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아홉 칸의 고대광실이건 단 세 칸의 초가건 크고 작고와는 아랑곳없이 가격이라는 게 있었다.
사람에게 인격이 있듯이 그 집에 스미고 표출된 정신적 도덕적 틀이 가격이다. 혼담이 들어오면 알게 모르게 그 집의 뒤란을 돌아보는 관행이 있었는데 바로 그 뒤란이 잘 정돈된 집안인가 아닌가로 그 집안의 가격을 가늠하기 위해서였다. 앞 뜨락에는 파초를 심고 기둥마다 주련을 써붙였지만 뒤란은 굴뚝 연기에 그을리고 툇마루가 주저앉곤하여 난잡하고 지저분하면 가격이 낮고 그런 집에서 자란 사람은 표리부동한 것으로 가늠했던 것이다.
옛날은 뒤란이었지만 요즈음 도시에서는 옥상이 그 사각지대다. 녹슨 저수탱크와 TV안테나·청소도구에 빈병·쓰레기통·속곳 말리는 빨랫줄 등 한국의 치부가 노출되어 있다. 외국손님이 머물고 있는 곳이 고층 호텔이고보면 그들이 내려 보는 곳에 이 치부가 경연을 벌이고 있다. 가장 좋은 위치에서 가장 빨리 나라 품격을 격하시키는 한국의 옥상들이다.
서양에 「라이언 주택」이란 말이 있다던데 현관 전면이나 베란다 창변은 꽃으로 단장하고 뒤란이나 옥상은 지저분하게 버려두는 집을 일컫는다. 라이언 인간이라면 표리부동의 상종하지 못할 사람이란 속어가 돼 있기도 하다. 사자 생김새가 머리는 백수의 왕답게 근엄하지만 뒷다리는 앙상하여 빈약해 보인 데서 나온 말일 것이다.
집의 앞 뒤 그리고 옥상을 다르지 않게 잘 가꿔놓은 나라로 독일을 들 수 있다. '겨울정원'이라 하여 온실 같은 식물공간을 방안 공간과 접속시키고 옥상 정원을 의무화시켜놓은 유일한 나라이기도 하다. 독일은 가격만 높은 것이 아니라 국격이나 국품이 높음을 그로써 실감할 수가 있다.
일전 아사히신문 보도에 의하면 도쿄도에서도 모든 빌딩의 옥상 일정 면적에 공중정원을 의무화시키는 자연보호조례를 의결, 올 4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한다. 독일에 이어 옥상정원 제2호의 나라로 도심 기온의 상승으로 심화되는 열도현상을 완화시키는 데 주안점이 있다 한다. OECD 가입자격을 그 나라 옥상을 보고 가늠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한 외국학자의 말이 새삼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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