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01. 02
2008년 새해를 맞아 모든 야구관계자들께 다시 한번 드리는 질문.
“당신은 왜 야구를 사랑하십니까?”
뉴욕 양키스 주장 데릭 지터는 “모두가 함께 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야구를 하기 위해 키가 2m가 될 필요도, 덩치가 아주 클 필요도 없다”고 답했다. 윌리 윌슨(전 캔자스시티)은 “키나 점프 때문에 미식축구나 농구를 해보지 못한 사람들은 알 것”이라고 했다. SK 김성근 감독이 “야구 선수 치고 버릴 선수 하나 없다”고 얘기한 것처럼 모두가 함께하는 야구는 ‘민주주의’다.
그래서 “야구하기 좋은 날이군. 오늘은 2경기 하자”고 얘기했던 어니 뱅크스는 “나는 모든 사람들이 적어도 2년 정도는 야구를 했으면 좋겠어”라고 읊었다.
지난해 4월, 경향신문이 야구 관계자들에게 왜 야구를 사랑하느냐고 물었을 때 가장 멋진 대답을 해준 이 중 한 명은 현대 김용휘 사장이었다.
김 사장은 “야구는 용사(勇士)처럼 플레이하고 신사(紳士)처럼 행동하는 품위 있는 스포츠라고 생각한다”고 정리했다. 야구가 득점을 내는 데 골 대신 홈베이스를 택한 것은 용사와 신사들이 함께 한 배를 타고 항해를 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라고도 덧붙였다. 많은 시련을 서로 의지하고 도와내며 이겨내고 비로소 집에 돌아올 때의 기쁨을 야구를 통해 맛볼 수 있다고 말한 것도 김사장이었다.
현대 주장 이숭용도 야구를 정확하게 꿰뚫었다. 이숭용은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고 했다. 단 한번의 슛 기회가 아니라 모두에게 공평하게 스트라이크 3번이라는 기회를 준다. 무엇보다 10번 시도해서 3번만 성공해도 훌륭한 선수로 대접받을 수 있다. ‘기회의 종목’이란 얘기다.
이택근의 답도 멋졌다. “남들은 모자 쓰고, 허리띠까지 매고 하는 운동이 어딨냐고 말하지만 한마디로 폼나는 스포츠”라고 했다. 골을 넣는 선수가 정해진 게 아니라 기회가 공평하게 오기 때문에 ‘주인공’이 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역시 최고의 답은 현대 포수 김동수였다. 최고참 타자답게 김동수는 “자신의 희생을 공식기록으로 남겨 내가 팀을 위해 얼마나 헌신했는가를 문서로 보여주는 스포츠”라고 정리했다.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팽배한 사회에 야구라는 스포츠가 던지는 메시지”라고도 했다. 역시 내공은 철학을 낳는다.
새해 소원. 올해도 부디 이들이 모두 한 팀에서 뛰었으면….
KBO는 KT에 매달리고 있고, KT는 ‘환영’을 원하는 분위기다. 그전에 KBO와 KT 모두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왜 야구를 사랑하십니까” 아니 “야구를 사랑하긴 하나요”. 혹시 체면이나 다른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김동수로부터 ‘희생번트’의 의미부터 먼저 배우고 오시길.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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