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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드 파크] 준 PO 역대급 명장면

---Outside Park

by econo0706 2023. 4. 6.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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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0. 12 

 

가을이 왔다. 10월 7일 넥센과 SK가 맞붙은 사상 첫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시작으로 2015 KBO리그 포스트시즌이 막을 올렸다. 지난 10일부터는 두산과 넥센이 겨루는 준플레이오프(준PO)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NC가 기다리고 있는 PO행 티켓 한 장을 놓고 치열한 승부를 펼치는 시간이다. 준PO는 1989년 포스트시즌에 처음 도입된 뒤 한국 프로야구에 수많은 전설을 탄생시켰다. 이번 가을에는 또 어떤 드라마가 빚어질까. 준PO의 역사와 준PO가 남긴 명장면들을 되짚어봤다. 

# 준PO는 언제부터 어떻게 진행됐나

준PO는 한국 프로야구가 전기리그와 후기리그를 폐지하고 단일시즌 체제를 채택한 1989년에 처음으로 시작됐다. 단일시즌이 돼 전기와 후기 우승팀이 따로 갈라지지 않는 대신, 3~4위 팀이 3전 2선승제의 준PO를 치르게 된 것. 이후 2위 팀과 준PO 승자가 5전 3선승제의 PO에서 만나고, 다시 1위 팀과 PO 승자가 7전 4선승제의 한국시리즈에서 맞붙는 방식이 바로 이때부터 시작됐다. 1993년부터는 이전과 방식은 동일하되, 3위와 4위의 격차가 3경기 이내일 때만 준PO를 열었다. 준PO가 무산될 경우에는 2위와 3위가 맞붙는 PO가 7전 4선승제로 늘어났다. 이런 룰이 1998년까지 계속됐다. 

1999년과 2000년은 매직리그와 드림리그로 4팀씩 나뉘어 정규시즌을 치르는 양대 리그 체제였다. 매직리그 1위와 드림리그 2위, 드림리그 1위와 매직리그 2위가 PO에서 만나 한국시리즈 진출자를 가렸기 때문에 준PO는 열리지 않았다. 다만 한쪽 리그의 3위 팀이 반대쪽 리그의 2위 팀보다 승률이 높을 경우에만 3전 2선승제의 준PO를 치러 PO 진출팀을 정했다.

이 양대 리그제가 2년 만에 다시 단일시즌제로 회귀하자, 2001년부터는 포스트시즌 방식도 다시 예전으로 돌아갔다. 준PO가 3경기, PO가 5경기, 한국시리즈가 7경기였다. 그러다 2005년에 잠시 준PO가 5전 3선승제로 늘어났고, 이듬해부터 다시 2년 동안은 또 3전 2선승제로 복귀했다. 2008년에는 잠시 준PO 5경기, PO 7경기, 한국시리즈 7경기 체제로 최대한 늘어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2009년부터 현재와 같은 경기 수(준PO 5경기, PO 5경기, 한국시리즈 7경기)로 정착됐다. 올해도 준PO는 변함없이 5전 3선승제로 진행된다.

# 1989년 최초의 준 PO 

준PO가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 처음 선을 보였던 1989년은 역대 최초일 뿐만 아니라 최고의 명승부를 남긴 시리즈로도 회자된다. 그해 김성근 감독과 함께 새 출발했던 태평양은 인천 연고팀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투수진에서 박정현, 정명원, 최창호가 바람을 일으켰는데, 특히 장신의 잠수함 투수였던 고졸 신인 박정현이 눈부셨다. 1986년 MBC 김건우가 세웠던 신인 최다승 기록(18승)을 넘어 19승을 따냈다. 

삼성과 맞붙은 역사적인 준PO 1차전. 삼성은 선발투수 성준과 재일동포 김성길이 이어 던졌고, 태평양은 오로지 박정현 한 명으로 맞섰다. 투수전은 끝이 없었다. 연장 14회 초까지 무득점이었다. 오후 2시에 시작된 경기가 하늘이 어둑해질 때까지 계속됐다. 연장 14회말 2사 2·3루에서 태평양 김동기가 타석에 섰다. 그해 홈런이 11개뿐이었고, 정규시즌 김성길 상대 성적이 21타수 2안타였던 타자. 바로 그가 좌중간을 가르는 끝내기 3점홈런을 만들어 냈다. 박정현은 14이닝 동안 8안타 7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면서 태평양의 역사적인 첫 포스트시즌 경기에서 완봉승을 올렸다. 

그러나 박정현은 3차전에서도 공을 던지다 마운드에서 쓰러지는 불상사도 겪었다. 14이닝을 던졌던 투수가 사흘 만에 다시 마운드에 올라 4회부터 9회 투아웃까지 혼신의 피칭을 펼쳤다. 결국은 허리에 이상이 생기면서 마운드에 주저앉았다가 쓰러졌다. 박정현은 부축을 받고 내려와 인천중앙병원으로 후송됐고, 에이스의 투혼을 등에 업은 태평양은 3시간 50분의 격전 끝에 연장 10회말 곽권희의 끝내기 중전안타로 2-1로 승리했다. 태평양 양상문이 구원승을 올렸다. 

물론 맞은편 더그아웃의 삼성도 중요한 역사를 썼다. 2차전에서 삼성 김용국이 0-2로 뒤진 6회 무사 만루에서 태평양 선발 최창호의 직구를 공략해 좌중간 역전 만루홈런을 때려냈다. 프로야구 원년 한국시리즈(OB 김유동) 이후 7년 만에 나온 포스트시즌 통산 2번째 그랜드슬램이었다. 이 홈런 덕분에 삼성은 포스트시즌 11연패를 끊어냈다. 

# 1991년 빗속의 혈투
 

▲ 삼성의 류중일은 1991년 롯데와의 준PO에서 1차전부터 4차전까지 4경기 연속 홈런을 치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준PO는 3전 2선승제로 치러지지만, 승부를 가리지 못하는 경기가 나오면 불가피하게 4차전을 열어야 한다. 1991년 3년 연속 가을 잔치에 나선 삼성과 7년 만의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롯데가 바로 그랬다. 3차전까지 1승 1무 1패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두 팀은 결국 벼랑 끝 승부인 4차전에서 다시 만났다. 굵은 빗줄기가 쏟아졌던 이날, 삼성 김용철은 1-2로 뒤진 6회말 1사 2루서 롯데 선발 윤학길을 상대로 비 내리는 하늘을 가르는 역전 2점 홈런을 쏘아 올리며 전세를 뒤집었다. 삼성은 이후 8회말 류중일의 홈런을 포함해 대거 7득점하며 10-2 대승을 거뒀다. 류중일은 1차전부터 4차전까지 모두 홈런을 쳐 사상 최초로 포스트시즌 4연속경기 홈런 대기록을 작성한 ‘푸른 피의 영웅’이 됐다. 

# 1993년 한 지붕 두 가족의 첫 격돌 

1993년의 준PO는 잠실구장을 함께 쓰는 ‘한 지붕 두 가족’ LG와 OB가 사상 처음 가을잔치에서 격돌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관심이 모아졌다. 아니나 다를까 기싸움이 팽팽했다. 2차전까지 1점차 승리를 주고받으면서 1승 1패. 양 팀은 3차전 선발로 LG 김용수와 OB 박철순을 내세웠다. OB가 3회말 선취점을 뽑자 LG가 5회초 동점을 만들었고, OB가 5회말 다시 1점을 뽑아내 2-1로 앞서나갔다. 그러나 LG는 운명의 8회말 1사 1·2루서 김상훈의 동점 적시타, 김동수의 역전 적시타를 비롯해 한꺼번에 4점을 뽑아내며 역전극으로 시리즈의 마침표를 찍었다. 

# 2005년 SK와 한화 쫓고 쫓기는 게임 

사상 처음으로 5전 3선승제의 준PO가 펼쳐진 2005년. 개막 전 꼴찌 후보로 평가됐던 한화는 준PO 진출만으로도 기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SK는 2위로 PO 직행을 노리다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LG에 덜미를 잡히면서 3위로 떨어졌다. 팀 분위기 하나만큼은 상승세를 타고 올라온 한화가 오히려 유리해 보이는 상황이었다. 4차전까지 2승 2패로 균형을 맞춘 두 팀은 최종 5차전에서 한화가 달아나면 SK가 쫓아가는 시소게임을 펼쳤다. 한화가 1-0으로 앞선 2회말 3-0으로 앞서나가자 SK는 3회초 2점, 4회초 1점을 얻어 동점을 만들었다. 그러자 한화는 다시 4회말 1점에 이어 5회말 이범호의 2점홈런으로 6-3까지 달아났다. SK는 9회초 박재홍의 2점홈런이 터지면서 1점 차까지 다시 추격했지만, 끝내 승부를 뒤집지는 못했다. 

# 2010년 두산 역전 드라마 
 

▲ 2010년 준PO에서 두산이 ‘리버스 스윕’으로 롯데를 꺽고 PO에 진출했다.


2009년 두산에 져 준PO에서 탈락했던 롯데는 2010년 다시 준PO에서 두산을 만났다. 초반 기세는 무서웠다. 잠실 원정에서 2승을 먼저 해냈다. 1차전에선 9회 전준우의 결승 솔로포가 터졌고, 2차전에선 그해 타격 7관왕 이대호가 연장 10회초 3점포를 쏘아 올렸다. PO 진출 문턱까지 갔다. 그러나 두산의 뚝심이 다시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사직 원정에서 3·4차전을 모두 따내 끝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잠실로 돌아온 5차전도 두산의 11-4 승리. 2연패 후 3연승을 거두는 ‘리버스 스윕’으로 PO에 진출한 팀은 준PO 역사상 두산이 처음이었다. 롯데를 3년 연속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던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결국 롯데와의 재계약에 실패했다. 

# 2012년 롯데의 ‘리벤지’ 
 

▲ 2012년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준PO 4차전 연장 10회말, 3루에 악송구를 한 두산 포수 양의지의 ‘시리즈 끝내기 실책’으로 롯데가 PO에 진출했다. /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2012년 준PO 역시 롯데와 두산의 대결이었다. 롯데가 2승 1패로 앞선 채 시작한 4차전 연장 10회말. 롯데 선두타자 박준서가 중전안타로 나간 뒤 3번타자 손아섭의 희생번트로 1사 2루가 됐다. 4번 홍성흔 타석 때 두산 투수 스캇 프록터가 볼카운트 0B-1S서 3구째 변화구를 던졌다. 원바운드된 볼은 포수 양의지의 미트를 맞고 뒤로 흘렀다. 2루주자 박준서가 3루로 달리자 공을 잡은 양의지가 3루로 송구했다. 그러나 공은 3루수 이원석의 글러브를 맞고 좌익수쪽까지 굴러갔다. 주자 박준서는 홈을 파고들어 시리즈 끝내기 득점을 올렸다. 준PO와 PO, 한국시리즈를 통틀어 시리즈의 운명을 가른 ‘시리즈 끝내기 실책’은 이날 양의지의 3루 악송구가 최초였다. 롯데는 그렇게 2년 만에 복수에 성공했다.

 

배영은 스포츠동아 기자 yeb@donga.com

 

일요신문 [제1222호] 

 

역사에 남을 혈투 ‘2013년 준PO’

두산과 넥센의 준플레이오프(준PO). 낯설지 않은 광경이다. 오히려 친숙하기 그지없다. 불과 2년 전 두 팀은 준PO에서 만나 한국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역사에 남을 혈투를 펼쳤다.
 

▲ 2013년 준PO에서 맹활약을 한 두산의 최재훈(왼쪽)과 넥센의 박병호(오른쪽). / 연합뉴스


우선 1∼3차전에서 포스트시즌 사상 최초로 3연속경기 끝내기 안타가 나왔다. 또 4차전까지는 준PO 사상 최초로 4연속경기 1점차 승부가 펼쳐졌다. 5차전 역시 8-5로 일방적인 경기는 펼쳐지지 않았지만, 연장전에 돌입해서야 경기가 끝났다.

특히 잠실에서 열린 3차전에서는 준PO 역대 2번째로 연장 14회 승부가 펼쳐졌고, 4시간43분간 경기가 진행돼 역대 준PO 최장시간 신기록이 작성됐다. 심지어 이 기록은 목동구장으로 옮겨서 치러진 5차전에서 사흘 만에 다시 경신됐다. 연장 13회까지 무려 4시간 53분의 경기 시간을 기록해 준PO 최장시간 경기 기록을 10분이나 다시 늘렸다. 놀랍게도 1993년 OB와 LG가 치렀던 준PO에서는 1차전이 역대 준PO 최단시간인 2시간 14분, 2차전이 두 번째 최단 시간 기록인 2시간 19분이었다. 정확히 20년 후 만난 넥센과 두산은 당시의 OB와 LG보다 두 게임 이상을 더 치른 셈이다. 또 두산은 2연패 후 3연승을 달리면서 2010년 이후 두 번째 리버스 스윕에 성공했다. 준PO가 5전 3선승제로 열린 이후 리버스 스윕을 해낸 팀은 2010년과 2013년의 두산이 유일하다. 

사연도 많았다. 1·2차전과 3·4차전, 그리고 5차전의 주인공이 확실하게 갈렸다. 목동에서 열린 1차전과 2차전은 그야말로 ‘박병호 시리즈’였다. 박병호는 1차전에서 1-0으로 앞선 1회말 두산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를 상대로 중월 솔로홈런을 쏘아 올렸다. 그러자 두산은 박병호를 지나치게 신경 쓰다 제풀에 무너졌다. 3회에는 고의4구로 내보냈고, 2-2 동점인 6회말에는 선두타자 박병호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 실점했다. 9회말 2사 2·3루서 이택근의 끝내기안타가 터질 때도 바로 뒤에 버틴 박병호의 존재감을 신경 쓰느라 이택근과의 승부에 집중하지 못했다. 2차전도 그랬다. 두산 배터리는 1점 차로 간신히 앞선 8회말 2사 2루서 타석에 나선 박병호와의 승부에 부담을 느꼈다. 고의4구와 정면승부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다. 결국 투수 홍상삼이 포스트시즌 사상 최초의 ‘1이닝 3폭투’ 기록을 작성하면서 허무하게 동점을 허용했다. 2-2 동점인 연장 10회말에는 선두타자 박병호가 유니폼에 스치는 사구로 출루해 김지수의 끝내기안타 때 결승득점을 올렸다.

그러나 잠실로 자리를 옮기자 두산 최재훈이 깜짝 스타로 떠올랐다. 최재훈은 3차전 연장 14회까지 안방을 책임지면서 넥센이 세 차례 시도한 도루를 모두 잡아냈다. 끝내기 안타는 이원석이 쳤지만, 안정된 리드와 강한 송구로 넥센의 발을 잡은 최재훈이 숨은 공신이었다. 4차전에서도 최재훈이 1회 한 차례 도루를 저지하자 넥센은 더 이상 2루를 훔칠 생각을 하지 못했다. 게다가 0-1로 뒤진 6회말 역전 결승 2점 홈런까지 뽑아내 진짜 영웅이 됐다. 

목동으로 돌아간 5차전에선 다시 박병호가 3점 뒤진 9회말 2사 1·2루서 시리즈를 끝내러 나온 니퍼트를 상대로 드라마 같은 동점 3점포를 터트렸다. 경기는 결국 넥센의 패배로 끝났지만, 이 홈런 한 방은 그해 최고의 홈런 가운데 하나로 오랫동안 회자됐다.

이뿐만 아니다. 기상천외한 플레이도 속출했다. 당시 넥센 소속이던 장민석(개명 전 장기영)은 3차전 9회말 승부처에서 투 스트라이크 이후 기습번트를 대려다 삼진을 당하는 보기 드문 본헤드 플레이로 팀의 사기를 꺾었다. 또 두산 오재일은 4차전 1회말에 2루에서 3루로 달리다 타구에 맞아 횡사했다. 여기에 내야에 뜬 타구를 투수와 포수가 충돌해 놓치고, 1루 견제구가 불펜 안으로 들어가 버리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볼 수 있었던 다섯 경기. 그야말로 대단한 준PO였다. [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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