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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강추위

溫故而之新

by econo0706 2007. 2. 16.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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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도청 한국사영하 20도의 강추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폭설로 축사가 무너지고 비닐하우스가 주저앉은 연후의 추위라 농민을 아프게 하는 겨울 날씨다. 도시에서는 수도관이 터져 물동냥이 줄짓고 정계도 동파로 국력이 새고 있다.
 
세상에는 추위를 둔 적대문화권과 친화문화권이 있다. 문호 괴테가 겨울 추위를 피해 해마다 남방으로 유랑했듯이 피한하거나 방한하는 것이 관행이다. 추위와 적대해서 생활환경을 온실화하여 추위를 못참게끔 사람을 약화시켰다. 그래서 옛날에는 체온이 25~26도로 하강했을 때 죽던 것이 지금은 30도 이전에 죽는다 한다.
 
이에 비해 우리 나라에서는 보리의 동사를 막는 눈은 보리이불이요, 병충의 월동을 막는 강추위는 살충제며 수분을 고체화하여 지력을 보존함으로써 풍년을 예약해준다. 추위를 가장 잘 막아주는 흙집을 짓고 그나마도 열을 아껴 허리굽혀 드나들 만큼 옹색하게 살면서 추위와 대결하거나 피할 생각 않고 그 추위 속에 친화·공존해온 조상들이다.
 
추운 겨울에 서방님 나들이할 때면 버선 속을 후끈하게 하는 마른 고추 넣어주고 뱃속을 덥힌다는 생파를 먹여보냈다. 추위와 물리적으로 대결하기보다 이렇게 화학적으로 공존하며 달랬던 것이다.
 
이미 신라 때부터 사한단이라는 단을 쌓고 북방의 동신인 현명에게 날씨를 춥게 해주십사 하고 기한제까지 올렸던 자연 친화민족이다. 또한 추위를 취미화하기까지 한 풍류민족이다. 모든 꽃잎은 다섯 잎인데 눈은 음의 극수인 여섯 잎이라 하여 육출화로 미화하고 남색물 들인 종이로 눈을 받아 녹이면 그 각기 다른 눈모양이 얼룩으로 남은 것을 수집하여 견주어 보았던 것이다. 이 육출화 문양을 다식판이나 옷문양으로도 활용했다.
 
또한 강추위가 닥치면 물을 채운 나무대야 복판에 질그릇 엎어놓고 방문 밖에 놓아두고 잔다. 아침에 일어나면 얼음이 얼어 화초가 되기도 하고 수목 전각 별의별 모양을 다 이룬다. 이를 빙화라 했는데 이만한 겨울 풍류가 여느 다른 나라에도 있었다는 글을 본 적이 없다.
 
이만큼 추위 친화력이 강한 민족인데 그동안 추위 적대문화 속에 길들었기에 이만한 추위에도 민감해진 것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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