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이규태 코너] 한(韓)-월(越) 작가교류

溫故而之新

by econo0706 2007. 2. 16. 19:26

본문

[이규태 코너] 도청 한국사한국문인 10명이 오늘부터 닷새 동안 베트남작가동맹의 초청으로 베트남을 방문, 양국간의 문학교류와 각기 자기네 문학의 독자성을 확인하고 모색할 것이라 한다.

 

두 나라 모두 오랜 역사 동안 중국문학의 아류에서 못 벗어나고 오랜 식민기간 동안 정체성을 상실해 온 것이 공통되고 있으나 그를 잊지 않고 버티어낸 정신적·정서적 공통성을 찾고, 밀어닥친 구미화의 탁류에서 어떻게 그 정체성을 보존해 내느냐를 모색한다 하니 뜻 있는 교류가 아닐 수 없다.
 
프랑스 통치하의 베트남에서 문화의 정체성을 지키는 정신을 '심향정신'이라고 호칭하는 작가가 있었다. 심향은 베트남 중부 밀림에서 나는 향으로 당나라 현종이 이 심향나무로 호수 안에 정자를 짓고 양귀비와 향락에 탐닉했다던 향이다. 단풍나무에 코끼리가 지나가다가 낸 상처에서 흘러나온 수지가 수 백년 굳어서 나는 향으로 외세가 지배하거나 판치면 심향이 나지 않는다 해서 심향정신이란 말이 생겨난 것이다. 곧 문학 속의 심향정신을 공감하러 작가들이 모인 셈이다.
 
한·베트남간의 문학교류는 유구하다. 임진왜란 때 일본에 잡혀가 교토에서 노예살이하던 진주사람 조완벽이 고국에 돌아오고 싶어 도망쳐나와 뱃사람이 된다. 남만 무역선을 타고 지금의 베트남인 안남에 갔을 때 당시 세도를 부리던 정소라는 환관의 고대광실에 초대받고 있다. 한국 사람임을 알자 반가워하며 시집 한 권을 내놓는데 당시 안남 상류사회에서 널리 읽혀지고 있는 시집이라는 것이다. 받아 들고 보니 왜란 때 종군했던 문신이요 실학자인 지봉 이수광의 문집이었다.
 
지봉이 선조 30년 명나라에 사신 길 갔다가 안남 사신인 풍극관과 사신숙소인 옥하관에서 한 달 동안 머물면서 주고 받았던 필담시집인 것이다. 그 한 대목을 보면 이렇다. 「귀국은 겨울도 봄처럼 따뜻하고 /얼음과 눈을 못 본다던데ㅡ」하면 「남국에는 겨울이 없고 봄이 하 많아ㅡ」하고 대꾸한다. 「한 해에 두 번 익는 벼와 /여덟 번 치는 누에가 있다던데ㅡ」하면 「두 번 익는 보리와 여덟 번 치는 인삼도 있다네」라고 운을 짚어 대꾸한다. 베트남과 한국풍물을 시적으로 나눈 필담집인 것이다.
 
이처럼 문학교류가 없지 않았던 베트남이다. 부디 그 심향의 뼈대를 추려다 외래에 짓눌리는 문화의 집에 받침대를 삼고 그 향을 피웠으면 하는 것이다. 

'溫故而之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규태 코너] 강추위  (0) 2007.02.16
[이규태 코너] 기메 미술관(美術館)  (0) 2007.02.16
[이규태 코너] 북촌(北村)  (0) 2007.02.16
[이규태 코너] 청국장  (0) 2007.02.16
[이규태 코너] 눈 쓸이  (0) 2007.02.16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