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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드 파크] 골든글러브 수상의 역사

---Outside Park

by econo0706 2023. 3. 20.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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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2. 15 

 

벌써 34번째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끝났다. 한 시즌 프로야구를 총 결산하고, 각 부문별 최고의 선수들을 가리는 무대였다. 프로에 입단한 선수라면 누구나 한번쯤 황금장갑의 영예를 꿈꾼다. 화려한 경력을 쌓고 은퇴한 투수가 “골든글러브 한번 못 받아본 게 유일한 아쉬움”이라고 곱씹기도 하고, 평범한 성적을 내고 유니폼을 벗은 선수가 “골든글러브를 받았을 때가 내 야구인생의 하이라이트였다”고 떠올리기도 한다. 골든글러브는 프로야구 선수에게 최고의 영예 가운데 하나이자 실력과 운이 모두 따라야 받을 수 있는 ‘하늘이 내린’ 상이라서다. 
 

▲ 이승엽은 통산 10번째 골든글러브를 받으며 역대 최다 수상, 역대 최고령 수상 기록을 세웠다. 장종훈과 양준혁은 나란히 3개 부문에서 수상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한화 이글스


# 어떻게 뽑나 

골든글러브 수상자에게는 말 그대로 커다란 황금색 글러브가 주어진다. 안타깝게도 순금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 금칠이 돼 있는 글러브다. 원 소재가 가죽이라 실제 경기에도 사용할 수 있지만, 정말로 그렇게 하는 선수는 없다. 금칠이 된 가죽이라 가격이 만만치 않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에는 메이저리그나 일본처럼 수비율을 기준으로 수상자를 결정했다. 그러나 1983년부터는 공격과 수비를 아우르는 포지션별 최고 선수가 골든글러브를 탔다. ‘수비율’이라는 척도 자체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또 1984년부터 지명타자 부문이 신설됐고, 1986년부터 외야수 부문을 좌·중·우익수를 가리지 않고 통합해 투표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프로야구 기자단과 방송 관계자들이 대거 투표에 참여해 ‘야구선수로서의 종합적인 능력’을 기준으로 수상자를 정한다.

사실 포지션별로 확고하게 굳어진 선정 기준이 없고 매년 달라지기 때문에 종종 후보 선정과 수상을 놓고 논란이 벌어지기도 한다. 올해만 해도 18승을 올린 두산 투수 유희관(방어율 3.94)이 ‘방어율 3.50 이하이면서 15승 이상이거나 30세이브 이상을 올린 투수’라는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후보에도 들지 못했다. 역대 3번째로 포수 전 경기 출장을 달성한 NC 김태군은 더 놀랍게도 ‘타율 3할 이상’이라는 기준에 미달해 후보에서 누락됐다. 또 2012년에는 지명타자 출전(50경기)보다 1루수 출전(80경기)이 더 많았던 이승엽이 골든글러브 지명타자 부문을 수상해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이듬해인 2013년부터 ‘출전 포지션 중 지명타자 출전 경기수가 최다인 경우’라는 조항이 신설된 이유이기도 하다. 

# 다양한 기록 잔치

골든글러브에서는 그동안 수많은 기록이 쏟아져 나왔다. 그 가운데서도 삼성 이승엽은 홈런뿐만 아니라 골든글러브에서도 새 역사를 여럿 남긴 주인공이다. 올해도 지명타자 부문 골든글러브를 손에 넣으면서 개인 통산 10번째 수상 고지를 밟아 역대 최초로 두 자릿수 골든글러브 수상자가 됐다. 이승엽은 지난해 이미 9번째 골든글러브로 역대 최다 수상 기록을 경신했고, 올해 만 39세 3개월 20일의 나이로 역대 최고령 수상 기록도 갈아 치웠다. 이승엽은 1루수 부문에서 7번, 지명타자 부문에서 3번을 탔는데, 특히 1루수 골든글러브는 1997년부터 2003년까지 7년간 연속으로 수상해 최다 연속 수상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2007년 역대 최다 득표인 350표를 얻은 이종욱, 2002년 최고 득표율 99.26%를 얻은 마해영, 2004년 현대에서 삼성으로 이적된 직후 수상한 박진만(왼쪽부터)./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각 포지션별 최다 수상자는 투수 부문 선동열이 6회, 포수 부문 김동수가 7회, 1루수 부문 이승엽이 7회, 2루수 부문 박정태가 5회, 3루수 부문 한대화가 8회, 유격수 부문 김재박과 박진만이 5회, 외야수 부문 LG 이병규(9번)가 6회, 지명타자 부문 김기태, 양준혁, 두산 홍성흔이 각각 4회 수상으로 집계돼 있다.
 
그런가 하면 양준혁과 장종훈은 나란히 3개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해 최다 부문 수상 기록을 갖고 있다. 양준혁은 지명타자 4회, 외야수 3회, 1루수 1회, 그리고 장종훈(5회 수상)은 1루수 2회, 유격수 2회, 지명타자 1회를 각각 수상했다. 이승엽과 반대로 역대 최연소로 골든글러브를 탄 선수는 김재현이다. 1994년 고졸 신인으로 LG에 입단해 만 19세 2개월 9일의 나이로 외야수 부문 황금장갑을 꼈다. 김재현 외에 고졸 신인이 입단 첫 해에 골든글러브를 탄 사례는 1992년 롯데 염종석(투수 부문)과 2006년 한화 류현진(투수 부문)뿐이다.
 
지금까지 골든글러브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었던 선수는 NC 이종욱이다. 두산 시절인 2007년에 외야수 부문에서 총 유효투표수 397표 가운데 88.2%에 해당하는 350표를 얻었다. 외야수 부문은 총 3명까지 투표할 수 있는 특성상 그해 최다 득표 선수를 가장 자주 배출하온 포지션이지만, 그 점을 고려한다 해도 어마어마한 숫자다. 올해 최다 득표선수인 김현수는 점유율(88.5%)에서 이종욱을 앞섰지만, 총 358표 가운데 317표를 얻어 득표수에서 밀렸다. 참고로 역대 최다 득표율 수상자는 2002년 지명타자 부문의 삼성 마해영이다. 272표 가운데 단 2명을 제외한 270명이 마해영을 찍어 무려 99.26%의 득표율을 자랑했다. 

물론 실제로 2명의 유권자가 골든글러브 수상자와 탈락자를 결정짓기도 한다. 1993년 삼미 정구선은 2루수 부문에서 29표를 얻어 2위 MBC 김인식을 2표차로 눌렀다. 1994년 포수 부문 수상자인 LG 김동수(101표), 2001년 지명타자 부문 수상자인 삼성 양준혁(104표), 2010년 포수 부문 수상자인 LG 조인성(167표)도 그랬다. 당시 2위였던 태평양 김동기(99표), 롯데 펠릭스 호세(102표), SK 박경완(165표)은 각각 딱 2표가 모자라 역대 가장 아쉬운 탈락자로 남게 됐다. 넥센 이택근은 현대 시절이던 2007년 외야수 부문에서 189표를 얻고도 3위인 LG 이대형(208표)보다 적은 득표로 4위에 그쳐 역대 가장 많은 표를 얻고도 상을 받지 못하는 불운을 겪었다. 또 2004년에는 외야수 부문 투표에서 삼성 박한이와 LG 이병규가 나란히 138표로 공동 3위에 올라 역대 최초로 외야수 골든글러브를 4명이 수상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정규시즌 5연패 팀인 삼성은 지금까지 총 64명의 골든글러브 수상자를 배출해 역대 최다 수상팀으로 남아 있다. 삼성은 올해도 전 포지션에 소속 선수를 골든글러브 후보로 올려놓는 기록을 남길 뻔했지만, 3루수 부문 후보 박석민이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고 NC로 이적하면서 10개 부문 후보를 내놓는 데 만족해야 했다. 해태는 1991년에 무려 6명의 수상자(투수 선동열, 포수 장채근, 1루수 김성한, 3루수 한대화, 외야수 이순철과 이호성)를 내놓아 역대 한 팀 최다 수상과 역대 한국시리즈 우승팀 최다 수상 기록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 

# ‘이적생 FA’가 낳은 진풍경

 

▲ 해태는 1991년에 무려 6명의 수상자(투수 선동열, 포수 장채근, 1루수 김성한, 3루수 한대화, 외야수 이순철과 이호성)를 배출했다. /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사실 박석민을 NC로 보낸 삼성의 사례에서 보듯,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가장 애매한 부분은 소속팀 표기다. 시상식이 FA 국면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시점에 열리기 때문이다. 선수가 한 시즌 동안 몸을 담고 활약한 팀은 따로 있는데, 시즌 후 FA나 트레이드 등을 통해 다른 팀으로 이적하게 되면 종종 어색한 장면이 연출된다. 역대 최초의 사례는 1993년 김광림과 한대화였다. 당시 OB 유니폼을 입고 활약한 김광림은 시즌 후인 11월 23일 쌍방울로 트레이드됐고, 12월 4일에는 해태의 간판타자였던 한대화가 LG로 트레이드됐다. 


그리고 그해 12월 11일에 열린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김광림은 외야수 부문 2위로 생애 첫 황금장갑을 획득했고, 한대화는 7년 연속 3루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그러나 김광림의 소속팀은 OB가 아닌 쌍방울, 한대화의 소속팀은 해태가 아닌 LG였다. 당시에는 이런 전례가 없었기에 소속팀에 대한 유권해석을 두고 갑론을박이 일었다. 골든글러브 수상자 배출은 선수 개인뿐만 아니라 팀에게도 의미 있는 기록이었기에 더 그랬다. 결국 팀을 옮긴 선수의 이름 앞에 다시 전 소속팀명을 표기하는 게 더 이상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이후 1999년 LG 포수 김동수가 시즌 직후 FA로 삼성으로 이적해 황금장갑을 탔고, 2004년 현대에서 뛴 박진만도 FA로 삼성으로 이적한 뒤 골든글러브를 안았다. 하필이면 당시 현대 감독이자 박진만을 애지중지 키운 김재박 감독이 유격수 부문 시상자였다. 김 감독은 어색하게 “삼성 라이온즈 박진만”이라고 호명한 뒤 무대에 오른 박진만에게 상을 주지 않겠다는 제스처를 취해 시상식장에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이 외에도 2008년 지명타자 홍성흔이 두산에서 롯데로 이적하자마자 골든글러브를 받았고, 2013년 2루수 정근우도 SK에서 한화로 옮긴 직후 황금장갑을 수상했다. 올해 넥센에서 활약한 유한준은 FA 자격을 얻어 고향팀 kt로 이적하면서 신생구단 kt 창단 직후 최초의 골든글러브 수상자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박석민 역시 지난해에는 삼성 선수로, 올해는 NC 선수로 각각 골든글러브를 품에 안았다. kt와 NC는 KBO에서 제작한 골든글러브 안내 책자에 나란히 새 유니폼을 입은 두 선수의 합성 사진을 수록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올해 정규시즌과 국제대회 일정상 FA 계약 시기가 뒤로 밀리면서 미처 새 프로필 촬영을 할 시간이 없었던 탓이다. 

 

배영은 스포츠동아 기자 yeb@donga.com 

 

일요신문 [제1231호] 

 

미국·일본의 골드·골든글러브
 - 수비왕이 받아… 매덕스 18번 ‘독식’

한국의 골든 글러브는 사실상 ‘베스트 10’이다. 수비력보다 공격력을 기준으로 후보를 선정하고 수상자를 가린다. 상 이름에 ‘글러브’가 들어가지만 글러브를 끼지 않는 지명타자도 시상 대상에 포함되는 이유다. 일부 야구 관계자들은 “글러브가 아니라 ‘골든 배트’라는 이름이 더 어울리는 상”이라고 농담하기도 한다. 메이저리그와 일본은 다르다. 공격력에 대한 상과 수비력에 대한 상이 완전히 구분돼 있다.
 

▲ 그레그 매덕스(왼쪽), 매덕스가 2002년에 받은 골드글러브


# 메이저리그

메이저리그는 ‘골드 글러브’라는 이름으로 각 포지션에서 가장 수비력이 뛰어난 선수에게 따로 상을 준다. 글러브 제조회사인 롤링스의 홍보담당자가 80% 이상의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롤링스 사의 글러브를 쓴다는 통계에 고무돼 창안했다. 1957년에 양대 리그 통합 시상으로 처음 시작됐고, 두 번째 해인 1958년부터 리그별로 나누어 9명의 선수에게 시상을 해왔다. 아메리칸 리그의 지명타자는 당연히 받을 수 없는 상이다.
 
초창기에는 스포츠 주간지 <스포팅 뉴스>가 위촉한 19명의 야구기자가 수상자를 선정했다. 1965년부터는 현장의 전문가들인 각 팀 코칭스태프가 자신의 소속팀을 제외한 선수들에게 직접 투표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또 최종 투표 결과에는 미국야구통계학회의 지분 25%가 더해진다. 코칭스태프들이 다른 지구 소속팀 야수들의 경기 장면을 자주 보지 못한다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다만 수비는 잘하던 선수가 계속 잘할 수밖에 없는 분야다. 한 번 받은 선수가 또 받거나 연속 수상하는 일이 잦다. 일례로 역대 최고의 컨트롤러로 꼽히는 투수 그레그 매덕스는 1990년부터 2008년까지 단 1년(2003년)만 빼고 무려 18번(13년 연속 수상 포함)이나 골드 글러브를 독식했다.

대신 메이저리그는 ‘실버 슬러거(Silver Slugger)’ 상이 따로 있다. 매년 각 포지션에서 최고의 공격력을 보여준 선수에게 따로 수여하는 상이다. 아메리칸 리그는 투수 대신 지명타자에게 상을 주고, 지명타자 제도가 없는 내셔널리그는 투수도 타석에 서기 때문에 수상 포지션에 포함된다. 실버 슬러거 역시 골드 글러브처럼 메이저리그 코칭스태프가 같은 기준으로 투표한다. 타율, 장타율, 출루율 등이 모두 고려 대상이다. 

# 일본 프로야구 

일본도 수비력이 강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골든 글러브’ 상이 따로 있다. 1972년에는 ‘금보다 비싼 상’이라는 의미를 담아 ‘다이아몬드 글러브’라는 이름으로 제정됐지만, 1986년부터는 지금의 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롤링스처럼 일본의 스포츠용품 전문 회사인 미쓰이가 후원하고 있다. 미국처럼 센트럴리그와 퍼시픽리그로 나누어 상을 준다. 

일본의 골든 글러브는 미국과 달리 현장의 인물이 아닌 프로야구 취재 기자들이 뽑는다. 대신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일본 프로야구 취재 경력이 5년을 넘어야 투표권을 가질 수 있다. 수비력이 기준이기 때문에 지명타자 부문은 따로 뽑지 않고, 투표수가 같으면 공동 수상을 인정한다. 또 ‘수상자 없음’이라는 표가 과반수를 넘으면 아예 상을 주지 않고 공석으로 남겨 둔다. 2010년 센트럴리그 1루수 부문에서 처음으로 이런 사례가 나왔다. 다만 ‘수상자 없음’ 표가 2위 선수 표보다 많더라도 과반수를 넘지 않으면 2위 선수에게 상을 준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일본도 독보적인 수비력을 앞세운 선수들이 상을 집중적으로 가져가는 사례가 많다. 한큐 브레이브스의 명 외야수였던 후쿠모토 유타카는 1972년부터 1983년까지 퍼시픽리그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12년 연속 수상했을 정도다.

일본은 골든 글러브 외에 ‘베스트 9’을 따로 선정하는데, 실제로는 이 상이 한국의 골든 글러브와 비슷한 개념이다. 모든 기준을 다 고려해 각 부문별 최고의 성적을 낸 선수를 가린다. 투표 인단은 골든 글러브와 똑같다. 1950년에 양대 리그 체제로 갈라진 이후에는 리그별로 9명씩을 시상해왔고, 1975년 퍼시픽리그에 지명타자 제도가 도입된 뒤부터는 퍼시픽리그만 지명타자를 포함해 ‘베스트 10’으로 늘어났다. 올해는 소프트뱅크에서 뛰었던 한국인 타자 이대호가 퍼시픽리그 지명타자 부문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대호는 오릭스 시절이던 2012년에도 1루수 부문에서 뽑힌 적이 있다. [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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