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1. 17
파리 테러에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당한 프랑스와 독일이 선수들의 정신적 충격에도 불구하고 테러에 대항해 주중 평가전 일정을 정상적으로 단행하기로 결정했다. 프랑스와 독일은 단순한 축구 그 이상의 상징성을 안은 채 주중 잉글랜드와 네덜란드를 상대로 평가전에 나선다.
프랑스와 독일이 평가전을 치르던 13일의 금요일(현지 시간), 파리에선 대규모 테러가 발생했다. 프랑스와 독일의 평가전이 있었던 스타드 드 프랑스 구장 자살 폭탄 테러를 시작으로 바타클랑 공연장 대규모 인질극에 이르기까지 무려 7개 구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테러가 일어난 것. 이로 인해 최소 132명 이상이 사망했다.
특히 테러의 진원지였던 스타드 드 프랑스 구장에선 경기 시작 15분경, 테러리스트가 J 구역 출입구 진입을 시도하다 안전요원에게 막히자 자폭 조끼를 터뜨려 자살했다. 이로 인해 3명이 사망했고,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양팀 선수들은 16분경 폭발음을 듣고 잠시 멈칫하는 장면을 연출했으나 이내 경기를 진행했다.
당연히 프랑스와 독일 선수들은 경기장 테러 소식을 접하고 정신적인 충격에 휩싸였다. 특히 프랑스 선수들은 직간접적으로 테러의 피해를 볼 수 밖에 없었다. 프랑스 미드필더 라사나 디아라의 사촌 아스타 디아키테가 이번 테러로 사망했다. 프랑스 측면 공격수 앙트완 그리즈만의 누나 역시 이번 테러에서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나온 바타클랑 극장에 있었으나 천신만고 끝에 생존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디아라는 14일 SNS 계정을 통해 "아스타는 나에게 매우 큰 힘을 준 좋은 누이였다. 테러의 기운이 만연한 가운데, 다양성을 대표하는 우리 프랑스에게 중요한 건 종교도 없고 색체도 없는 범죄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단결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했고, 그리즈만 역시 "감사하게도 누나는 바타클랑에서 도망칠 수 있었다. 희생자와 그 가족들을 위해 기도하겠다"라며 추모의 글을 남겼다.
당초 테러가 일어난 당일만 하더라도 프랑스와 잉글랜드의 평가전은 취소할 것으로 보였으나 프랑스 축구협회는 평가전을 강행하기로 결정했다. 평가전을 통해 테러에 굴하지 않는 의지를 보여주겠다는 의도이다.
과정 자체는 다소 매끄럽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프랑스 축구협회장 노엘 르 그라에는 디디에 데샹 감독과 그 어떤 상의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잉글랜드와의 평가전을 단행하기로 결정했다. 게다가 선수들은 독일전이 끝나고 대표팀 훈련장인 클레어퐁텐에서 합숙 중에 있었기에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도 없었다.
하지만 데샹 감독 휘하 선수들은 일치단결해서 잉글랜드 원정을 치르기로 결정했다. 그리즈만과 디아라도 잉글랜드 원정길에 함께 했다. 이에 대해 데샹은 "가슴 아픈 시기에 프랑스를 대표해서 잉글랜드에 왔다. 그 어느 때보다 자부심을 느낀다. 감정이 격한 경기가 될 것이다. 그리즈만은 누나가 테러 현장에 있었다가 다행히도 무사하게 빠져나왔고, 디아라는 가까운 사촌을 잃었다. 두 선수가 팀에 남아준 건 정말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디아라는 매우 강인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렉 다이크 잉글랜드 축구협회장은 프랑스가 잉글랜드와의 평가전을 단행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어떤 상황에서도 테러에 굴복할 수 없다. 우린 프랑스에 경의를 표하며 그들과 함께 연대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잉글랜드 서포터들은 프랑스와의 평가전에 프랑스 혁명 정신이기도 한 자유, 평등, 박애를 상징하는 프랑스 삼색기 카드 섹션을 펼칠 예정이고, 프랑스 국가 '라 마르세예즈'를 모두 함께 제창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잉글랜드 축구협회 역시 경기장 대형 모니터를 통해 '라 마르세예즈' 가사를 제공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웸블리 구장은 파리 테러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프랑스 삼색기로 구장 조명을 비추고 있다.
비록 프랑스 선수들만큼은 아니지만 독일 선수들에게도 이번 테러는 상당한 정신적인 충격으로 남아있다. 안 그래도 독일 선수들은 경기 당일 오전에도 숙소로 머물고 있었던 몰렌토 호텔에 폭발물이 설치되어 있다는 익명의 정보를 접해 3시간 동안 바깥으로 피신해 있어야 했다.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프랑스와의 평가전에 나섰고, 경기 종료 후 21평에 불과한 라커룸에서 80명 가까운 인원이 잠도 자지 못한 채 밤새 불안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게다가 독일 대표팀은 경기장 건너편에 가스 폭탄이 설치되어 있다는 루머로 인해 미니버스로 호텔에 돌아가는 척 위장을 한 채 경기장에 남아있었다. 독일 언론들도 선수단이 호텔로 돌아갔다는 보도를 하며 거짓 정보 유출을 직접적으로 도왔다.
이에 대해 뢰브 감독은 "사실 테러가 일어나고 나서 이제 축구는 더 이상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는 텔레비전도 없는 상태에서 밤새 정확한 정보조차 확인할 수 없었다. 당연히 선수들은 공포에 질려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저 기다릴 뿐이었다"라며 테러 당시의 심정을 토로했다.
결국 독일 선수단은 아침 일찍 독일 내무부 장관 토마스 데 마이치에르가 준비한 루프프한자를 타고 프랑크푸르트에 입국했다. 뢰브 감독은 프랑크푸르트에서 곧바로 선수단을 해산하며 이틀간의 휴가를 부여해주었다. 선수들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조치한 것이다.
독일 역시 네덜란드와의 평가전 취소를 고려하고 있었으나 고심 끝에 단행하기로 결정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 휘하 독일 고위 정치인들이 모두 하노버에서 열릴 네덜란드와의 평가전에 참관해 선수들과 함께 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이렇듯 프랑스와 독일은 정신적인 충격 속에서도 평가전을 단행한다. 다만 분명 정상적인 컨디션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이들은 테러와의 전쟁을 위해 평가전에 나선다. 마지막으로 네덜란드전을 앞둔 뢰브의 출사표를 남기도록 하겠다.
"난 단지 지금 내 일을 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이 경기는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명확한 메시지와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물론 슬픔의 연대도 함께 할 것이다. 우리 프랑스 친구들은 물론 전유럽과 세계를 위한 것이다. 우리는 희생자들과 유가족, 그리고 동료들을 생각하며 비통한 심정으로 경기에 나설 것이다. 그 무엇도 우리를 굴복시킬 수 없다. 이건 단순한 축구 경기가 아니다. 난 우리의 평가전 상대인 네덜란드와 우리 팀의 전술적인 변화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겠다. 우리는 이 경기를 통해 다른 메시지를 전세계에 던지겠다. 프랑스를 위해, 그리고 테러에 대항하기 위해"
김현민 기자
자료출처 : 골닷컴
[푸스발 리베로] '슈퍼 조커' 쉬얼레, 볼프스부르크 구하다 (0) | 2022.09.25 |
---|---|
[푸스발 리베로] '7경기 연속골' 치차리토, 레버쿠젠 구하다 (0) | 2022.09.24 |
[푸스발 리베로] 슈베르트 BMG 감독, 미생에서 완생 되다 (0) | 2022.09.23 |
[푸스발 리베로] 돌아온 고메스, 독일 공격의 새 희망 될까? (0) | 2022.09.23 |
[푸스발 리베로] '특급도우미' 외질, 신기록 2개 배달하다 (0) | 2022.09.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