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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볼 라운지] 거침없는 신인 입담

--이용균 야구

by econo0706 2022. 12. 24.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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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03. 18 

 

환율이 치솟자 정부가 나섰다. 한국은행 관계자에 이어 기획재정부 관계자도 입을 열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최근의 빠른 환율상승 속도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했고 “만일 시장불안이 진정되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 외환당국이 필요한 조치를 단행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외환시장에 대한 ‘구두개입’이라고 한다. 환율시장의 구두개입은 시장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지만 야구에서 구두개입은 야구를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게 한다. 그 주인공이 신인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

 

일본 프로야구의 주목받는 고졸신인 나카타 쇼(19·니혼햄)는 홈런을 치는 능력만큼이나 솔직한 입담을 자랑한다. 그래서 더욱 인기를 모은다. 나카타는 니혼햄의 신인 환영식에서 “1년4개월 동안 사귄 여자친구가 있다”고 말하더니 “방송 인터뷰에서 비치발리볼 스타를 좋아한다고 했다가 여자친구에게 혼이 났다”고 털어놓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제 고교를 졸업한 선수가 “스스노키(삿포로의 환락가)에 가보고 싶다”고 말해 주변 사람들의 얼굴을 붉혔다. “어른들이 좋아하는 곳이라고 들었다”는 뻔뻔함까지. “프로입단 뒤 어머니로부터 한달 용돈 30만엔을 약속받았다”는 말도 화제가 됐다. 더 웃겼던 것은 “이걸로는 살 수 있는 게 없다”는 한탄이었다.

 

나카타 쇼의 입은 팬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야구도 야구지만 거침없는 입담이 그를 개막 전부터 스타로 만들었다. 우리는 이런 신인이 없을까.

 

최근까지 한국 프로야구 신인들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1군 엔트리에 포함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동방예의지국 때문이기도 했고, 워낙 철저한 선후배 관계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데 올해 신인은 조금 달라 보인다. LG 정찬헌은 팀 동료 이형종의 부상에 대해 “솔직히 나에게는 기회가 주어졌으니 잘된 일”이라고 하더니 “신인왕이 목표”라고 거침없이 밝혔다. 삼성 최원제는 “찬헌이가 잘 던지고 있지만 나는 아직 시동도 걸지 않았다”고 받았다.

 

SK 모창민은 한술 더 떴다. 20홈런, 20도루를 목표로 잡더니 “20-20으로 신인왕이 되지 못한다면 30(홈런)-30(도루)을 하겠다”고 배짱을 부렸다. KIA 나지완도 가만 있지 않았다. “목표는 당연히 신인왕”이라고 인터뷰 때마다 되풀이하고 있다. KIA 박흥식 코치는 “큰소리 칠 수 있을 때 큰소리 쳐 두는 게 좋다”며 넘치는 자신감에 흐뭇한 표정이다.

 

솔직히 프로야구는 신인들에게 녹록지 않다. 이들 중 1군에 포함되지 못하는 선수가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신인들의 허풍은 아무리 커도 괜찮다. 아직 시즌 전, 커다란 기대를 품는 것은 야구팬들의 특권이니까.

 

게다가 그들의 패기는 연봉도, 군보류 수당도, 연금도 몽땅 줄이고 없애겠다는 무시무시한 엄포보다는 훨씬 듣기 좋지 않은가.

 

이용균 기자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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