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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베이스볼] “코치님 있는 곳까지!” 롯데 안방 ‘퍼피’, 떠난 스승 향한 각오

--野球 이야기

by econo0706 2022. 12. 24.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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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2. 19. 

 

현역 시절 메이저리그(ML)에서 활약한 이가 코치로 한국에 왔다. 그에게 지도받는 포수들은 새로운 환경과 방식에 눈떴다. 비록 KBO리그행 2년 만에 한국을 떠나 ML 코치로 영전하게 됐지만 유산은 선명하다. 올해 입단해 1년간 호흡을 맞춘 고졸신인은 더 큰 꿈을 새겼다. 손성빈(19·롯데 자이언츠)은 최현 미네소타 트윈스 코치(33)에게 확실한 다짐을 남겼다.

미네소타는 최근 최현 코치(미국명 행크 콩거)를 배터리 및 1루코치로 영입했다. 2010년 LA 에인절스에서 ML에 데뷔한 최 코치는 7시즌 통산 373경기에서 타율 0.221, OPS(출루율+장타율) 0.660을 기록했다. 두드러지는 타격지표는 아니었지만 포수 프레이밍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2020시즌에 앞서 롯데와 계약하며 프로 지도자로 첫 발을 뗐다.

최 코치는 2년간 배터리코치를 맡은 것은 물론 올해 5월 래리 서튼 감독 체제로 접어들면서 수석코치도 겸임했다. 서튼 감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슈로 격리됐을 땐 대행 역할을 해내기도 했다. 소통 능력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당초 2022시즌까지 동행이 예정됐으나, ML 코치로 러브콜을 받자 롯데도 주저 없이 보내주기로 결정했다.

 

 

 

▲ 롯데 손성빈(왼쪽)은 고졸로 입단한 2021시즌, 최현 코치의 디테일한 지도를 받았다. 최 코치가 ML로 떠나자, 언젠간 그가 있는 곳으로 가겠다는 포부도 남겼다. / 손성빈

롯데 선수단 대부분이 아쉬워했는데 그 깊이는 포수진 쪽이 더 크다. 상무 야구단에 합격해 13일 논산 훈련소에 입소한 손성빈도 그렇다. 그는 소셜미디어(SNS)에 최 코치와 함께 찍은 사진을 게재하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손성빈은 스포츠동아와 인터뷰에서 “최 코치님께 미리 소식을 들어서 알고는 있었다. 축하드릴 일이지만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입을 뗐다.

최 코치는 당초 상무 입대를 앞둔 손성빈에게 포수 미트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 때문에 연락을 하자 미네소타로 떠나게 됐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상무 지원 당시 “합격하면 2022시즌에 롯데 2군과 상동에서 퓨처스리그 경기를 할 때 직접 보러 오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아쉬움은 더 컸다.

 

손성빈은 고교 시절이던 지난해 11월 마무리캠프에서 최 코치의 지도를 처음 받았다. 이후 영상을 보내고 피드백을 받는 등 꾸준히 소통했다. 비록 1군에 머무는 시간이 두 달도 채 안 됐지만 깊은 신뢰를 쌓은 이유다. 손성빈은 “섬세한 영역을 많이 배웠다. 특히 투수와 호흡하는 법 등은 처음 배우는 내용들이었다. 디테일하게 잘 배운 것 같다”고 돌아봤다.

함께 한 시간은 1년도 채 안 되지만 가르친 것과 배운 것, 그 속에서 쌓은 정은 깊다. 손성빈은 떠나는 최 코치에게 “1년이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정말 많이 배웠다. 전역 후 더 성장해 코치님 계신 곳까지 가겠다. 큰 목표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한국 포수 중 해외에서 성공한 사례는 전무하다. 소통이 중요한 포지션이기 때문이다. 쉽지 않은 다짐이지만 손성빈의 포부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이를 들은 최 코치도 “미국에서도 꾸준히 지켜보겠다. 궁금한 점이 생기면 언제든 연락 달라. 무엇이든 답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최 코치는 손성빈을 ‘퍼피’라고 불렀다. 손목에 튜브 밴드를 묶고 훈련하는 모습이 강아지를 닮았기 때문이라고. 롯데 안방의 퍼피는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지 않나”라며 “코치님이 계속 지켜본다고 하셨으니 상무에서도, 전역 후 롯데에서도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각오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스포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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