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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뚜루 마뚜루] FA 100억 원의 ‘거짓과 진실’

--홍윤표 야구

by econo0706 2023. 5. 7.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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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2. 16.

 

지난 11월 24일 최형우(33)가 KIA 타이거즈와 총액 100억 원(계약금 40억 원, 연봉 15억 원, 계약기간 4년)에 FA 계약을 맺는데 성공했다. 언론은 ‘사상 처음 FA 100억 원대 진입’ 등으로 대서특필했다. 그동안 나름대로 순정한 땀을 흘린 대가, 포상 같은 것이므로 축하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최형우가 한국 프로야구 사상 첫 100억 원대 FA 계약을 한 선수가 맞을까. 그리고 KIA 구단이 발표한 100억 원은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있을까. 이런 소박한 의문은 익명을 요구한 한 구단 단장의 말로 현 실태를 압축, 요약해 풀이해볼 수 있다.

 

“FA 선수들의 몸값이 거품이라는 데엔 10개 구단이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FA 선수들의 거액 몸값 발표는) 구단마다 다르지만 축소하는 데도 있고, 안 하는 데도 있다. 다만 옵션은 발표하지 않는 경향이다.”

 

그 단장은 FA 선수들의 몸값이 실제보다 축소 발표되고 있는 실태를 솔직하게 시인했다. 구단들 주변에선 FA 선수들의 몸값 축소가 공공연한 비밀처럼 돼 있다. 이는 비난 여론을 의식한 구단들의 고육책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외국인 선수 몸값 축소 발표와 더불어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행태로 비판받을 노릇이긴 하다.

 

몸값 축소는 ‘세후(세금을 구단이 부담하는)’ 형태나 각종 ‘옵션’을 감추는 짓이다. ‘옵션(이면 약정)’은 선수와 구단이 일정한 기준선을 정해 성적을 올릴 경우 추가로 지급하는 것으로 투수는 이닝수, 승수 등으로 대개는 성과에 따른 ‘플러스 옵션’이다.

 

공교롭게도 최형우가 구단발표로는 최초로 100억 원을 넘긴 사례가 되기는 했지만 이미 최형우 이전에 100억 원을 넘겼던 선수가 있었을 것이라는 짐작도 할 수 있다. 최근 2, 3년 사이에 100억 원에 육박한 거액의 선수가 적지 않았다. 이를테면 총액 90억 원 대의 FA 선수가 만약 계약 조건으로 구단 측에서 세금을 떠안았거나 옵션을 걸었다면 100억 원을 훌쩍 넘겼을 공산이 크다.

 

최형우의 경우, 아무개 전직 감독은 경험에 비추어 130억 원대의 거액을 받았을 것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했다. 구단의 사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의 그런 추측은 공감이 간다. 사실 다른 구단 주변에서도 최형우의 몸값이 실제보다 훨씬 적게 발표됐을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가정이라는 전제를 달고 한 번 따져보자.

 

기자 출신 세무사로 일하고 있는 이건 씨는 “만약 총액 100억 원이라면 총액을 계약기간 4년으로 나누어 1년간 총 소득이 25억 원인데, 필요경비 등을 40%로 잡고 60%에 해당하는 소득 15억 원에 대한 세금 6억 원을 4년으로 합산하면 24억 원이고 건강보험료 등도 대납해준다면 실제 구단이 부담하는 액수가 30억 원 가량 될 수 있다. 따라서 100억 원으로 축소발표 했다면 실제는 130억 원에 이른다는 합리적인 추론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축소 발표가 세금 문제와 연결 돼 있으면 추정치이기는 하지만 100억 원 계약의 선수가 실제 총액으론 130억 원일 수가 있다는 것이다.

 

구단들은 아니라고 강변하지만 만약 원래 소속 구단이 70억 원을 불렀는데 이를 마다하고 다른 구단으로 옮겨 비슷한 액수에 계약을 했다면 이는 틀림없이 다른 부대조건, 구단의 세금 부담이라든가 다양한 옵션 계약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어쨌든 FA 100억 원대의 실제 계약자가 속출하는 것은 이른바 ‘나비효과’가 부른 특이한 현상이다.

 

앞서 언급했던 구단의 단장은 “얇은 선수층, 한정된 특급 선수, 특히 투수들은 두산의 장원준 사례에서 비롯된 나비효과라고 볼 수 있다”면서 “투자 여력이 있는 구단들이 우승을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런 선택을 한다고 봐야할 것”이라고 풀이했다.

 

구단들이 옵션은 물론 세금 문제도 특정 선수들에 대해선 ‘을’의 처지에서 계약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런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어찌 보면 한국 프로야구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일본의 경우를 보면 구단의 연봉 발표에 대해 언론은 3억 엔(추정)이라고 ‘추정’이라는 꼬리를 단다. 이는 선수들의 옵션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옵션 부분은 선수가 공개를 꺼려해 구단들이 발표를 하지 않는 추세다. 옵션은 구단과 선수 사이의 문제이지만 현장에선 선수의 기용 문제가 걸려 있어 감독과 갈등의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모 구단의 단장은 “우승 욕망이 강한 팀 한 군데서 (거액 계약 조건을) 내지르면 과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경쟁적으로 덤비는 구단이 있게 마련이다. 그 때문에 선수들의 몸값이 부풀려 진다.”면서 “구단들이 어느 정도 적정선을 정해놓고 그 선을 넘어가면 중단해야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이른바 ‘특A급’으로 분류되는 선수는 극소수이다. 자원이 한정돼 있어 몸값 상승을 저지할 마땅한 대안을 찾기가 어려운 것 또한 사실이다. 반면 나이를 먹고 효용가치가 떨어진 FA 선수들에겐 찬바람이 쌩쌩 부는 것도 근년 들어 볼 수 있는 현상이다.

 

그와 관련, 그 단장은 “프로니까 노력하고 실력을 갖춘 사람만 누릴 수 있는 것이 당연하다. FA는 구단이 선수 계약기간이 4년 이라면 그 기간 동안 우승을 하기 위해 투지를 하는 것이다. 미래가치에 중점을 두는 것이지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이라고 지나간 공로를 따져서 매길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냉엄한 현실을 적시했다.

 

“어중간한 선수가 ‘나는 지금까지 헌신 했으니까 덩달아 어떻게 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먹히지 않는다.”면서 “차라리 그 돈을 가지고 젊은 선수들을 육성하는 데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꼭 필요한 선수는 잡아놓고 나머지는 육성이나 트레이드를 통해 전력 보강을 꾀하는 것이 정상적인 구단 운영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의 주장처럼 이쯤에서 FA 개념을 재정리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경우 우리처럼 아무나 FA 선언을 하지는 않는다. 우리 프로야구단 역사가 30년을 넘었다. 무턱대고 시장 평가를 받겠다고 선언할 것이 아니라 일본 선수들처럼 제 몸 상태나 나이, 실력을 냉정하게 평가해 1년 단위로 단기간 계약을 하는 것이 오히려 현실적이다. 어중간한 선수는 보상 금액이나 보상 선수 문제가 뒤따른다. FA 투자는 선수 개인에 대한 장래 보장이 될 수 없다.”

 

그에 따르면 “등급제도도 시장 원리에 안 맞는다. 등급제로 해도 보상 금액이나 보상선수를 없애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 100억 원이라도 반드시 필요한 포지션의 선수라면 투자를 해야 하겠지만 ‘이상한 선수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가 말한 ‘이상한 선수들’은 이른바 ‘먹튀’들이다. 무책임한 그런 선수들에게 엮이면 ‘우환’이 뒤따른다. 프런트가 책임져야할 일이 생기는 것이다.

 

어차피 FA는 ‘양날의 칼’이다. 구단은 나름대로 내부 상한선을 정해놓고 FA 선수들과 협상할 필요가 있고, 선수들도 무작정 시장에 나가 찬바람을 맞고 설움 당하고 돌아서는 것보다 보다 현실적인 계산을 할 필요가 있다.

 

야구출신 단장들이 대세다. 그들은 선수들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서로 현실을 직시하고 사고, 발상의 전황을 할 때가 왔다. 누리꾼들이 ‘구단은 자선단체가 아니다. 떼를 쓴다고 될 일이 아니다’고 오히려 충고하는 세상이 됐다.

 

홍윤표 선임기자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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