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시식이 떡국이요 이날 아침 떡국 먹지않은 사람은 드물줄 안다.
떡 사오 떡사려로 시작되는 떡 타령에 정월달에서 섣달까지의 명절 떡이 각기 다르게 나오는데 정월 떡은 달떡으로 나온다. 흰떡을 여러 사람이 떼어먹기 좋게끔 달처럼 큼직하고 만들어놓아서 달떡이다.
일본에서도 흰떡을 모찌라 하는데 미치쓰키(滿月)→모치쓰키(望月)→ 모치(望)→모치(餠)가 됐다했으니 바로 한국과 뿌리가 같은 달떡이다.
왜 여러 사람이 먹게끔 크게 해놓았느냐면 떡이 제사 음식이요 신명에게 바쳤다가 그 신명의 혜택을 입을 많은 사람끼리 더불어 나누어 먹음으로써 일심동체를 다지기 위해서다. 고금의 크고 작은 제사에 떡이 오르지 않은 제사가 없음이 그때문이다.
일본에서 각종 제사 때 신전에 올리는 떡을 따로 시도기라 했는데 우리나라에서 떡을 시덕(함경도), 시더구(평안도), 시더기(강원도)라 했음으로 미루어 같은 어원의 제사음식임이 분명하다.
흰떡을 끌어다 잘라 먹는다 해서 인절미(引切米)라 했음도 떡이 공식(共食)음식임을 입증하는 것이된다. 연변지방에 가면 지금도 여럿이 둘러앉아 먹는 밥상 복판에 김이 무럭무럭 나는 흰떡 한무럭ㅡ 달떡이 놓여나온다. 그럼 각기 이를 끌어 떼어다 떡고물에 묻혀 먹곤 한다. 첫날밤 신랑신부가 한잔술에 입을 같이 대고 합근주를 마시고 한 인절미 갈라먹는 것이며 시집간 딸 친정에 왔다 돌아갈 때면 이바지로 인절미 한 석작 지어보내는 것도 바로 인절미가 이질인간의 동질화를 가져다주는 상징 음식이기 때문이다.
한 집안 식구끼리 한솥밥 먹고 한 직장사람끼리 큰 한 술잔으로 돌려마심으로써 일심동체를 다지듯이 끈적 끈적 들러붙은 흰떡을 나누어 먹음으로써 한마음이 돼 친화력을 길렀던 것이다.
이 인절미의 동질화 정신을 살리고 먹기 편하게 만든것이 떡국이다. 달떡을 가래로 길게 빼어 먹음으로써 오복중의 으뜸인 축수(祝壽)를 가중시킨 것이다. 떡가래를 장명루(長命縷)라 불렀음도 그때문이다.
설날 아침 떡국은 그저 먹으면 한살 더먹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이화력을 동화력으로, 이질감을 동질감으로 수렴하는 성숙을 요구하는 정신음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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