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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靈魂의 母音] 제3의 독소(毒素)

山中書信

by econo0706 2007. 2. 11.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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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몇해만에 서울에 와본 사람이면 전에 볼 수 없었던 것들을 보고 놀라와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중에도 우뚝우뚝 하늘에 치솟은 빌딩과 폭이 넓어진 도로, 빌딩에 못지 않게 높아진 여자들의 다리며, 크고 작은 무수한 차량들.
 
바야흐로 근대화를 향해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조국의 모습을 보고 감탄을 아낄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눈에 보이는 외관(外觀)은 이렇듯 분명히 성장했다.
 
스카이웨이가 아니더라도 높은 데 올라 도심(都心)을 내려다보면 한낮에도 자욱한 안개, 그것은 마치 동화 속에 나옴직한 아름다운 도시를 연상케 한다. 그러나 눈을 씻고 자세히 보면 그것은 시정(詩情)을 자극할 안개가 아니라 굴뚝과 자동차들이 뱉어 놓은 배기(排氣)개스라는 탁류다.
 
이처럼 탁한 기류는 헤아릴수 없는 독소를 지니고 있어 인체에 해를 끼치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그런데 최근에 와서는 또 하나의 독소가 곁들이게 되었다.
 
언론자유가 보장된 민주공화국(民主共和國), 그 거리에 토요일 오후면 우후죽순처럼 두툼한 신문지가 깔려있다. 주말의 연인(戀人) 같은 체취를 지닌 그에게 신사 숙녀들은 일금 15원을 아낌없이 던져주고 동반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안에는 도색(桃色)이 물씬거리기 일쑤. 지각 없는 약장수들의 약광고를 뺨치리만큼 어떤 지면(紙面)에서는 천박하고 추하기 이를 데 없는 누드로써 선량한 독자들을 어지럽히고 있다.
 
우리는 일찌기 신문을 가리켜 '사회의 목탁(木鐸)'이라 불렀다. 그리고 거기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무관(無冠)의 제왕'이라고 존경해 마지 않았다. 물론 사회정의(社會正義)를 구현하고 있는 그 신문의 정론(正論)을 두고 찬양한 말이지 도색풍조(桃色風潮)를 부채질하고 있는 사이비(似異非) 언론을 가리켜 한 말은 아니었다.
 
오늘날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이 비틀거린다면 누가 들어 이 사회의 이정표를 제시할 것인가.  
 
배기개스는 우리들의 육체밖에 해치지 않지만, 에로를 파는 사이비 언론은 인간의 정신을 침식하는 부서운 독소도 함께 팔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저속성을 가리켜 격조가 높다고 한다면 긴급히 국어사전이라도 수정 증보할 일이 아닌가.
 
1968년 10월 27일
 
法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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