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2. 04
2008 베이징 올림픽 야구 아시아 예선이 열렸던 대만 타이중 구장은 외야 담장이 없다. 담장 너머로 고속도로가 지나간다. 차들이 씽씽 달린다. 어쩐지 정겹다. 아담하지만 실속있는 구장이다. 1만4000여명이 들어찬다.
대만전이 열린 지난 1일에도 1만4277명이 모여들었다. 대만 팬들은 열정적이다. 부딪쳐 소리를 내는 오색 곤봉을 들고 흔든다. 이들 말로 라라방(拉拉棒) 또는 자유방(加油棒)이라 부른다. 이게 꽤 시끄러운데 여기에 나팔까지 함께 불어댄다. 내려다보니 장관이었다.
6회가 되자 라라방들 사이로 스피드건 몇 개가 솟아올랐다. 마운드 위에는 박찬호가 서 있다. 박찬호가 공을 던질 때마다 라라방보다 높이 스피드건이 올라왔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다. 아시아 선수들을 살펴보기 위해 몇몇 구단 스카우트들이 대만 타이중에 왔다. 제2의 박찬호, 제2의 왕젠민(뉴욕 양키스)을 찾으려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위해 일하는 존 콕스 스카우트를 만났다. 지난해까지 뉴욕 양키스에서 일했다. 이제는 뉴욕 양키스의 에이스가 된 왕젠민을 발굴한 주인공이다.
스피드건을 들고 있지만 그들은 그것만 믿지는 않는다. 물어봤다. 야구는 무엇으로 하는가. 훌륭한 선수는 어떤 선수인가.
콕스는 답을 하는 대신, 자신의 손가락으로 머리와 가슴, 그리고 배를 가리켰다. “야구는 힘과 스피드로 하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야구는 바로 지능(Intelligence), 열정(Passion), 배짱(Gut)으로 하는 거”라고 했다.
지능은 야구를 아는 능력이다. 머리 좋다고 평가받는 선수들이 여기에 속한다. 열정 또한 야구에 대한 열정이다. LA 다저스의 전 감독 토미 라소다처럼 “세상에서 가장 슬픈 날은 시즌이 끝나는 날”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 배짱은 승부에 대한 자신감이다. 콕스는 “3만명이 들어찼던, 5만명이 들어찼던 상관없이 자기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설명했다. 승리에 대한 열망도 배짱에 속한다.
그래서 스카우트들은 스피드건의 숫자를 믿지 않는다. 다만 참고사항일 뿐이다. 그들은 선수를 만나 얘기하고 지켜본다. 이 3요소를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 살피는 게 제일 중요한 일이다.
혹시 아시아에서 이 3가지를 모두 갖춘 이가 있느냐고 물었다. 잠시 머뭇거리던 콕스는 “좋은 선수들은 많은데 3가지를 완벽하게 갖춘 이는 한 명밖에 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가 말한 이는 바로 소프트뱅크의 오 사다하루 감독이었다.
한국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결국 일본의 벽을 넘지 못했다. 모두 야구 잘하는 이들은 맞다. 대표팀 선수들은 머리, 가슴, 배 중 어느 것이 부족했던 걸까.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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