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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축탁축(淸蹴濁蹴)] 토트넘의 '중핵' 손흥민, 금의야행 아닌 '금의주행'

--최규섭 축구

by econo0706 2023. 2. 9.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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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7. 15.

 

한국이 낳은 불세출의 축구 스타 손흥민(30·토트넘 홋스퍼)은 역시 대단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021-2022시즌, 아시아인 최초로 등극한 득점왕답게 걸출한 솜씨를 고국 마당에서 한껏 펼쳐 보였다. 그를 사랑하는 고국 팬들의 열렬한 성원에 걸맞은 ‘축구 향연’을 베풂으로써 금의환향한 무대를 더욱 빛냈다.

한바탕 베풀어진 ‘골 잔치’(9골)로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던 서울 월드컵경기장이었다. 손흥민과 그의 아이들, 곧 토트넘과 K리그를 대변한 팀 K리그가 6만 4,000여 명의 팬들과 한마음으로 어우러져 마음껏 즐긴 축제였다.

 

지난 13일, 몽환적 분위기가 연출된 한여름 밤의 꿈 무대의 주역은 분명 손흥민이었다. 그의 몸놀림 하나하나는 운집한 많은 관중의 한결같은 탄성을 자아냈다. 분명 금의야행(錦衣夜行)이 아닌, 금의주행(錦衣晝行)이 역력하게 나타난 한 편의 연극이었다.

손흥민, 경기 내·외적으로 토트넘의 결속력을 다지는 핵심 존재

손흥민은 2022-2023시즌 영광의 재현을 향한 첫걸음을 무척 힘차게 내디뎠다. 2골을 터뜨려 토트넘의 승리(6-3)를 앞장서 이끌었다. 이번 한국 투어를 시작으로 오프 시즌 공식 경기 일정에 들어간 토트넘이 첫 단추를 잘 끼우는 데 핵심 역을 연기했다.

빈틈없이 짜인 구성을 바탕으로 한 훌륭한 연극을 연상케 한 이날의 한판은 손흥민의 활약상을 비롯한 여러 성과가 담겨 있어 더욱 뜻깊다. 경기 내·외적으로 달콤한 과실이 듬뿍 열려 사뭇 눈길을 사로잡는다.

먼저 경기 내적으로, ‘영혼의 짝꿍’ 손흥민과 해리 케인의 흉금을 터놓은 듯한 깊은 우정이 깃든 ‘찰떡궁합’에서 비롯한 상승효과다. 상대를 배려하는 플레이는 토트넘의 공격력을 크게 증폭시키는 효과를 나타내고 있음이 뚜렷하게 엿보인다.

손흥민은 이날 후반 23분, 페널티킥으로 자신의 첫 골을 뽑았다. 으레 토트넘의 페널티킥은 케인이 도맡아 찬다. 손흥민이 페널티킥을 차는 모습은 아주 이례적이라 할 만큼 매우 생소한 장면이다. 2021-2022시즌 손흥민이 득점왕에 오르며 터뜨린 23골 중 페널티킥은 단 한 골이 없을 정도다. 그런데 손흥민이 찼고 득점으로 이어졌다.

“해리가 차리라고 생각했다. 페널티킥은 해리가 준 선물이었다. 내가 집에서 놀고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웃음). 우리 둘은 서로를 정말 잘 이해한다. 해리는 경기장 안팎에서 가장 친한 친구 중 하나이며 훌륭한 파트너다.”

이날, 손흥민과 케인은 각각 두 골씩 터뜨렸다. 토트넘의 주득점원인 둘이 다가오는 시즌에 터뜨릴 골 폭죽이 기대되는 빼어난 득점력이었다. EPL 합작 골 최고 기록(41)을 지난 ‘손-케인’ 듀오가 앞으로 잇달아 밟아 갈 기록 경신의 길이 장밋빛임을 쉽게 헤아릴 수 있는 바탕이기도 하다.

경기 외적으론, 손흥민이 팀의 구심점으로서 결속력을 더욱 굳게 다졌다는 점이다. 이날 뜻밖에도 수비수로서 선제골을 터뜨린 에릭 다이어의 고백(?)에서 그 일면을 엿볼 수 있다. 경기가 끝난 뒤, 다이어는 소셜 미디어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득점 장면을 올리고 “흥민, 한국에서 더 자주 경기할 수 있을까? 제발”이라는 문장에 눈물 흘리는 이모지(Emoji: 그림 문자)까지 남겼다.

미드필더 올리버 스킵의 소감도 팀의 응집력 결속과 맥이 닿는다.

“한국에 온 이래 모든 한국인이 보여 준 친절과 후의는 놀라울 뿐이다. 우리 팀 모두 한국인의 진정한 사랑을 느꼈다. 무척 감사하다.”

결국, 손흥민을 향한 한국 팬들의 뜨거운 정성은 토트넘과 그 구성원에게까지 퍼져 나갔고, 그 열성은 손흥민을 핵으로 해 토트넘이 하나가 되는 데 밑거름이 됐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2008년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 SV 유소년팀에 입단하며 해외에 진출한 손흥민은 이번까지 네 번 소속 팀과 함께 고국을 찾아와 무대에 올랐다. 2012 피스컵엔 함부르크(2경기)와, 2014년엔 역시 같은 분데스리가의 바이어 04 레버쿠젠과 각각 같이 한국을 찾아 수준 높은 독일 축구를 선보였다. 세 차례 경기에서, 비록 골은 잡아내지 못했으나, 분데스리가에서 갈고닦으며 성장한 플레이를 보여 고국 팬을 흐뭇하게 한 바 있다.

이번 토트넘의 한국 투어에서, 손흥민은 비로소 골과 인연이 닿았다. 이제는 전 세계 축구계에서도 자랑할 만한 경지에 올라선 그의 잠재했던 독보적 골 솜씨를 분출했다. 경기 내·외적으로 토트넘의 중핵으로 자리매김한 그가 2022-2023시즌에 재연할 골 폭발이 벌써 눈에 선하다.

 

최규섭 /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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