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03. 11.
호베르투 피르미누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의 유로파 리그 16강 1차전에서 2골에 모두 관여하는 괴력을 선보이며 에이스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반면 멤피스 데파이는 무리한 파울로 페널티 킥을 헌납하며 패배의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지난 여름 이적 시장에서 거액의 이적료와 함께 리버풀과 맨유로 각각 이적해온 피르미누와 데파이가 유로파 리그 16강 1차전에서 비교 체험 극과 극의 모습을 보이며 희비가 엇갈렸다.
먼저 리버풀의 새로운 에이스로 떠오르고 있는 피르미누는 이 경기에서도 맹활약을 펼치며 리버풀에 2-0 승리를 선사했다. 경기 초반부터 가벼운 몸놀림을 보인 피르미누는 18분경 페널티 박스 안으로 침투해 들어가던 나다니엘 클라인에게 감각적인 전진 패스를 페널티 박스 안으로 찔러주며 페널티 킥을 이끌어냈다.
이어 피르미누는 41분경 상대 수비수 다리 사이로 날카로운 크로스를 연결하며 아담 랄라나에게 득점 기회를 만들어주었으나 랄라나의 슈팅은 다비드 데 헤아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후반에도 피르미누는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피르미누는 73분경 랄라나의 크로스를 받아 골문 바로 앞에서 가볍게 밀어넣으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와 함께 이번 노스 웨스트 더비의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피르미누의 골과 함께 2골 차로 여유 있는 리드를 잡자 위르겐 클롭 감독은 피르미누를 빼고 디보크 오리기를 교체 투입하며 체력 안배에 나섰다. 안필드를 가득 메운 리버풀 팬들은 팀의 2골에 모두 기여한 피르미누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주었다. 결국 피르미누의 활약 덕에 리버풀은 2-0 승리를 거두며 맨유전 4연패의 사슬을 끊는 데 성공했다.
이 경기에서 피르미누는 드리블 돌파를 무려 7회나 성공시켰다. 키 패스(슈팅으로 연결되는 패스)도 3회를 기록한 피르미누이다. 패스 성공률 역시 82.2%로 준수한 편이었다. 지치지 않는 활동량으로 경기 내내 맨유 수비진에 강도 높은 압박을 가한 건 두말 하면 입이 아플 정도다.
반면 데파이는 리버풀이 페널티 킥을 얻어내는 장면에서 무리한 파울을 저지르는 우를 범했다. 이에 대해 'ESPN 사커넷'과 '워싱턴 포스트' 등에 축구 칼럼을 기고하는 마이클 캘리는 SNS 계정에 "멤피스는 어떻게 수비하는 지를 모른다"고 비꼬았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이 경기에서 데파이는 오프사이드 반칙을 2회 기록하며 맨유 역습의 맥을 끊었다. 패스 성공률은 72.4%에 불과했다. 드리블 돌파는 1회 밖에 기록하지 못하는 가운데 소유권을 뺏긴 횟수는 3회였고, 볼 터치 실수도 3회를 저질렀다.
두 선수는 이번 시즌 잉글랜드를 대표하는 두 명가 리버풀과 맨유로 이적해왔다. 이적료도 피르미누 2900만 파운드와 데파이 2500만 파운드로 엇비슷한 수준이었다. 당연히 둘은 비교대상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전반기만 하더라도 두 선수 모두 극도의 부진을 보이며 실패작으로 평가받고 있었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 둘의 위치는 180도 변했다. 브랜던 로저스 전임 감독 체제에서 측면을 겉돌며 단 하나의 득점 포인트도 올리지 못했던 피르미누는 클롭 감독 하에서 최전방 공격수 내지는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며 리버풀의 새로운 에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피르미누는 클롭 부임 후 잉글리시 프리미어 리그(EPL) 19경기에 출전해 8골 8도움을 올리고 있다. 후반기 성적만 놓고 보면 9경기에서 7골 4도움 득점 포인트 11개로 EPL 전체 1위를 당당히 달리고 있다.
반면 데파이는 챔피언스 리그 플레이오프 2경기에서 2골 2도움을 올리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으나 이후 극도의 부진을 보이며 맨유 팬들에게 실망만을 안겨주고 있다. 이번 시즌 EPL 23경기에 출전해 2골 1도움에 그치고 있는 데파이이다. 그마저도 11월 21일 왓포드전에 골을 넣은 이후 4개월 가까이 EPL에서 득점 포인트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미틸란과의 유로파 리그 32강 1, 2차전에서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16강 진출에 기여했으나 정작 리버풀과의 라이벌전에서 페널티 킥을 내주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이제 피르미누는 엄연한 리버풀의 에이스이다. 기존 리버풀 공격 터줏 대감인 필리페 쿠티뉴와 스터리지가 장기 부상에서 돌아왔으나 클롭 체제에서 팀 공격 전술의 키를 잡고 있는 선수는 다름 아닌 피르미누이다. 이에 반해 데파이는 후반기에도 반등에 실패하며 여전히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전반기만 하더라도 피르미누와 데파이는 동병상련을 겪고 있었으나 후반기 들어 둘의 격차는 시즌이 거듭될수록 크게 벌어지고 있다.
김현민 기자
골닷컴
[푸스발 리베로] 분데스리가, 팬과 함께 호흡하다 (0) | 2023.02.12 |
---|---|
[푸스발 리베로] '우승후보' BVB, 1.5군 토트넘이 넘기엔 역부족 (0) | 2023.02.09 |
[푸스발 리베로] 유로파 16강, 주목할 인연 혹은 악연 (0) | 2022.12.23 |
[푸스발 리베로] '파리 유일신' 즐라탄, 8강행 견인 (0) | 2022.12.09 |
[푸스발 리베로] '전설' 피사로, 브레멘 통산 분데스 100호골 (0) | 2022.1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