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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드 파크] 프로야구 달라진 외국인 지형도

---Outside Park

by econo0706 2007. 2. 1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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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01. 04 

 

2019년이 밝았다. 10개 구단이 지난해의 환희와 좌절을 모두 잊고 새로운 출발선에 서야 할 시점이다. 외국인 선수 3인 구성은 새 시즌 전략 가운데에서도 핵심으로 꼽힌다. 한 베테랑 감독은 “어떤 외국인 선수를 뽑느냐에 한 해 농사의 절반 이상이 달려 있다”고 했다. 토종 마운드 기근에 시달리는 KBO 리그에선 외국인 투수 두 명이 사실상 각 구단 마운드의 키를 쥐고 있기에 더 그렇다. 

올해는 전 구단이 유독 발 빠르게 외국인 선수 구성을 완료했다. 2018년이 채 저물기도 전에 10개 구단에서 뛰게 될 선수 30명이 모두 계약을 마쳤다. 1월은 물론이고 2월 스프링캠프 기간까지도 외국인 선수 계약에 진통을 겪곤 했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구단과 선수 모두 속전속결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그 가운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한국에 남게 될 선수는 단 11명뿐. 더스틴 니퍼트, 헥터 노에시, 메릴 켈리, 헨리 소사, 에릭 해커처럼 오랜 기간 KBO 리그를 지켜 온 대표적 ‘장수 외인’들이 일제히 떠나게 된 탓이다. 남은 19자리는 처음으로 한국 프로야구 문을 두드리게 된 새 얼굴들이 채웠다. 

▲ 지난해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두산의 린드블럼은 인센티브 포함 192만 달러로 외국인 선수 연봉 전체 1위를 차지했다. / 연합뉴스

 

# 누가 남았나 


외국인 선수에 대한 구단들의 첫 번째 계명은 ‘구관이 명관’이다. 제아무리 미국에서 날아다니던 선수를 데려와도 KBO 리그 적응에 실패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오랜 경험으로 체득해서다. 시즌 도중 퇴출 선수가 발생하고 대체 선수를 찾아야 할 시점이 되면, 과거 KBO에서 좋은 성적을 냈지만 현재 ‘무직’ 상태인 선수들을 1순위 영입 대상으로 올려놓는 이유이기도 하다. 팀이 확고하게 원하는 다른 세 외인이 있거나 기존 선수의 경기력에 도저히 만족할 수 없는 상황이 아닌 이상, 대부분 원래 뛰던 선수와 다시 손잡는 쪽을 택한다. 

올해도 KBO 리그에서 뛰게 된 ‘구관’은 두산의 조쉬 린드블럼과 세스 후랭코프, SK 앙헬 산체스와 제이미 로맥, 한화 제라드 호잉, 넥센 제이크 브리검과 제리 샌즈, 삼성 대린 러프, 롯데 브룩스 레일리, LG 타일러 윌슨, KT 멜 로하스 주니어다. 투수가 6명이고, 타자가 5명이다. KIA와 NC는 외국인 선수를 전원 교체했다.
 
올해부터는 새로 영입하는 외국인 선수의 1년 총 급여를 100만 달러 이하로 제한하는 규정이 적용됐다. 따라서 외국인 몸값 상위 1~9위는 재계약 선수들이 휩쓸었다. 가장 많은 몸값을 받게 된 선수는 지난해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두산의 린드블럼. 인센티브를 포함해 192만 달러로 외국인 선수 연봉 전체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러프(170만 달러)와 로하스(160만 달러)가 잇고 있다. 그 다음은 윌슨이 150만 달러, 호잉이 140만 달러, 로맥이 130만 달러, 후랭코프가 123만 달러, 산체스가 120만 달러, 레일리가 117만 달러 순이다. 넥센의 브리검과 샌즈는 각각 90만 달러와 50만 달러를 받아 재계약을 하고도 몸값 상위 10위 안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2015년 롯데에서 나란히 KBO 리그 커리어를 시작한 린드블럼과 레일리는 각각 두산과 롯데로 흩어진 채 올해로 5년째 한국 마운드를 지키게 됐다. ‘8년 외인’ 니퍼트가 떠난 자리에 새로운 현역 최장수 외인으로 자리를 잡았다. 거포형 타자인 러프, 로하스, 로맥과 투수 브리검도 벌써 KBO 리그 세 번째 시즌을 맞았다. 특히 러프는 삼성 구단 사상 최초로 3년 재계약에 성공한 외국인 선수로 기록됐다. 올해 34세가 된 로맥은 니퍼트와 해커 대신 현역 최고령 외국인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한화를 11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로 이끈 호잉은 지난해 70만 달러에서 두 배 뛰어 오른 몸값을 받게 되는 ‘대박’을 터트렸다. 팀은 ‘저비용 고효율’을 실현하고 개인은 몸값으로 보상을 받게 된 ‘육성형 외인’의 모범사례다. 

# 누가 새로 왔나

올해는 예년보다 많은 19명의 외국인 선수가 새로 왔다. 그 가운데 몸값 상한선 100만 달러를 꽉 채운 선수는 8명. 유독 20대 젊은 선수들이 많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과거 많은 구단들은 메이저리그 경력이 많으면 많을수록 특급 외인 대접을 했다. 그러다 보니 더 이상 메이저리그에서 뛰기 어려워진 30대 중반 이후의 베테랑 선수들이 거액의 몸값을 받고 한국으로 건너오곤 했다. 

요즘은 다르다. SK 출신의 켈리가 좋은 선례를 남겼다. 메이저리그 경험이 전혀 없던 켈리는 27세였던 2015년 SK 유니폼을 입었다. KBO 리그에서 4년을 뛰면서 기량이 더 향상됐고, 빅리그에서 검증된 투수가 아니더라도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음을 충분히 입증했다. 마침내 올해 애리조나와 계약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꿈도 이뤘다. 한국에서 좀처럼 보기 힘들던 20대 외국인 선수들 역시 켈리처럼 과감하게 한국을 택하기 시작했다. 예전 선수들처럼 KBO 리그를 ‘종착지’로 여기게 아니라 커리어의 또 다른 전환점으로 삼기 시작했다. 
 

▲ 메이저리그 경험이 전혀 없던 켈리는 빅리그에서 검증된 투수가 아니더라도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음을 입증하며 올해 메이저리그 진출의 꿈을 이뤘다. / 연합뉴스


동시에 구단들도 경험이 많지만 몸값이 비싼 선수들보다 체력이 좋고 상대적으로 연봉이 낮은 선수들 쪽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프리에이전트(FA) 선수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거액의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생기면서 외국인 선수 역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선수를 찾게 되는 추세다. 때마침 신입 외인 몸값 상한선이 생긴 것도 이름값보다 가능성이 더 높은 유망주를 찾는 쪽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투수들의 경우엔 체격 조건이 좋고 빠른 공을 던지는 20대 후반 선수들이 집중적으로 한국의 부름을 받고 있다. 

SK는 메이저리그로 떠난 켈리 대신 25세 젊은 투수 브록 다익손을 영입했다. 캐나다 출신인 다익손은 키가 203cm에 달하는 장신에 최고 시속 150km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다. 켈리처럼 메이저리그 기록이 없는 투수지만 SK는 “전 소속구단 휴스턴의 선수층이 두꺼워 기회를 잡지 못했을 뿐, 충분히 잠재력이 있는 선수”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과거였다면 KBO 리그에서 볼 수 없었을 유망주다. 두산은 쿠바 출신 새 외국인 타자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를 데려왔다. 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쿠바 대표팀 주전 2루수로 활약했던 선수다. 2015년 아이티로 망명한 뒤 2017년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던 페르난데스는 KBO 리그 사상 첫 아이티 국적 선수로도 이름을 올렸다. 

한화는 새 외국인 원투 펀치 워윅 서폴드와 채드 벨을 영입했다. 둘 다 20대 후반인 데다, 바로 지난해 디트로이트에서 나란히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밟았던 선수들이다. 서폴드가 오른손, 벨이 왼손이다. 토종 선발 마운드가 약한 한화에서 해야 할 일이 많다. KIA는 타자 제레미 해즐베이커와 투수 조 윌랜드, 제이콥 터너로 외국인 선수 라인업을 전부 새로 짰다. 윌랜드와 터너 모두 상한액인 100만 달러를 받았고, 둘 다 20대 후반이다. 32세인 헤즐베이커가 ‘신관’ 가운데 최고령이자 몇 안 되는 30대 선수다. 

지난해 37세 니퍼트-33세 피어밴드로 외국인 원투 펀치를 꾸렸던 KT는 27세 라울 알칸타라-29세 윌리엄 쿠에바스 듀오로 전략과 분위기를 바꿨다. 알칸타라와 쿠에바스의 몸값 합계가 132만 달러에 불과하다. 삼성 새 외국인 투수 저스틴 헤일리와 덱 맥과이어, LG 투수 케이시 켈리와 내야수 토미 조셉, 롯데 투수 제이크 톰슨과 내야수 카를로스 아수아헤도 모두 20대 후반이다. 넥센은 올해로 딱 30세가 된 에릭 요키시를 데려왔다. NC는 KIA처럼 투수 드류 루친스키와 에디 버틀러, 타자 크리스티안 베탄코트를 한꺼번에 바꿨다. 이들 가운데 루친스키만 31세로 나이가 많은(?) 편이고, 버틀러와 베탄코트는 한창 전성기를 맞이할 28세다.

▲ 러프는 삼성 구단 사상 최초로 3년 재계약에 성공한 외국인 선수로 기록됐다. / 연합뉴스

 

# 누가 많이 썼나  


외국인 선수 세 명에게 가장 많은 돈을 쓴 구단은 두산이다. 지난해 다승 1·2위에 오른 두 외국인 투수를 모두 잡기 위해서는 출혈이 불가피했다. 몸값 1위 투수 린드블럼과 KBO 2년째를 맞이하는 후랭코프에게 도합 315만 달러를 썼고, 여기에 새 외국인 타자 페르난데스를 70만 달러에 영입해 총 385만 달러를 지출했다. 2위와 3위는 과거 ‘전통의 큰 손’이었던 삼성(385만 달러)과 LG(355만 달러). 삼성은 러프에게 170만 달러를 줬고, 새 외국인 맥과이어와 헤일리에게 각각 95만 달러와 90만 달러를 지급하기로 했다. LG는 윌슨에게 150만 달러를 쓴 데 이어 새 외인 두 명을 모두 상한액인 100만 달러에 데려왔다. 

가장 눈에 띄는 구단은 NC다. 2018년 창단 처음으로 최하위에 그친 NC는 선수 세 명을 모두 교체했는데도 전체 투자액이 10개 구단 가운데 5위인 300만 달러다. 세 명 모두에게 최대 금액인 100만 달러씩을 안겨서다. 버틀러는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됐고, 커리어 대부분을 풀타임 선발로 활약한 투수다. 루친스키도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에서 뛰었고 마이너리그 경험도 풍부하다. 베탄코트는 지난해 마이너리그 올스타에 뽑힌 호타준족 멀티 포지셔너다. 프리에이전트(FA) 포수 양의지에게 125억 원을 안긴 데 이어 외국인 선수도 공격적으로 영입해 올 시즌을 향한 남다른 의지를 확고하게 표현했다.

한화도 300만 달러로 NC와 공동 5위에 올랐다. 5강을 기대하지 못했던 지난 시즌 개막 시점에는 외국인 선수에게 총 197만 5000달러를 썼던 한화다. 목표가 달라진 올해는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오른 3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서폴드가 100만 달러, 벨이 60만 달러를 받는다. 반면 KIA는 ‘200만 달러 외인’인 헥터가 떠나고 세 외국인을 모두 물갈이하면서 투자액이 402만 5000달러에서 270만 달러로 크게 낮아졌다. 특급 외인 한 명 몸값에 준하는 132만 5000달러가 줄어든 셈이다. 자립형 구단인 히어로즈는 10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외국인 몸값 총액이 200만 달러를 넘지 않았다. 브리검과 샌즈는 재계약 외인 가운데 몸값이 가장 낮고, 새 왼손 투수 요키시도 50만 달러에 사인했다. 총 190만 달러를 지출하게 됐다. 

 

배영은 / 일간스포츠 기자

 

자료출처 : 일요신문 [제13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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