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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잘알] '어처구니가 없네'…프로도 예외없는 본헤드 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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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cono0706 2022. 12. 5.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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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6. 14.

 

지난달 18일 두산 베어스와 SSG 랜더스의 프로야구 경기에서는 쉽게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됐다.

2-2로 맞선 연장 11회말 1사 만루 기회에서 두산 조수행의 타구는 몸을 날린 SSG 좌익수 오태곤의 글러브를 피해 그라운드에 닿았다.

1사 만루에 타구가 외야에 떨어졌으니 끝내기 안타를 의심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3루 주자 김재호는 웃으며 홈으로 달렸고, 경기의 주인공이 됐음을 직감한 타자 조수행은 축하의 물세례를 기대하며 1루로 향했다.

하지만 1루 주자 안재석, 2루 주자 정수빈은 타구 판단을 확실하게 하지 못한 듯 주루 플레이를 이어가지 않았다.

이를 놓치지 않은 SSG 유격수 박성한은 정수빈을 태그한 뒤 안재석마저 2루에서 잡았다. 끝내기 안타가 돼야 할 타구가 좌익수-유격수로 이어지는 더블 플레이로 연결된 것이다.

 

▲ 메이저리그(MLB)에서 나온 대표적인 본헤드 플레이 장면. 오른쪽에 있는 선수가 지난해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에 잠시 몸 담았던 윌 크레익이다. / 뉴시스


야구계에서는 이같은 행동을 본헤드 플레이(bone head play)라고 일컫는다. 본헤드는 명사로 '어리석은 사람', 형용사로 '어리석은'이라는 뜻이다. 여기에 플레이가 붙으니 '어리석은 플레이'로 통용되는 것이다.

주로 집중력이 순간적으로 떨어지는 순간에 나오는 이같은 행동들은 당사자인 선수들에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부끄러움을 선사하지만 보는 이에게는 뜻하지 않은 즐거움을 안기기도 한다.

지난 2일 롯데 자이언츠 우익수 고승민은 LG 트윈스전에서 공을 볼보이에게 건넸다가 호되게 당했다.

7회초 2사 후 이형종의 타구를 처리하기 위해 질주했지만 직접 잡는데 실패했다. 1루심의 페어 선언을 확인하지 못한 고승민은 파울일 것이라는 자체 판단으로 공을 볼보이에게 넘겼다.

심판진은 논의 끝에 이형종에게 2개 베이스 진루권을 부여했다. 2루까지 점유한 것으로 인정된 이형종은 3루를 지나 홈에 무혈입성했다.

고승민에게는 야구규칙 '방해, 업스트럭션'이 적용됐다.

외야에 위치한 볼 보이의 신체 및 볼 보이가 소지한 일체의 장비(의자 포함)에 맞았을 경우 고의 여부를 불문하고 2개 베이스가 주어진다는 내용인데 던져준 공을 볼 보이가 잡아서 챙겼으니 고승민으로서는 할 말이 없는 결정이었다.

▲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9회 말 2사 1,3루 상황에서 롯데 고승민이 두산 허경민의 공을 잡고 있다. / 권창회 기자. kch0523@newsis.com

 

난다긴다하는 야구 도사들이 모인 메이저리그(MLB)에서도 본헤드 플레이는 심심찮게 발생한다.

지난해 5월28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3루수 에릭 곤살레스는 2사 2루에서 내야 땅볼을 잡아 1루로 송구했다. 피츠버그 1루수가 베이스를 밟으면 이닝이 끝나는 지극히 평범한 상황이었다.

1루수 윌 크레익은 베이스를 터치하는 대신 타자주자 바에스를 '태그'하러 돌진했다.

하지만 홈플레이트 쪽으로 되돌아간 타자와의 거리를 좁히지 못했고, 이 과정에서 포수의 판단 실수까지 겹치면서 2루 주자가 홈을 밟았다.

얼떨떨해 하는 사이 타자가 1루로 냅다 뛰어 세이프 판정을 이끌어내면서 전혀 계산에 없었던 컵스의 1점이 추가됐다.

이후 피츠버그에서 방출돼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에 입단했던 크레익은 당시 상황을 두고 "내가 KBO리그로 온 이유를 본헤드 플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물론 그 수비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주된 이유는 아니다"면서 자신은 준수한 1루수라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본헤드 플레이라 칭하진 않지만 실수가 선수들의 전유물은 아니다.

LG 벤치는 고승민이 볼보이에게 공을 전달한 경기에서 10회말 고우석을 강제 교체했다.

안정시키기 위해 마운드를 찾았지만 이미 앞서 두 차례 투수코치가 마운드를 방문했기에 3회부터는 무조건 선수를 바꿔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계획에 없던 다음 투수를 등판시켰다.

키움은 8일 KT 위즈전 연장 12회말 타순을 착각하고 대타 작전을 냈다가 멀티히트를 치던 김혜성을 더그아웃으로 불러들여야 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야구 도사들이 모인 벤치에서도 이런 실수들이 나온다.

 

권혁진 기자 hjkwon@newsis.com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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