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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쿼터族

溫故而之新

by econo0706 2007. 2. 20.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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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도청 한국사야구한다고 글로브와 방망이 들고 나갔던 놈이 30분 남짓해서 돌아온다.

 

오고가는 시간 빼면 15분도 다 못노는 셈이다. 돌아와서 집짓기 놀이를 하는데 이 역시 15분쯤 하다가 집어치우고 턱을 괴고서 텔레비전을 본다.

 
요즈음 아이들의 무슨 일이건 지긋하게 지속하지 못하고 15분 전후로 단절되는 개연성을 쿼터리즘이라고 하며 그 같은 단속성향의 아이들을 쿼터족이라 한다. 쿼터는 4분의 1로 한 해의 경우 3개월을, 한 시간의 경우 15분을 뜻하며 서양사람들의 시간 구분으로 자주 이용되는 단위 호칭이다.
 
소설을 읽어도 심훈의 '상록수'나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같은 장편은 엄두도 못내며 굳이 읽는다면 전반 4분의 1이 고작이라 한다.
 
읽는 데 15분 이상 걸리는 장문은 좋은 글이라도 퇴출당하기 일쑤인 작금이다. 독서인구가 격감한 이유가 이에 있으며 책을 쓸 때 그 4분의 1 속에 계속 읽게 하는 유인이 들어있어야 팔린다는 것도 상식이 돼있다.
 
인기있는 과외선생의 비결로 수업시간을 15분 단위로 단속시키거나 어찌할 수 없을 때 15분의 배수인 30분으로 해서 요즈음 아이들의 체내시계에 맞춘다는 것이다. 친구를 사귄 지 100일 만에 갖던 파티가 22일 파티로 4분의 1이 단축되었다는 보도도 있었다. 평생 지속돼야하는 우정마저도 쿼터리즘으로 촌단되고 있는 셈이다.
 
유원지의 회전목마나 스릴을 느끼는 각종 놀이기구 타는 시간도 5분으로 짧아져있다고 들었는데 단축시켜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이상 지속하면 지루하게 느끼기 때문이라 한다. 옛날 화투 놀이는 육백이라 하여 한 판 노는 데 적어도 30분은 걸렸는데 요즈음 고스톱은 5분도 걸리지 않는다. 그도 지루하다하여 단판 고스톱이 생겨났다.
 
텔레비전의 프로 편성도 15분을 기준으로 그 배수나 3배수가 기준이 되고있다. 광고를 분배해야할 필요성에서인지 정착돼가는 쿼터리즘에 리듬을 맞추기 위해선지 알 수 없다. 또는 그 텔레비전과 붙어 자란 세대의 체내시계를 만드는 데 텔레비전이 일조를 했다고도 볼 수 있다.
 
거기에 과정을 묵살하고 생략하는 컴퓨터나 인터넷 등 디지털 문화가 가세하여 쿼터 아닌 5분의 1, 6분의 1의 가속문명이 출현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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