이 생겨 다리를 절단해야했을 만큼 돈을 아낀 여인이다. 그가 죽은 후 궤짝으로 맞춘 침상 아래 식품 양철통에서 당시 2억2500만달러의 재산이 사회환원 유언과 더불어 발견되었던 것이다.
 
보도된 바로 우리 나라 대표적 벤처기업 사장이 경영권을 자식에게 물리지 않고 능력있는 사원에게 물렸고 자식들도 재산보다 그 정신의 유산이 더 값지다 했으며, 미국에서도 한 평생을 자기 공장의 뒤켠 트레일러 집에서 살며 모은 돈 5000억원을 가족 아닌 사회에 환원하고 공수거하고 있다.
 
동에서 순흥골 만석군이, 서에서 헤티형 백만장자가 탄생한 정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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