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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볼 라운지] FA와 FTA

--이용균 야구

by econo0706 2022. 11. 13.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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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11. 20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단장들이 최근 올랜도에 모여서 회의를 했다. 올시즌이 끝나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 선수들의 명단을 확정하는 회의였다. 많은 구단이 포스팅 시스템을 문제삼았다. 포스팅 시스템에 대한 시비는 한국과 일본 시장을 겨냥한 것이다. 이를테면, 야구의 FTA를 요구했다. 관세를 걷어내고 선수들을 마음대로 데려가겠다는 뜻이다.

 

포스팅 시스템은 야구의 보호무역 장치다. 메이저리그가 한국 또는 일본 선수들을 함부로 데려가지 못하도록, FA 자격을 갖추지 않은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가려고 할 경우 비공개 경쟁입찰을 하도록 했다. 포스팅 금액은 원 소속구단에 이적료로 주어진다.

 

마쓰자카 다이스케 때문이었다. 보스턴 레드삭스는 지난해 이맘 때 마쓰자카를 데려오기 위해 무려 1억달러가 넘는 돈을 썼다. 세이부 라이온스가 받는 포스팅 금액만 5100만달러였다. 나머지는 마쓰자카의 연봉이다.

 

다른 팀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5100만달러는 ‘거품’이라고 주장했다. 자유경쟁을 해야 거품이 사라진다고 덧붙였다. 이번 단장 회의에서 많은 이들이 이같은 주장을 내놓았다. 이 참에 일본과 한국의 ‘야구 무역장벽’을 걷어내야 한다는 얘기였다.

 

이미 남아메리카 야구는 무장 해제됐다.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셈이다. 남미 출신 선수들은 드래프트 과정조차 거치지 않은 채 무작위로 계약당한다.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은 남미 곳곳에 ‘야구 아카데미’를 개설했다. 일종의 야구 학원이다. 그러나 훈련소에 가깝다. 메이저리그 드림을 꿈꾸는 남미 어린이들은 몸을 아끼지 않는다. 심지어 운동능력 향상을 위해 금지약물을 강요해도 고개를 끄덕인다. 어린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와 계약하면 아카데미는 수수료를 챙긴다.

 

그래서 푸에르토리코 야구는 망했다. 한국 프로야구 역사의 약 3배가 되는, 68년 역사의 푸에르토리코 겨울리그가 올해부터 열리지 않는다. 자국 출신 스타가 부족한 게 가장 큰 이유다. 푸에르토리코 체육부 장관은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앞으로 10년간 우리 선수들을 데려가지 말라”고 부탁했다.

 

야구 FTA를 거부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역시 베네수엘라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선봉에 섰다. 차베스 대통령은 자국 선수들을 메이저리그에서 데려갈 경우 계약금의 10%를 정부에 지급하는 규정을 만들 계획이다. 여기에 메이저리그의 자국선수들을 베네수엘라 정부가 언제든 데려올 수 있는 규정도 만들 계획. 국가대표를 원하는 대로 구성하기 위해서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국가대표 선발권도 막아왔다. 최근에도 40인 로스터에 들어있는 선수는 올림픽 예선에 참가할 수 없다고 제멋대로 발표했다. FA 김동주는 일본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서 두산은 사상 최고액인 62억원을 준비했는데 그것조차 일단은 싫단다. 일본과의 경쟁도 버거운데, 메이저리그 공세가 시작된다면 말할 것도 없다. FTA는 그래서 무섭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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