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끈으로 헤진 갓을 여미고 구멍 난 전대를 메고서 문전걸식하는 심봉사도 6대 판서가 난 명문의 후손이라며 후광 대는 데 서슴지 않는다.
팔도 장터를 누비는 각설이도 정승 판서 아들로서 팔도 감사를 마다 하고 각설이로 나섰다고 타령에서 후광부터 선행시킨다.
자기 자신보다 후광으로 자신을 부각시키려는 언행을 광배증후군이라 하는데 부처님을 등 뒤에서 광채나게 비추는 광배 같다 해서 얻은 이름이다. 영어로는 햇무리나 달무리를 뜻하는 헤이로우 효과라 하는데 혈연 지연 학연 권연 따지길 좋아하는 우리 한국인에게 강한 편이다.
사람이 되려다 못되어 원한 품고 헤매는 야차가 부처님 머리 뒤의 휘황찬란한 광배의 빛살 하나를 훔쳐 꽂고 보살행세를 하고 다녔다. 이를 보고 장자는 호의호식 융숭하게 대접하고 길을 가면 중생들이 길에 엎드려 허리를 들지 못했다. 부처님이 이를 알고 염력으로 그 빛살에서 빛을 증발시켰고 그것을 모르고 행세하다 들켜 몽둥이 뜸질을 당해 육신을 해체당한다.
주나라에 손양이라는 사람이 말을 감정하는 데 귀신 같아 천마를 다스리는 성신인 백락으로 불리었다. 어느 한 사람이 말 한 필을 팔고자 장에 매두었는데 사흘이 지나도록 거들떠보는 사람이 없었다. 이에 백락을 찾아가 장에 오셔서 한 번만 저의 말을 뒤돌아만 보아주시면 말값의 절반을 드리겠다고 했다. 가서 하라는 대로 뒤돌아보았더니 백락이 뒤돌아 본 말이라 해서 당장에 10배나 값이 뛰었기로 광배효과를 '백락고마'라고도 한다.
명사나 권력자와 악수를 하거나 사진을 더불어 찍음으로써 그 후광으로 자신의 위상을 돋보이게 하는 언행은 우리 한국의 정치인들에게 이상할 것 없는 상식이 돼내렸다. 그래서 미국대통령 취임식장에는 항상 다수의 정치인이 참석해 왔는데 부시 대통령 취임식에도 한국 각급 의원을 비롯, 40여명이 참석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공식 초청 인사나 방미사절은 11명으로 그 밖에는 6만~7만명이나 되는 온 세계로부터 모이는 손님의 일원으로 1만~15만달러라는 거액의 입장료를 내는 것이라 하니 광배효과치고 너무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더욱이 정국이 동파하여 국력이 누수되고 있는 판국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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