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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스발 리베로] '헤비메탈' 리버풀, 아스널을 괴롭히다

--김현민 축구

by econo0706 2022. 10. 6.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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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01. 14

 

리버풀이 아스널과의 잉글리시 프리미어 리그(이하 EPL) 21라운드 경기에서 종료 직전 조 앨런의 동점골에 힘입어 3-3 무승부를 거두었다.

 

리버풀이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 속에서도 EPL 1위 아스널을 상대로 3-3 무승부를 기록하며 소기의 성과를 올리는 데 성공했다. 도리어 경기력적인 측면에선 리버풀이 아스널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줬다. 실제 점유율에서 리버풀이 아스널에 59대41로 크게 앞섰고, 슈팅 숫자에서도 22대14로 우위를 점했다.

 

(Powerd by OPTA)

 

사실 이 경기는 여러모로 아스널의 우위가 예상되고 있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도 아스널이 앞서고 있었고, 최근 기세도 아스널이 앞서고 있었다. 실제 아스널은 최근 공식 대회 10경기에서 8승 1무 1패의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었던 데 반해 리버풀은 9경기에서 3승 3무 3패로 들쭉날쭉한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리버풀은 캐피탈 원 컵 준결승전까지 병행해야 했기에 최근 19일 사이에 무려 6경기를 소화해야 했다. 에이스 필리페 쿠티뉴를 비롯해 다니엘 스터리지, 마르틴 스크르텔, 데얀 로프렌, 대니 잉스, 디보크 오리지, 조 고메스, 존 플래너건, 그리고 조던 로시터에 이르기까지 무려 9명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기에 로테이션을 돌리기도 어려웠다. 그마저도 아스널전에 선발 출전한 주장 조던 헨더슨과 마마두 사코, 콜로 투레, 그리고 조던 아이브조차 부상에서 갓 복귀했기에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체력적인 면에서도 아스널에 비해 열세를 보일 수 밖에 없었던 리버풀이었다.

 

하지만 위르겐 클롭 감독은 아스널을 상대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클롭은 이미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를 지도하던 당시 챔피언스 리그에서 아스널과 무려 6차례 맞대결을 펼친 바 있다. 물론 클롭은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리버풀은 도르트문트 때와는 다른 계획으로 아스널을 상대해야 한다. 지금 아스널은 맨체스터 시티와 함께 EPL 최고의 팀이다""라며 경계심을 드러냈으나 기본적인 대응 방식은 도르트문트 때와 유사했다. 

 

이번에도 주안점은 바로 활동량과 전력질주에 기반한 게겐프레싱이었다. 실제 이 경기에서 리버풀은 117.17km의 활동량과 596회의 전력 질주를 기록하며 평소(클롭 부임 후 리버풀의 경기당 평균 활동량은 112.21km이고, 전력질주는 549회이다)보다 더 많이 뛰었다. 이번 시즌 리버풀이 가장 많은 활동량과 전력 질주를 기록한 맨체스터 시티전(활동량 117.4km, 전력질주 622회)엔 미치지 못했으나 이에 준하는 수치를 올린 리버풀이다. 참고로 리버풀은 맨체스터 시티전에 4-1 대승을 거두었다.

 

호베르투 피르미누 제로톱에 기반한 빠른 속공이 리버풀의 주된 공격 루트였다. 빠른 템포에 기반한 리버풀의 축구에 아스널이 고전하는 형태로 전반전이 전개됐다. 잉글랜드 현지 중계진 역시 리버풀의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하는 과정(Positive Transition)'이 인상적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을 정도다.

 

리버풀은 경기 시작 10분 만에 엠레 찬의 슈팅을 페트르 체흐 골키퍼가 선방한 걸 피르미누가 강력한 리바운드 슈팅으로 골을 성공시키며 먼저 앞서나갔다. 비록 13분경 리버풀은 아론 램지에게 동점골을 허용했으나 다시금 19분경 피르미누의 추가골로 리드를 잡았다. 이 시점까지만 하더라도 클롭의 의도대로 경기가 진행되는 듯싶었다.

 

하지만 시몬 미뇰렛 골키퍼가 대형 실수를 저지르면서 클롭의 계획이 어그러졌다. 25분경 아스널 미드필더 아론 램지의 코너킥을 올리비에 지루가 앞선에서 감각적으로 발을 갖다대어 방향을 살짝 바꾸었고, 미뇰렛은 이를 가까운 쪽 포스트로 내주는 우를 범했다. 

 

이어서 리버풀은 55분경 지루에게 또 다시 골을 내주면서 역전을 허용했다. 조엘 캠벨의 전진 패스를 받은 지루가 환상적인 볼 터치에 이은 터닝 슈팅으로 골을 성공시킨 것.

 

역전에 성공한 아스널은 75분경 캠벨을 빼고 알렉스 옥슬레이드-체임벌린을 투입한 데 이어 76분경 측면 공격수 티오 월콧 대신 측면 수비수 키어런 깁스를, 그리고 87분경 공격형 미드필더 메수트 외질 대신 수비형 미드필더 미켈 아르테타를 교체 출전시키며 잠그기에 나섰다.

 

이에 대응해 리버풀의 클롭 감독은 제임스 밀너 대신 장신 공격수 크리스티안 벤테케를, 그리고 미드필더 아담 랄라나 대신 장신 수비수 스티븐 코커를 교체 투입해 코커를 최전방에 배치하면서 '더블 포스트(농구에서 두 명의 센터를 배치해 공격하는 형태)'를 활용한 롱볼 축구로 전환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적중했다. 90분경 조던 헨더슨이 후방에서 올린 롱 패스를 벤테케가 헤딩으로 떨구어주었고, 이를 엠레 찬 대신 교체 투입됐던 조 앨런이 논스톱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해 극적인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마치 과거 곧잘 아스널의 발목을 잡았던 토니 풀리스의 스토크 시티나 샘 앨러다이스(빅 샘)의 볼턴 원더러스가 떠오르는 장면이었다.

 

클롭 감독은 2013/14 시즌 챔피언스 리그 조별 리그 당시 아스널과의 맞대결을 앞두고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아스널은 마치 오케스트라 같다. 그들은 공을 소유하고 패스하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오케스트라는 조용하지 않은가? 난 헤비메탈을 더 좋아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비록 무승부로 끝나긴 했으나 이번 리버풀과 아스널의 경기는 빠른 스피드와 거친 압박이 공존한 전형적인 헤비메탈 색체가 짙게 묻어났다. 

 

김현민 기자

 

자료출처 : 골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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