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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w & Rule] 장정석 사건에 대하여

--한민희 법률

by econo0706 2023. 5. 21.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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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04. 12. 

 

프로야구 개막을 앞둔 지난달 말 KIA 타이거즈는 장정석 단장이 선수계약과 관련해 뒷돈을 요구하는 품위 손상 행위로 물의를 일으킨 것으로 보고 해임했다. 

보도에 의하면 KIA 구단은 지난해 4월 키움 히어로즈에서 KIA로 트레이드된 포수 박동원과 예비 FA(자유계약선수) 자격으로 시즌 중 연장 계약을 논의했는데, 이때 장정석 전 단장이 원정 숙소에서 박동원을 직접 불러서 두 번이나 뒷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동원은 KIA가 아닌 LG 트윈스와 FA 계약을 체결했는데, 해당 발언이 담긴 녹취파일을 보관하던 중 KIA 구단주에 이메일로 1차 신고를 하고, 이후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에도 신고했다고 한다. 

장정석 단장은 구단 징계위원회에 ‘히어로즈 프런트 시절부터 박동원과 친분이 두터워 FA 협상 과정에서 농담 삼아 말한 것’이라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구단은 어떤 이유에서라도 소속 선수와 협상 과정에서 금품 요구라는 그릇된 처신은 용납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해임했다고 밝혔다. 

사건의 파장은 매우 크다. KIA는 단장 없이 정규시즌을 시작했고, KIA 구단은 물론 많은 야구 관계자와 팬들이 충격을 받았다. 이번 사건과 관련한 여러 법적 쟁점이 있는데, 그중 크게 두 가지를 고민하고 싶다.

첫 번째, 박동원의 녹취파일의 적법성이다. 장정석 단장은 2022년 8월 처음 FA 계약과 관련한 뒷돈을 요구했고 이후로도 요구했다고 한다. 당시 박동원으로서는 이러한 부당한 내용에 대해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 방법으로 대화 녹음을 선택한 것 같다. 

 

▲ 장정석 전 KIA 타이거즈 단장이 박동원에게 뒷돈을 요구한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다. 왼쪽 사진은 KIA 시절 박동원.


결론부터 말하면 녹음은 적법하고 녹취파일을 제공한 것 또한 위법성이 없다고 생각한다.

 「통신비밀보호법」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 녹음을 금지'하고 있는데, 대화하면서 그 중 한 사람이 녹음한다면 이것은 타인이 아니어서 금지되지 않는다(제3조 제1항 본문). 즉 대화자 간 녹음은 녹음 여부를 알리지 않는다 하더라도 법을 위반하는 것이 아니다.

 이 녹취파일이 알려질 경우 장정석 단장의 명예를 훼손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박동원의 내용 공개에 대해 선수협은 '박동원 자신은 LG 트윈스로 옮겼지만, 장정석 단장이 있는 한 제2, 제3의 케이스가 또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 공개했다'라고 밝힌 것을 고려해보자. 프로야구 선수계약과 관련한 부당한 시도를 공개해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공익을 위한 공개이기에 위법성이 조각될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장정석 단장의 요구가 현행법상 어떠한 혐의에 해당하는가 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KIA로부터 받은 신고에 대해 면밀하게 조사 후 검찰에 의뢰했고, 현재 수사(중앙지검 중요범죄 조사부)에 들어갔다. 녹취파일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보도된 내용을 고려하면 「형법」의 업무상 배임의 미수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제355조 제2항, 제356조, 제359조).

배임이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 성립하고, 업무상 배임이란 ‘업무상의 임무를 위배하여 배임한 때'에 성립한다. 구단은 적정하고 합리적인 금액으로 선수계약을 체결하려 할 것이고 단장은 이러한 구단의 업무를 담당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단장이 선수에게 구단이 예정한 금액보다 더 많은 금액을 받도록 해주겠으니 뒷돈을 달라고 요구한다면, 구단의 선수계약 임무를 위배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장정석 단장이 구단 징계절차에 앞서 '농담이었다'고 소명한 것을 보면 스스로는 이러한 상황과 징계가 억울하거나 부당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뜻을 찾아보면, 실없이 놀리거나 장난으로 하는 말이라고 나온다. 필자는 여기에 '상대방도 실없이 놀리거나 장난이라고 받아들이는 말'이라는 내용을 추가하고 싶다. 농담이라는 말이 그 자체로 상대방에게 압박이 되고 위법하다면 더 이상 농담의 범위를 넘는다. 야구 팬의 한 사람으로서 다시는 이와 같은 '농담'을 하는 단장이 없기를 바란다. 박동원이 KIA 구단과 선수협에 신고한 용기에 감사를 표한다.

 

한민희  / 변호사 한민희 법률사무소 (사법연수원 44기)

 

일간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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