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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수첩] 슈틸리케호, 여론 체크만큼 '플랜과 뚝심'도 소중하다

--김현기 축구

by econo0706 2022. 10. 6.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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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06. 08.

 

한국 축구는 15년 전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끌던 대표팀이 체코와 원정 평가전에서 0-5로 대패하면서 많은 논란에 빠졌다. 프랑스전에 이어 또 한 번 5골 차 참패를 당한 것도 충격이었지만 히딩크 감독이 경기 직후 예정에 없던 휴가를 떠난 것도 씁쓸한 뉴스였다. 그는 “강팀과 겨루고 많은 경험을 쌓아 행복하다. 우리 선수들이 순진하게 플레이했고 아마추어 수준에 불과했다”는 등 몇 마디를 남긴 채 선수들과 떨어져 홀로 네덜란드에 갔다. 언론과 여론은 당연히 들끓었다. 지금처럼 인터넷과 포털이 대세를 장악한 상황이었다면 큰 난리가 났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만감이 교차하는 내용들이다. 그는 1년 뒤 대표팀을 한·일 월드컵 4강으로 이끌어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히딩크 감독은 체코전 이후에도 여자친구 문제와 잦은 휴가 등으로 월드컵 3~4개월 전까지 잡음을 일으켰다. 그럼에도 대표팀을 위한 맞춤형 플랜을 세우고 이를 충실히 이행하면서 이룩한 ‘4강 신화’란 결과 하나로 모든 논란을 잠재웠다.

지난 1일 대표팀이 스페인과 원정 경기에서 15년 만에 5골 차 패배를 당했다. 울리 슈틸리케 현 감독 대처는 히딩크 감독과 확실히 달랐다. 울리 슈틸리케 현 대표팀 감독은 “모든 게 내 책임이다”며 책임을 통감했고, 나흘 뒤 체코전에서 재빠르게 팀을 수습해 2-1 승리를 거머쥐었다.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이 3달이나 남았음에도 선수단과 같이 한국으로 귀국해 훗날을 기약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예전 외국인 감독과 많이 다르다. 한국 축구에 대한 열정과 걱정이 대단하고, 진정성도 확실히 와 닿는다. 선수 기용 면에서도 중동이나 중국 리그 선수들이 너무 많은 것은 아쉽지만 그래도 능력 위주로 등용, 매 경기 용병술에서 성공하고 있다. 국내 축구계와 소통도 잘 된다고 들었다. 최근 몇 년간 대표팀이 놓친 ‘과정’ 만큼은 확실히 쌓고 있다.

 

▲ 울리 슈틸리케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유럽 원정 2연전을 마친 뒤 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는 자신의 휴대폰을 보고 있다. / 김도훈 기자 dica@sportsseoul.com


그러나 대패한 스페인전은 어떤 지도자도 자신이 맡고 있는 팀과 운명을 같이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이기도 하다. 슈틸리케 감독도 그런 면에선 예외가 아니었다. ‘갓틸리케’란 별명도 쏙 들어갔다. 슈틸리케 감독이 유럽 원정 도중 진행한 90분 짜리 인터뷰 중 기억에 남는 내용들이 있었다. “축구 선수가 대학을 왜 가는가” 등 국내 축구 구조에 대한 진단과 “스페인전 직후 쏟아진 기사와 댓글들을 접했다” 등 여론에 대한 반응이었다. 한국 축구 전체를 걱정하는 슈틸리케 감독 마음은 잘 알지만 한편으론 슈틸리케 감독이 축구 디렉터는 아니다. 한국 축구를 빛낸 선수들 중엔 대학을 거친 선수들이 꽤 많다. 댓글까지 읽고, 각종 행사에 기꺼이 얼굴을 알리는 등 여론에 신경쓰고 홍보에 열과 성을 다하는 점은 좋지만 슈틸리케 감독이 한국 축구 홍보대사로 온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히딩크 감독 성공 이유엔 “한국어를 몰라 신문을 읽지 않는다”,“사실과 다르다”고 밝히는 등 여론을 의식하지 않는 ‘뚝심’도 한 몫했다고 본다.

유럽 원정을 통해 슈틸리케 감독과 대표팀은 냉철한 현주소를 파악했다. 스페인전과 체코전 등 이 과정 역시 슈틸리케 감독이 선택한 것이기에 그의 혜안을 또 믿는다. 다만 승부의 세계는 냉혹하다. 한국은 8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에 성공했다. 최종예선은 ‘잘 해야 본전’인 셈이다. 그렇다고 만만한 것도 아니다. 9월부터 시작되는 최종예선은 2차예선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상대를 만나는 어려운 무대다. 감독은 결국 그라운드 안에서 모든 것을 보여줘야 한다. 앞으로 1년간 ‘슈틸리케호’ 승리와 환호를 또 보고 싶다.

 

김현기 축구팀장 silva@sportsseoul.com

 

자료출처 : 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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